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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돌베개 북:레터 &#39;행간과 여백&#39; by 돌베개</title>
      <link>https://padlet.com/dolbegae/BookLetter</link>
      <description>2024년 7월 부터 채널예스 前편집장이자 베스트셀러 《태도의 말들》의 저자 엄지혜님과 함께 &quot;돌베개 북:레터 〈행간과 여백〉&quot;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description>
      <language>en-us</language>
      <pubDate>2024-07-29 07:13:50 UTC</pubDate>
      <lastBuildDate>2025-08-24 09:47:20 UTC</lastBuild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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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title>
         <author>dolbegae</author>
         <link>https://padlet.com/dolbegae/BookLetter/wish/3062950161</link>
         <description><![CDATA[<p><strong>세상의 ‘이방인’ 같은 당신,</strong></p><p><strong>이 책을 서둘러 읽어볼 필요가 있다</strong></p><p>_엄지혜 (<a rel="noopener noreferrer nofollow" href="https://www.instagram.com/koejejej">인스타그램@koejejej</a>)</p><p><br/></p><p>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 주문을 걸었다. ‘꼭 재밌게 읽어야지.’ 왜냐면 나에겐 리뷰를 써야 하는 목적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장쯤 읽었을 즈음,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p><p><br/></p><p>생소한 이름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그는 네덜란드에서 시인, 소설가, 극작가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2021년에 쓴 첫 논픽션으로 네덜란드 종합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다. 자연과학으로 분류되는 책의 외피가 문학적일 때, 튀어나오는 습관이 하나 있다. 목차의 제목들을 면밀히 훑기. ‘지구의 비밀스러운 호흡’, ‘거리에 대한 응답’, ‘현재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우주의 본질만은 말하는 책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p><p>≫</p><p>이 책의 주요한 키워드는 ‘조망 효과(Overview Effect)’.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인 ‘조망 효과’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여러 과학, 천문학 프로젝트와 기관에 방문해 연구자들을 만나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우주에게 갖는 경외감으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내 이웃,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힌트를 얻는다.</p><p><br/></p><p>저자는 유럽 우주국 부속 박물관 ‘스페이스 엑스포’의 로프 판 덴 베르흐 관장을 만나 “우주 비행사들에게 공통된 특성이 있나요?”라고 질문한다. 관장은 “친절이요.”라고 답한다. “우주선처럼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고 타인과 함께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로를 향한 친절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25쪽)” 관장과 헤어진 저자는 우주 비행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구글에 검색하고, “우리는 달을 발견하러 갔다가 지구를 발견했다.”, “우주에서 아무 변화도 겪지 않고 돌아온 사람은 없다.” 등의 이야기를 마주한다.</p><p><strong>&nbsp;</strong></p><p>에세이인가? 철학서인가? 과학서인가?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하나의 장르로 단순하게 구분 짓기 어려운 책이다. 저자는 TV토크쇼 섭외 요청을 받고는 “내가 우주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철학적, 사회적, 시적 관점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것.(198쪽)”이라고 밝히는데, 이 답이 내게는 이 책의 정체성으로 읽혔다. 독자로서의 나는 과학보다는 철학, 철학보다는 사회, 사회보다는 개인의 서사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힌 건 우주를 말하면서도 한 개인의 내밀한 서사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중요한 위치에서 맥락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동시에 현실을 살아낸다. 우주에 관한 상상을 하다가 잠결에 소리를 내지르는 막내에게 달려가는 찰나를 기록한다.</p><p>&nbsp;</p><p>『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를 완독한 날,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해봤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집 앞 산책로를 걸으며 온갖 곤충, 식물 들을 살피다 한여름을 앞두고 대거 출몰한 러브버그의 생애 주기까지 검색해보고, 봄과 가을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짧아지려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면서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며 일부러 길을 잃었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며 수차례 읽었다고 밝힌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에서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들을 상기하며.</p><p><br/></p><p>미국 출판 전문지 &lt;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gt;는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를 두고 “시적인 산문이 독자를 매료시킨다. 리베카 솔닛의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라.”고 썼다. 한국판 뒤표지에 적힌 이 문구를 처음 봤을 때, 과연 그럴까? 싶었다. 하지만 리베카 솔닛의 책을 각별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의 글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나는 자신한다.</p><p><br/></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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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4-07-29 07:19:47 UTC</pubDate>
