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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25. 앤동왕동/앤솔로지 동화책 왕동이 1기 화이팅♡ by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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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08 12:21:4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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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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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09 03:15:37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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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박선영 피드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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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 내 이름은 나딘_유혜경 작가님</strong></p><p><strong>[감상]</strong></p><p>점점 더 다문화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요즘, 시기적절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서 계기교육할 때에도 정말 유용하겠어요. 나딘의 목소리와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문화와 정체성, 소속감, 차별, 예술의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참 풍성해요.</p><p>&nbsp;</p><p><strong>[아이디어 한 스푼]</strong></p><p><strong>문장 다듬기</strong></p><p>▶학교에서 매번 보던 까만 티셔츠와 바지가 아닌 날개옷을 입은 선생님의 모습은 하늘에서 막 내려와 지상의 땅을 디딘 선녀가 따로 없더라.</p><p>→ 학교에서 매번 보던 까만 티셔츠와 바지가 아니었어. 날개옷을 입은 선생님은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사뿐 발을 디딘 선녀 같았어.</p><p>(문장이 조금 더 술술 읽히게 두 개로 나누어봤습니다.)</p><p>&nbsp;</p><p>▶나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남달리와 주채기, 진지윤과 함께 저 사람이 우리 선생님이냐 아니냐 실랑이를 계속하다가 드디어 선생님의 공연 순서가 되었어.</p><p>→ <em>“야, 달리야. 저 사람 우리 선생님 맞아?”</em></p><p><em>“에이, 설마. 우리 선생님은 저렇게 사뿐 사뿐 움직이지 않아.”</em></p><p><em>“그럼 우리 선생님은 어디에 있어? 공연 나오시는 거 맞아?”</em></p><p><em>“우리 선생님 맞다니까!”</em></p><p><em>“내기할래? 오백원 건다.”</em></p><p><em>그렇게 실랑이를 하던 중</em>, 드디어 선생님의 공연 순서가 되었어.</p><p>(실랑이를 대화로 바꿔봤습니다.)</p><p>&nbsp;</p><p><strong>문단 다듬기</strong></p><p><em>문단이 호흡이 길어, 조금 더 문단을 나누면 가독성이 더 좋을 것 같아요.</em></p><p>(예)</p><p>… 그건 일본에만 존재하는 식물이라고 생각했어. 내 이라크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어. 그런데 3월 개학하던 날,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벚꽃을 봤어. 학교 안 꽃나무들이 하나 둘씩 피기 시작할 때 벚꽃도 거기에 있었어. <em>(Enter)</em></p><p>3월의 마지막 주 미술시간이었어. 우아해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미술 수업을 야외에서 하겠다고 하시겠다고 했어. 그리고 학교 안에 꽃이 핀 나무들을 찾아서 그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셨어. …</p><p>나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 우물쭈물 하고 있었어. 그때였어. 교실에 남아있던 남달리와 주채기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p><p>'야, 남달리. 너 뭐 그릴건데?‘ <em>(Enter)</em></p><p>'나도 몰라, 일단 나가보면 뭐라도 있겠지. 근데 나 그림 진짜 못그리는데 어떡해.‘</p><p>달리는 울상이 되어서 얼굴을 찌푸렸어. 그 모습을 진지윤이 가만히 지켜보다 못해 한 마디 내뱉었어.</p><p>(대화가 핑퐁이 되게 살짝 수정했습니다.)</p><p>&nbsp;</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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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09 03:16:2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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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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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멀쩡한 