         <guid>https://padlet.com/dolbegae/BookLetter/wish/3062950161</gu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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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정수윤 《파도의 아이들》</title>
         <author>dolbegae</author>
         <link>https://padlet.com/dolbegae/BookLetter/wish/3062952608</link>
         <description><![CDATA[<p><strong>꼭 써야만 했던 소설,</strong></p><p><strong>힘들더라도 세상에 내 이야기를 해보자</strong></p><p>_정수윤(<a rel="noopener noreferrer nofollow" href="https://www.instagram.com/yanakakuroneko">인스타그램@yanakakuroneko</a>) X 엄지혜</p><p><br/></p><p>가끔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소설, 진짜다!” 소설의 진짜, 가짜를 판단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이 작품은 정말 작가가 꼭 쓰고 싶어서, 써야 해서 썼구나’하는 확신이 들 때, 독자로서 매우 기꺼운 마음이 든다. 첫 소설 『파도의 아이들』을 펴낸 정수윤 작가를 북한학 전문서점 ‘이나영책방’에서 만났다. 10여년 전부터 품고 있었던 소설이 독자를 만나기까지, 그간의 과정을 이야기하다 정수윤 작가는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파도의 아이들』은 세 명의 10대 주인공 ‘설’, ‘광민’, ‘여름’이 북한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정수윤 작가는 “이 작품을 쓰지 않고서는 어떤 이야기도 쓰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p><p><br/></p><p><strong>이건 내가 책으로 써야겠다</strong></p><p><br/></p><p><strong>출간된 날에 책을 받았어요. 제목과 표지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strong></p><p><br/></p><p>저도 표지를 보자마자 그림이 너무 좋다고 느꼈어요. 원래 이 소설의 가제는 ‘North’였어요. 직접적으로 북한을 가리키는 제목이었죠. 편집부와 회의하다가 독자들께 좀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목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얀 종이 위에 후보 제목들을 적고 있는데 순간 바다가 떠올랐어요. 이 소설을 처음 쓸 때부터 마지막 장면은 바다에서 끝내고 싶었거든요. 바다, 파도, 해변 등의 단어를 떠올리던 중에 이규태 작가님이 표지 그림을 그려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그림이 사용될지 무척 기대됐는데 윤슬을 너무 잘 표현해 주셨어요. 감동했습니다.</p><p><br/></p><p><strong>오랫동안 번역가로 책을 지으셨지요. 첫 장편소설 『파도의 아이들』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strong></p><p><br/></p><p>어린 시절의 저는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았어요.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 참는 그런 아이였죠. 그런데 성인이 되어 발언할 수 있게 되니까 어린 시절의 나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성장소설이나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쓰고 싶다는 내적 욕망이 있었고요. 외적인 동기를 말씀 드리자면 10여년 전에 일본에 문학 공부를 하려고 유학을 갔었어요. 그때 일본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유독 저에게 북한에 관한 것을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북한에 큰 관심이 없었고 알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별로 없었는데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엇을 이야기해줘야 할지 모르겠고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북한을 공부해야지 생각했고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남북 청년 모임’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p><p><br/></p><p><strong>소설을 구상한 결정적인 계기였네요?</strong></p><p><br/></p><p>그렇죠. 한국에 있는 청년들과 북한에서 넘어온 친구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공유하다 보니 제 안에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막 싹트기 시작했어요.</p><p><br/></p><p><strong>13년 동안 100명에 달하는 북한이탈 청소년들을 만나셨다고요.</strong></p><p><br/></p><p>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고 평양냉면도 만들어 먹고 축구도 하고 수영도 했어요. 수많은 날 동안 수많은 대화를 나눴죠. 친구들에게서 꽃제비나 독재자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정말 순수하고 부모님 생각이 지극했죠. 책 읽는 동아리를 해보면 감수성이 무척 풍부한 친구들이 많았어요. 원래 시 동아리는 없었는데, “누나, 시 쓰는 거 하면 안 됩니까?”라고 해서 만들었죠. 언젠가는 잠깐 밖에서 보자고 하더니 스마트폰에 쓴 자작 시를 읽어주는 거예요. 내면에 많은 힘을 가진 친구들이라는 걸 느꼈어요.</p><p><br/></p><p><strong>이 친구들 덕분에 『파도의 아이들』이 탄생할 수 있었네요.</strong></p><p><br/></p><p>순수하고 따뜻하고 정이 많은 친구들을 보면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유를 찾아 떠나는 위대한 여정에 대하여,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하여, 사지로 내몰리는 젊음의 안타까움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p><p><br/></p><p><strong>지금 인터뷰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이나영책방’에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동네와 인연이 깊다고요.</strong></p><p><br/></p><p>북한에서 건너온 친구들이 관악구에 많이 살고 있거든요. 소설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친구와 깊은 이야기를 했던 곳도 신림동이었어요. 그때 저는 번역 일을 막 시작한 때였고 그 친구는 스무 살이었어요. 한 술집에서 번데기탕을 시켜 놓고 소주를 마셨는데요. 처음엔 조금 무서운 느낌도 있었고 그 친구도 저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어요. 두세 달 정도 만났을 때 비로소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막 눈물을 흘리면서 북한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더라고요. 마치 방언이 터지듯이 꾹 참았던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그때 같이 많이 울었어요. 그 순간, 이건 내가 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p><p><br/></p><p><strong>경계가 풀어지는 순간이었네요.</strong></p><p><br/></p><p>그동안 쌓여 있던 이야기를 한 순간에 풀어내는데 제가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 이걸 쓰지 않고는 다음에 어떤 것도 쓸 수 없겠다고 생각했고 초고를 완성했죠. 오랫동안 창고에 넣어놓은 소설이었는데 편집자님 덕분에 책으로 나오게 됐어요. 진짜 운명처럼요.</p><p><br/></p><p><strong>주인공은 세 명이죠. ‘설’, ‘광민’, ‘여름’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소설이 펼쳐집니다. ‘설’은 두 번의 탈북 실패 후 인신매매 위험에 처하고, ‘광민’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꿈인 북한 고위층 자녀지만 어머니의 브로커 활동이 발각되며 위기에 내몰립니다.&nbsp;</strong></p><p><br/></p><p>‘설’은 제가 실제로 만난 친구가 모델이 되었어요. 광민과 여름은 창조한 인물이고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쪽 말로 소위 토대가 좋은, 그러니까 당 간부의 자녀나 교원의 자녀라고 하면 살기가 괜찮죠. 반면, 가난하고 힘없는 부모의 자녀들은 더 나은 인생을 향한 꿈을 꾸기가 힘들고요. 어떤 아이는 꿈이라는 말조차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국정원에서 너는 꿈이 뭐냐, 뭘 하고 싶냐, 이런 질문을 받는 게 그렇게 힘들었다는 거예요.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어떤 아이는 스포츠를 잘해서 국가대표가 된 친구도 있고, 노래를 잘해서 예술학교에 발탁된 아이도 있고,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된 아이도 있죠. 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친척이 한국으로 갔다 거나 하는 어떤 결격 사유로 성분이 나쁜 집안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취직이든 결혼이든 쉽지 않은 거죠. 저는 이런 다양한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래서 등장인물을 여럿으로 구성했어요. 축구는 워낙 북한에서도 인기있는 종목이라 하나밖에 없는 공영방송에서 유럽 축구 중계를 해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호날두나 메시 정도는 유명하니까 같은 조선 사람인 소니의 활약을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도 다루고 싶었어요.</p><p><br/></p><p><strong>‘여름’이라는 캐릭터가 인상에 깊게 남았어요. 벽장 속에서 우주를 상상하며 살았다고 이야기를 하죠.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느끼는 인물입니다.</strong></p><p><br/></p><p>‘여름’은 천상 저예요. 제가 북한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만든 캐릭터예요. 넘어온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시골에서 태어나 농부의 자식으로 살면 농부나 농부의 아내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봉건 시대처럼 신분을 대물림하는, 가난하게 태어나면 가난하게 살고, 작가나 화가가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어디로 훌쩍 떠날 수도 없고. 나라도 견딜 수 없었겠다, 탈출할 수밖에 없었겠다, 부모 형제 다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겠다, 싶었어요. 소설에서 ‘여름’에게는 쌍둥이 언니 ‘겨울’이 있죠. 겨울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어쨌든 정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여름은 떠나보려는 사람이죠. 현실의 저에겐 여동생이 있거든요. 만약 내가 여동생과 헤어져 떠나야 한다면 마지막 날 밤은 어땠을까 상상했는데, 그 상상하는 동안에도 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왜냐면 북에 있는 많은 친구들이 남으로 넘어오는 순간에 가족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겨를도 없이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날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어요.</p><p><br/></p><p><strong>세 주인공은 각자 시련을 겪지만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도 합니다. 또 자신의 감정, 욕망에 솔직한 것도 세 인물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strong></p><p>&nbsp;</p><p>‘설’은 외모에 관심이 많아요. 아버지가 애써 키운 오이로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고슴도치 털을 뽑아 귀를 뚫기도 하죠. 이건 지구상 어느 10대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욕망일 거예요. 예뻐지고 싶고 외모를 가꾸고 싶고.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틀에 가두려고만 하죠. ‘광민’은 자기 재능으로 세상에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요. 롤모델도 있죠. 이런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나라에서는 특권이지만 결국 그 꿈은 좌절돼요. 또 ‘여름’은 너른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요.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바다를 보러 가겠다는 금지된 꿈을 꾸죠. 북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그래서 이런 욕망들을 제대로 이룰 수는 없었지만, 이 아이들도 세상 어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아이들을 배웅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족, 친구, 이웃이 건재한다는 걸 쓰고 싶었고요. 똑같은 인간 세상인 거죠.