이유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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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05:22:0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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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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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06:55:23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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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단풍나무 대화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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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18:06:44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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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딘 캐릭터 설정</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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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나딘의 캐릭터를 깊이있게 고민해보지 않은 것 같아서 어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유튜브 캐릭터 설정 영상을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p><p><br/></p><ol><li><p>나딘은 이라크 출신이다. 이라크에 대한 설명이 더 들어가야 한다. 4대문명의 발상지, 수학이 매우 발달하고 한때 중동의 발전을 이끌었던 나라. </p></li><li><p>나딘의 아빠는 아흐메드다. 이라크인, 엄마는 한국인으로 설정을 바꾸었다. 엄마는 한국사람이지만 밸리댄스가 좋아서 이라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딘도 그에 따라 엄마 뱃속에서부터 밸리댄스를 추게 되었다. 신체의 노출이 많은 밸리댄스를 속된 춤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밸리댄스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중동전통무용이다. 따라서 나딘에게 부채는 부채춤 이전에 밸리댄스를 출때 엄마가 선물해 준 부채로 익숙하다.</p></li><li><p>나딘의 아빠는 이라크에서 매우 똑똑한 학생으로 자랐다. 부모님은 이라크의 유명 건축물을 디자인한 작가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사정이 좋지 않아 지면서 레바논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미국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게 되었다. 미국학교에서 만난 무용학과 한국 학생 나딘의 엄마 사랑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나딘의 엄마는 한국의 여러가지를 나딘의 아빠에게 가르쳐 주었다. 태권도, 불고기,  특히 사랑의 한국의 정서 '정' 그리고 한옥은 그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한국으로 오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p></li><li><p>나딘은  사실 어렸을 때 밸리댄스 신동이었다. 춤은 내 인생이라는 이라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부터 이것저것 잘해서 똑똑이 나딘이라고 불렸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 오고부터 이상해졌다. 멍청이 나딘이 되었다.</p></li><li><p>화장실에 간다고 못해서 소변실수를 했다. 매운 것을 못먹어 학교 급식을 못먹었다. 몸은 야위어가고 마음도 시들어갔다. </p></li><li><p>나딘의 엄마는 대학교 졸업과제로 부채를 이용한 밸리댄스공연을 했다. 그리고 나딘이 태어나면서 부채는 나딘의 장난감이 되었고 그것을 자나깨나 보물처럼 지니고 다녔다. 매우 낡았다.</p></li><li><p>그리고 어느날 아빠가 건축하고 계신 전주에 이라크인이 디자인한 한옥 1호를 구경하러 갔다. 아빠의 한옥은 한옥같은 듯 하지만 나딘이 살던 이라크의 느낌도 물씬났다. 그 곳에서 소품으로 전시되어 있는 부채를 보고 나딘은 깜짝 놀랐다. 그것이 자신이 늘 지니고 다니던 부채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자 우아해 선생님께서 부채를 하나 보여주셨고 그건 전날 나딘이 한옥에서 본 부채와 같은 것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부채를 하나씩 선물로 주시고 부채춤을 가르쳐주셨다.  </p></li><li><p>나딘은 부채를 집에 가져갔다. 원래 가지고 있던 부채와 비교해 보았다. 둘은 닮은 듯 달랐다. 나딘의 부모님 두 사람처럼. 나딘의 엄마 아빠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문화가 달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두 사람의 사랑으로 힘든 순간들을 극복하고 있었지만 나딘은 때로 자신이 한국 사람인지 이라크 사람인지 아니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인지 고민했다. </p></li><li><p>나딘의 어려움- 언어, 문화, 음식, 계절? 등/ 한국아이들은 편의점을 좋아하고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듯 했다. 나딘도 그런 것을 좋아하는 듯 흉내냈다. 하지만 나딘의 마음 속엔 예전에 살던 동네의 기억들로 가득했다. 자기 전 머릿속으로 나딘은 예전에 살던 동네 알 제이나를 떠올렸다. </p></li><li><p><br/></p></li><li><p>나딘이 원래 살던 동네 알제이나는 이라크에서도 살기 좋은 곳이었다. 이라크는 사막만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계절이 있고 산, 강, 바다가 모두 있는 곳이다. 나딘은 사막의 모래 언덕에서 친구들과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모래 미끄럼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p></li></ol>]]></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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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18:13:49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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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25.5.7 밀크티 공모전</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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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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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이름은 나딘- 부채, 너 아니면 안돼 /초고.2025.04.15</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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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1막. 내 이름은 나딘</p><p><br/></p><p>안녕, 내 이름은 나딘. 오늘은 11월 19일 월요일 아침 6시. 겨울이 오고 있나 봐. 아직 밖이 어둑어둑해. 난 진달래 아파트에서 막 빠져나와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학교로 향하고 있어. 차가운 공기가 뺨에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 할 일이 있거든. </p><p><br/></p><p>"여러분, 흰 티셔츠에 흰 바지 모두 입고 왔지요? 여기에 준비된 공단 띠를 허리에 두르고 선생님에게 오세요. 차례대로 무대 화장 합시다.’ 우리 반 우아해 선생님이 말했어."</p><p><br/></p><p>선생님이 미리 잘라 놓으신 공단 끈들이 바닥에 놓여있었어. 고운 분홍색이야. 만져보니 아주 매끄러워. 나의 마음도 이 끈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띠처럼 이어진 그동안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떠올랐어. 모든 순간들이 항상 매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이어져 왔어. 지금 이 순간은 그런 시간들을 잘 지나온 내 자신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특한 내 자신을 향해 안쓰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번갈아 떠올라.</p><p><br/></p><p>공단 끈 중 하나를 집어 들어 허리에 맸어. 오른쪽으로 긴 끈이 오게 묶었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제법 무용수 같아. </p><p><br/></p><p>선생님께 다가갔어.  </p><p>'저 화장해주세요.’ </p><p>‘나딘. 화장하면 눈부셔 못 보겠네’  </p><p>선생님의 말에 나를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게 해.  </p><p><br/></p><p>그때였어. 등 뒤에서 심술인이 중얼거렸어. </p><p>‘나딘은 좀 더 진하게 화장해야 하지 않나? 피부가 좀 어둡잖아?’</p><p>교실 안은 히터를 틀어 놓아 매우 더웠어. 그렇지만 술인이의 말이 끝나자 마법을 부린 듯 공기가 차갑게 변했어. 순간 나는 얼음 물을 뒤집어 쓴 듯 얼었어.</p><p> </p><p>‘그래, 난 한국 사람이 아니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어. 그 지독한 노력에도 그깟 얼굴 색 때문에 나는 한국 사람이 될 수 없어. 세상에는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럴 땐 포기가 답이라는 것도. 이것도 그럴까?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오려고 해. 선생님께서 애써 해주신 화장이 지워질 것 같아. 내가 그동안 한국 사람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 것도 이와 같을까? 씻으면 지워지는 화장처럼 일시적인 것이었나?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으려 입술을 세게 깨물었어.</p><p><br/></p><p>중력을 이기지 못한 눈물이 나의 기분을 즈려밟고 바닥에 떨어져 한 방울 자국을 남겼어. 그대로 고개를 들 수 없었어. </p><p><br/></p><p>2막. 한국에 오다.</p><p><br/></p><p>내일이면 우리 가족이 레바논에서 한국에 온 지  1년이야. 난 한국에 오기 전 레바논에 살았어. 한국에는 중동 지역 나라의 이름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 레바논은 한때 중동의 파리라고 할 만큼 자유롭고 아름다운 곳이었어. 그곳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써. 그래서 내 이름은 프랑스 여자아이 이름으로 흔한 나딘이야. 엄마와 아빠의 낭만으로 가득한 레바논이 지금은 내전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 난 부모님과 함께 레바논을 위해 자주 기도를 해. 그곳이 다시 평화를 되찾기를 바라면서. 아빠는 늘 나에게 말했어. 아빠를 낳아준 곳은 이라크, 키워준 곳은 레바논,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한 곳은 한국이라고.</p><p><br/></p><p>아빠는 유명한 미국 대학 '레바논 대학'의 건축학과 출신이야. 이라크에서 굉장히 공부를 잘했대. 그런데 이라크가 미국과의 전쟁으로 더 이상 지내기 힘들어지자 온 가족이 레바논으로 떠나왔대. 아빠는 레바논 대학에서 엄마를 만났어. 엄마는 한국 사람. 레바논 대학교에서 중동 지역의 춤에 대해서 공부했대. 엄마, 아빠는 나를 레바논에서 낳고 키우다가 작년 한국으로 왔어. 아빠가 한옥 공부를 하고 싶으셔서. 