</p><p><br/></p><p><strong>번역 작업을 하실 때 원작자의 고향으로 여행을 간다든지 취재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 소설은 어떻게 취재를 하셨나요?</strong></p><p><br/></p><p>북한으로 갈 순 없었지만 중국으로 여행을 갔어요. ‘설’의 모델이 된 친구가 탈북 했을 때 중국에서 일했던 동네가 있었거든요. 거기를 한번 가보자, 했는데 결국 못 찾았어요. 어릴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늘 숨어 다녀서 밝을 때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인신매매처럼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는 여행지에서 처음 들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고, 그 놀라움을 소설에서 거대한 폰트로 표현했어요. 일주일 동안 그 친구와 심양, 대련을 돌면서 탈북 과정에서 얻은 트라우마 때문에 여전히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우울증 약을 먹고, 밤에 텔레비전 따위를 틀어 소리가 나야 마음이 놓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한복을 입은 북한 여종업원들이 서 있는 북한 식당 앞에서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작은 몸 속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내가 열 넷, 열 다섯, 열 여섯 살에,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나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쭉 하며 중국을 돌아다녔던 경험이 작품에 많이 녹아 있어요.</p><p><br/></p><p><strong>힘들더라도 세상에 내 이야기를 해보자</strong></p><p><br/></p><p><strong>‘번역가 정수윤’이라는 이름에 ‘소설가’라는 새 이름이 보태졌어요. 새 독자들을 만나는 소감도 궁금합니다.</strong></p><p><br/></p><p>무척 떨리고 기쁘고 또 감사하죠. 어릴 때부터 세계문학전집을 많이 읽으면서 자랐어요. 열 살이 되었을 무렵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도 세상에 이런 작품을 써서 발표하고 싶다.’ 그런 욕망을 오랫동안 품고 살았어요. &lt;대지&gt;를 쓴 펄 벅이나 &lt;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t;를 쓴 마가렛 미첼처럼 시대의 혼돈 속에서 인물이 자기에게 맞닥뜨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 소설에 큰 감동을 받았고 어떻게 하면 그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 작가나 사보 제작 같은 직장 생활을 했는데 어릴 때 꿈이 포기가 안 됐어요. 그래서 스물아홉 살에 문학을 공부하자 싶어 일본으로 갔고 자연스러운 계기로 번역을 시작했는데, 사실 마음속에는 내 작품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이분들처럼 쓰고 싶다’, ‘내가 더 잘 쓸 수 있는데’ 생각하기도 했죠. (웃음) 그때마다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p><p><br/></p><p><strong>번역 작업이 자양분이 되었겠죠?</strong></p><p><br/></p><p>그렇죠. 최근에 번역 마감이랑 이 소설 탈고 일정이 겹쳐서 새벽에 일어나 작업하는데 창밖에 해가 떠오르는 게 보이더라고요. 열중하면서 작업하다 보니 저녁이 돼서 금세 달이 보이더라고요. 해를 보면서 소설을 쓰다가 달을 보면서 번역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 번역했던 작품들이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되었겠다 싶었어요. 번역은 정답이 나와 있고 지도가 있어요. 그 지도를 따라가면 되는 작업인데 창작은 결과가 없죠.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죠. 번역이 인내의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창작은 내가 속도를 만들어갈 수 있어요.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한 번 튀어 나가면 속사포처럼 달려갈 수 있어요. 어떤 아이디어만 있으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p><p><br/></p><p><strong>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strong></p><p><br/></p><p>청소년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국내에 사는 아이들이든 해외에서 지내는 아이들이든 또 우리들의 어렸을 때를 생각해봐도, 청소년 시기에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경우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사회 속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했으니까요. 굉장히 많은 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시스템 안에 그대로 들어가기보다는 내 의견을 표출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파도의 아이들』의 소재는 탈북 이야기지만, 주인공들이 자기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타개해나가잖아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힘들더라도 세상에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내 뜻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p><p><br/></p><p><strong>어떤 독자들이 특히 『파도의 아이들』을 읽으면 좋을까요?</strong></p><p><br/></p><p>세상에 벽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해요. 남북 사이에도 벽이 있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세대 간에도 벽과 골이 너무 높고 깊어서 위기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벽이 높으면 서로가 잘 보이지 않고, 잘 모르니까 서로가 두려워져요. 거대한 벽의 존재가 상대방을 괴물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똑같이 외롭고 똑같이 사랑받고 싶은 그저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저는 이 벽이 허물어지기를 바라요. 삼팔선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허물기 어려워진 것처럼 세상 모든 벽들은 시간에 비례하게 견고해지는 것 같아요. 바다에는 벽이 없잖아요. 바다처럼, 상징적인 벽들이 완전히 소멸되는 세상, 벽이 더 이상 힘을 갖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뜻에서 벽을 많이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어요.</p><p><br/></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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