나는 한국말도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채로 부모님과 함께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탔어. </p><p><br/></p><p>3막. 소변 실수를 하다.</p><p><br/></p><p>한국에서의 등교 첫날이었어. 나는 설레임 반 부담감 반을 안고 교실로 들어섰어. 사실 나는 레바논에서 1등 학생이었거든. 못하는 게 없었어. 공부도, 운동도, 춤도 다 자신 있었지. 한국이라고 뭐 다를까 싶었어. </p><p><br/></p><p>'여러분, 이 예쁜 친구가 우리 반에 새로 전학 오게 된 나딘이에요, 모두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우아해 선생님이 말씀하셨어.</p><p><br/></p><p>나는 자신있게 아랍어로 인사를 했어.</p><p>'아나 이쓰미 나딘. 나는 10살이야. 만나서 반가워.'</p><p><br/></p><p>제일 앞 자리에 앉아 있던 남달리가 이렇게 말했어. '뭐라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나는 달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 아이의 표정이 내가 이 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지. 왠지 서글픈 예감이 드는 한국 학교에서의 시작이었어. </p><p><br/></p><p>나는 주채기와 짝이 되었어. 주채기는 정말 말이 많아. 나는 옆에 앉은 주채기의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괴로웠어. 낯선 행성에 떨어진게 이것보다 낫지 않을까. 차라리 적막이 그리워.</p><p><br/></p><p>1교시가 시작되었어. 문제가 생겼어. 화장실에 가고 싶어.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하얘졌어. 손이 땀으로 흥건해졌어. 점점 못 참을 정도가 되었어. 선생님의 말고 주채기의 쉬지 않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뒤섞이고 아득하게 멀어지는가 싶더니.. 축축한 물기가 다리를 타고 흘러 내리는게 느껴졌어. 나는 3살 이후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 소변 실수를 했어.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없어지고 싶었어. 그때였어.</p><p><br/></p><p>'어, 선생님.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주채기가 주책없이 불쑥 튀어나왔어. 나는 주채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어. 하지만 그 아이의 표정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감지했다는 눈빛이었어. 그리고 그 아이와 나는 눈이 마주치자 꽁꽁 싸매고 있던 나의 눈물 보따리가 터졌어. 그리고 교실 밖으로 마구 달려나갔어. 여기가 지구의 끝이었으면. 더 이상 교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아해 선생님이 뒤따라 나오셨어.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쳐다봤어. 선생님의 눈빛은 다정하고 따뜻했어. 선생님은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꺼내 나에게 보여주셨어. 번역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어.</p><p><br/></p><p>'괜찮아, 나딘. 선생님이 엄마께 말씀드렸어. 지금 옷을 가지고 오신대. 걱정 말고 선생님과 교사 휴게실에 가 있자.' </p><p><br/></p><p>걱정말라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여긴 지옥 불구덩이보다 뜨겁고 화끈거려 견딜수가 없는  곳이야. 그렇지만 난 꿀먹은 벙어리야. 어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어. 난 3살 아기로 되돌아 간것 같아. 무력해. 선생님과 함께 교사 휴게실에 가서 엄마를 기다렸어. 나는  숨고 싶었어. 교사 휴게실을 드나드는 선생님들마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우아해 선생님께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며 수군거리는 것 같아. 휴게실에 오가는 사람들은 웃음을 띈 얼굴을 보였어. 가짜 웃음이야. 세상이 나를 버렸어. 그때였어. 엄마가 숨을 헐떡이며 교사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 있어. 엄마도 나처럼 ' 우리 뭐 하러 한국에 왔을까?'하는 마음이었을까. 우리는 왜 레바논을 버리고 힘든 한국행을 택했을까? 니와 엄마는 초라하게 학교를 빠져나왔어. 게임이 진 선수처럼. 나는 그날 조퇴하고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어. </p><p><br/></p><p>그날 밤, 엄마가 나에게 말했어.</p><p><br/></p><p>"나딘, 엄마가 미안해.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말부터 가르쳐야 했는데. 한국에 오게 되면 니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하게 될 줄 알았어. 내가 무심했다. 지금이라도 시작하자. 넌 베이루트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였잖아. 문제 없을거야"</p><p><br/></p><p>"엄마, 나 베이루트로 돌아가고 싶어. 여긴 너무 무서워.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 친구는 한 명도 없어. 나를 왜 이 곳에 데려왔어? 나라도 비행기 태워서 친 할머니 집으로 보내줘. 부탁이야."</p><p><br/></p><p>"나딘,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셔서 너를 종일 돌봐주실 수가 없어. 미안해. 엄마가 방법을 찾을게."</p><p><br/></p><p>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p><p>"거짓말 하지 마. 한국에 오면 다 잘 될 거라고 했잖아. 엄마가 거짓말 했잖아.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야."</p><p><br/></p><p>엄마와 나는 늦은 밤까지 이야기했어.</p><p><br/></p><p>엄마는 내가 학교에 체험학습을 쓰게 하고 나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쳐 준대. 곧 있을 엄마의 공연도 참가를 취소하겠대. </p><p><br/></p><p>4막 한국어를 배우다</p><p><br/></p><p>다음 날이었어. 아침에 눈을 뜨자 엄마가 전날 만들어 놓은 한글 카드가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어. 기분이 좋지 않았어. 잠도 못 자고 그걸 만든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어. 그래도 한국에 대한, 또 한글에 대한 나의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어.</p><p><br/></p><p>'가,나,다,라,마,바...' 그렇게 첫쨋 날, 나는 한글을 다 읽을 수 있었어. 둘쨋 날에는 내 이름 나딘을 써 봤어. '나딘'하고 엄마가 쓴 글자를 따라 썼어. '나'라는 글자가 예뻤어. ㄴ이 혼자가 아닌 느낌이야. 일주일이 지났어. 나는 대부분의 한글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어. </p><p><br/></p><p>그리고 간단한 말도 할 수 있었어.</p><p><br/></p><p>'나는 나딘'</p><p>'화장실, 갈래요'</p><p>'고마워'</p><p>'안녕'</p><p>'잘가'</p><p><br/></p><p>엄마가 말했어.</p><p>"내 딸 정말 기특하다. 선생님이 니가 교실로 돌아오면 급할 때 번역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대. 걱정할 것 없겠어"</p><p>"음식은 어떡해. 매운 걸 못 먹잖아. 급식에는 매운 게 많이 섞여서 나온대."</p><p>"너무 먹기 힘들면 조금만 먹고 집에 와서 더 먹자. 그리고 학교에서 니가 먹을 수 있는 레바논 음식을 따로 싸 줄게. 선생님께서 허락하셨어."</p><p>"정말? 좋아. 그럼 나도 조금씩 한국 음식 먹어볼게."</p><p>"기특하다. 내 딸. 정말 고마워. 니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조금만 더 힘을 내자."</p><p><br/></p><p>그렇게 일주일이 폭풍같이 지나가고 나는 엄마가 챙겨준 후무스를 가방 안쪽에 넣고 등교했어. 복도에서 남달리를 마주쳤어.</p><p><br/></p><p>"안녕"</p><p>"안녕"</p><p>달리가 놀랐어.</p><p>"나딘, 한국말 한다!"</p><p>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복도로 몰려나왔어</p><p><br/></p><p>'나딘, 잘 지냈어?'</p><p>주채기가 말했어.</p><p>나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 </p><p>맞다. 엄마가 말한 번역기가 있었지. </p><p>나는 번역기를 꺼내 아이들 앞에 내밀었어.</p><p> </p><p>아이들이 한글로 입력하자 아랍어로 된 글자가 눈에 들어 왔어.</p><p><br/></p><p>'아 케이파 할, 잘 지내냐고 묻는 거구나?'</p><p>'응'</p><p>아이들이 깜짝 놀랐어.</p><p>일주만에 나딘이 한국어 천재가 되었다고 난리였어. </p><p>나는 지난 힘들었던 일주일의 피곤이 없어지는 것 같았어. 이렇게라면 한국도 살만한 곳이야. </p><p><br/></p><p>그리고 점심 급식시간.</p><p>나는 엄마가 싸주신 후무스 통을 들고 급식소로 가는 줄에 아이들과 함께 섰어. </p><p><br/></p><p>진지윤이 다가 와 물었어.</p><p>그게 뭐야?</p><p>나는 번역기를 꺼냈어.</p><p>'아, 마 하다. 뭐냐고 묻는 거네'</p><p>내가 대답했어.</p><p>'후무스'</p><p>'후무스?'</p><p>'응'</p><p>그리고 나는 번역기에 이렇게 입력했어.</p><p>'후무스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아랍음식이야. 한국 김치처럼 우리도 매일 이걸 먹어.'</p><p>'아, 정말? 신기한 이름이네. 나중에 나도 먹어볼래.'</p><p>'그래, 좋아.'</p><p>급식실로 가는 길도 예전처럼 걱정되지 않았어. </p><p>이렇게 한국 학교가 좋아지는 건가. </p><p><br/></p><p>5막 급식시간, 똥이 된 후무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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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19:37:2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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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25.5.9 퇴고 후 첫 모임</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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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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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19:43:57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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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글쓰기 천사되기</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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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1일(매일) 10분간 100일동안 글쓰면 글쓰기 천사됩니다.(명예회원- 월회비 없음/그외 월5천원)</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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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21:43:10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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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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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1) 겨울/ 부채춤을 추기 위해 화장한다. 심술인은 화장을 한 내 얼굴에 더 화장을 입혀야 하던지, 가면을 쓰라며 내 가슴을 후벼판다.</p><p>(2) 부채춤 part1 펼치며 공연이 시작되자, 가슴 속 저 아래 묻혀두었던 아픈 기억이 부채처럼 펼쳐진다.</p><p>(3) 회상 봄/처음 한국에 온 날이다. 1학년에 입학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한국말 그 한마디 못해서 화장실을 못갔고 책상에 앉아 그대로 실수를 했다. 내 옆에 앉은 주채기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했고, 남달리도 덩달아 똥냄새 아니냐며 큰 목소리를 내었다. 진지윤은 이건 대변 아니면 소변이라며 진지하게 말했다.</p><p>(4). .부채춤 part2 추는 장면으로 전환, 바닥에 사뿐히 주저 앉았다. 나도 그렇게 바닥에 주저 앉아 온 세상이 눈물바다가 될만큼 울었던 날.</p><p>(5) 회상 여름/ 학교 급식을 먹는 것이 힘들어 엄마가 싸주신 후무스를 아이들이 놀린다. 교실에서도 똥을 싸더니 똥을 도시락으로 싸왔냐고 비아냥거린다.</p><p>울면서 찾아간 음악실에서 김바비를 만났다. 계란 알러지가 있어 김과 밥만 싸서 매일 점심시간에 피아노를 연습한다며 이 곳에 숨어서 밥을 먹고 있었다.</p><p>내 후무스를 보고 무얼로 만들었냐고 물어봐서 콩과 올리브오일 약간의 마늘이 들어갔다고 했다. 바비는 계란이 없으니 맛 보겠다고 했다. 아주 좋아했다. 나도 김은 이라크에서 먹은적이 있어 바비의 밥을 먹었다. 맛있었다.</p><p>우리 둘은 그 후로 붙어다녔고, 아이들은 우리를 편식남매라고 놀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p><p>기가 죽어 학교에 다니던 어느날 학교에서 명사초청을 했다고 전교생이 강당에 모였다.</p><p>(6) 부채춤 part3 부채를 들고 앉아 절을 하고 고개를 들어 일어난다.</p><p>(7) 회상 가을/ 부채춤을 추듯 고개를 들자 아빠가 학교 강당에 와 있었다. 그것도 명사초정의 강사로. 아빠는 한옥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학생들에게 퀴즈를 냈다. 아빠가 자랑스러웠다.</p><p>마음의 문을 열고 아빠가 짓고 계신 한옥을 구경하러 갔다. 그곳에서 부채를 처음 만났다. 건축가 아저씨가 내게 부채를 선물로 주셨다. 부홍색 고운 부채를 손에 쥐니 기분이 묘하게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그날 부채를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다.</p><p>다음날 학교에 가니 선생님께서 나와 똑같은 부채를 꺼내며 부채춤을 보여주셨다. 우리반의 학부모 공개수업 프로젝트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부채춤을 추게 되었고, 우리반에서 가장 부채춤을 잘 추는 아이가 되었다. 나는 무대 가장 중앙에서 가장 한국스러운 춤을 추게 되었다.</p><p>(8) 부채춤 part4 드디어 춤이 끝나간다. 나는 이곳 저곳에서 떠돌다 원래 내 자리로 돌아왔다.</p><p>(9) 여기는 이라크 바그다드, 나는 부채를 들고 Kpop을 추며 이라크 사람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있다. 방학이라 할머니 댁에 왔는데 마을에서 축제를 하고 있었고 즉석에서 공연을 할 사람을 찾고 있어 내가 쥐고 있던 부채를 들고 앞으로 나가 춤을 췄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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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23:06:35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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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25.4.13 일요일</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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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안녕, 내 이름은 나딘.</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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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2 23:07:50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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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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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피드백받은걸 다 넣다보니 글이 오히려 더 길어졌어요... 다음 퇴고 때는 분량을 조절해서 더 다듬어보겠습니다!</p><p>단풍나무 대화방</p><p>&nbsp;</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밖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6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우리가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3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생각 없이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동의했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났다. 안경 너머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셋만 남은 우리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nbsp;</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가장 오래된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 후로 단풍나무 앞에서는 서로에게 진실만을 말했다. 1학년 때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단풍나무에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3학년의 봄이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3년 전, 이 단풍나무 아래서 지우현에게 고백을 받았었다. 아, 물론 내가 뻥 차버리고 다시 친구가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사실 아직도 민망하다. 너무 민망해서</p><p>(화해 에피소드를 좀 더 생각중입니다 소심한 유리와 털털한 가연이가 싸울일이 뭐가있을까 고민중이에요)</p><p>5학년 때는 유리와 싸우고 이 나무 아래에서 화해를 했다. 숨이 넘어갈 듯 꺼이꺼이 울어대는 유리가 아직까지 눈에 생생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앞에서 서로에게 가장 가까웠다.</p><p>그러므로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가 없어진다는 건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나무를 지켜야만 했다. 그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늘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안경을 올리며 다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nbsp;</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복도에는 그저 우리의 발걸음 소리만 가득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아, 음, 그건, 일단 난 없어. 민가연, 너는?”</p><p>“나도…… 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새로 온 김정승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유리의 몸이 연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교장선생님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본적이 없고, 인사 말고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런 교장선생님을 찾아간다니. 상상만으로도 벌써 손이 땀으로 촉촉해졌다.</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문 두드린다? 으, 아니야 지우현, 네가 해.”</p><p>“내가 왜? 나도 못하겠어.”</p><p>“그럼 셋이 같이 해.”</p><p>교장실 문 앞까진 당당하게 왔지만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이 문 너머에는 무서운 교장선생님이 있겠지?</p><p>똑똑</p><p>결국 우리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르게 차가운 목소리였다.</p><p>끼이익</p><p>교장실 문을 힘껏 밀었다. 문이 무거운 건지, 내 마음이 무거운 건지, 교장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p><p>“무슨 일이니?”</p><p>김정승 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교장선생님은 더 무섭고 차가워 보였다. 말을 할까 말까, 눈알만 데구르르 굴렸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 몸이 움츠러들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장선생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를 한명 한명 바라보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내 야이기를 듣곤 바로 큰 웃음을 터뜨렸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아까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멋지고 좋은 나무이니, 다른 곳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아야지. 그래서 보내는 거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야. 가서 또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되는 거란다.”</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nbsp;</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3학년 때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단단하고 듬직한 나무가 우리를 가득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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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02:01:1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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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초고(꼬마닭의 아파트 가출사건) 4.1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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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네, 행복 아파트 관리사무소입니다. 네? 누가 돌아다닌 다구요? 우리 아파트에 닭들이 돌아다닌다구요?”</p><p>아파트에 수상도 사람도 아니고 수상한 동물이 돌아다닌다는 믿기지 않은 신고를 받고 아파트 관리소장과 경비아저씨는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어요. 닭들은 이미 구경나온 동네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지요.</p><p>“어머나! 아파트에서 진짜 닭들을 보다니.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네.”</p><p>슈퍼에서 달걀을 사오시던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어요.</p><p>“누가 우리 아파트에서 닭을 기르나? 통통하니 잘 컸어.”</p><p>등산가방을 멘 할아버지도 말씀하셨어요.</p><p>“우아, 닭이다. 2마리나 있어. 귀여워.”</p><p>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 두 명이 닭들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살금살금 닭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어요.</p><p>‘꼭꼭꼬꼬~~~~~옥! ’</p><p>닭들은 갑자기 소리를 치며 푸다닥거리며 날갯짓을 했어요.</p><p>“으악!”</p><p>아이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소리를 질렀고, 구경하던 할아버지는 뒷걸음치는 아이들을 피하려다가 넘어질 뻔 했어요. 거기다 아주머니는 달걀을 담은 비닐봉투를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지요.</p><p>이 난장판을 틈타 닭들은 뛰기 시작했어요. 경비아저씨들도 닭들을 따라 뛰었어요.</p><p>“꼬동아, 나 잘 따라와야 해. 꼬꼭꼭꼬”</p><p>“우아, 이렇게 넓은 곳을 막 달리니까 너무 신나는데. 꼭꼭꼬꼬꼬 삐~약!”</p><p>닭들은 서로 ‘꼬꼬댁’거리며 아파트 현관을 지나고, 벤치도 지나고, 놀이터도 잽싸게 지나갔어요. 그리고 아파트 앞마당에 도착했지요. 이곳은 이제껏 살던 베란다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요. 길도 많고 나무와 풀도 많아 모래목욕도 문제없을 것 같았어요. 따라오던 경비아저씨들도 보이지 않자 닭들은 화단으로 들어가 모래를 쪼아대기 시작했어요. 꼬마닭 꼬동이는 햇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에 앉아 모래찜질을 하고 싶어 꼬미를 불렀어요.</p><p>“꼬미야, 이리 와 봐. 모래찜질하기에 딱 좋은 곳이야. 꼬꼬꾸르꼬”</p><p>“그래, 여기 좋다. 아까는 사람들도많고 낯선 장소라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꼬꼬르 삐약”</p><p>꼬미도 맞장구를 쳤어요. 그러나 곧 민찬이 얼굴이 떠올랐지요.</p><p>“그런데 민찬이가 우리를 찾을 수 있을까? 집에 돌아갈 수 있겠지? 꼬꼬꼭꼬”</p><p>꼬동이도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처음으로 맛본 자유를 즐기고 싶었어요.</p><p>“괜찮아, 저녁에는 민찬이가 우리에게 올 거야. 이제 아무도 안 따라오는데 좀 쉬자. 삐약”</p><p>따스한 햇살과 보드라운 화단의 흙들은 꼬마 닭, 꼬미와 꼬동이의 긴장을 풀어주었어요. 베란다에서는 방충망을 통해 한 방향으로만 부는 바람도 이곳은 달랐지요. 이쪽에서 부는가 싶더니 저쪽에서 불고, 거기다 꽃향기와 풀냄새가 섞인 바람이었지요. 그런데 어디선가 사람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 같...</p><p>&nbsp;</p><p>“잡았다!”</p><p>경비아저씨들이 사방에서 포위하더니 꼬미와 꼬동이를 잡아서 관리사무소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커다란 상자 속에 꼬미와 꼬동이를 넣었어요.</p><p>“아, 아, 관리실에서 알립니다. 아파트 화단에 있던 닭 두 마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닭 주인께서는 관리실로 오시기 바랍니다.”</p><p>아파트 관리소장아저씨는 목청을 가다듬고 방송을 했어요.</p><p>“그런데 정말 우리 아파트 주민의 닭일까요? 설마 아파트서 닭을 키운다고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씩씩이 경비아저씨는 멀찌감히 서서 닭들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어요.</p><p>“김 군, 자네는 닭 첨보지? 아까 닭 잡을 때 보니 겁내던 것 같던데, 하하. 하긴 도시 사람들은 치킨만 먹을 줄 알지, 진짜 닭은 본 적이 없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자세히 보면 아직 닭은 아니고 병아리와 닭의 중간쯤, 그러니까 중병아리야. 볏도 조금밖에 나지 않았고 깃털에도 솜털이 좀 있잖아.” 어릴 적에 시골에서 닭을 키웠다고 하신 관리소장아저씨가 짐짓 아는 척을 했어요.</p><p>“겁이 난 게 아니라 처음이라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고…….” 언제나 씩씩하게 무슨 일이든 척척해서 씩씩이라고 불렸던 경비아저씨는 얼버무리며 화제를 돌렸어요. “그런데 아직 닭은 아니라고요? 제 눈에 그냥 닭처럼 보이는데요. 그러니까 꼬마 닭인 셈이네요.” 씩씩이 경비아저씨가 꼬마 닭들을 자세히 보려고 가갔어요.</p><p>“너희들 진짜 우리 아파트 주민이냐? 이름도 있니?”</p><p>“꼬미와 꼬동이요. 우린 남매라고요. 꼬꼬독꼬르삐약” 상자 속에서 갇혀 답답했던 꼬미는 경비아저씨를 쳐다보며 대답을 했어요.</p><p>“아이쿠, 저 닭들이 씩씩이 김군 자네보다 더 씩씩하구먼. 꼬꼬거리며 닭들이 자네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네.” 관리소장아저씨는 놀리듯이 웃으며 말했어요.</p><p>“참, 소장님도. 제가 뭐 닭대가리인줄 아세요? 그냥 닭들이 귀여워서 혼잣말 한거지요, 닭과 대화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씩씩이 경비아저씨는 입을 삐쭉거렸어요.</p><p>“우리 닭들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어요. 사람들이 우리말을 못 알아들으면서, 누구보고 닭대가리라고 하는 거예요? 꼭꼬꼭꾸삐약” 꼬동이는 씩씩거리며 투털댔어요.</p><p>“그나저나 집에서 키우던 닭인 것 같은데 왜 나왔지? 그냥 가출한 걸까?“ 관리소장 아저씨는 혼잣말처럼 했지만 꼬동이는 또 대답을 했어요.</p><p>“삐약꾸르꾸륵! 민찬이가 오늘 아침에 베란다 방충망 문을 열어놓고 학교에 갔단 말이에요. 그래서 베란다 철창 사이로 고개를 빼서 구경하다가 바깥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나가보고 싶었죠. 1층이니까 점프하면 될 것 같고요. 꼬미 누나는 나 따라서 뛰어 내렸구요.”</p><p>꼬미와 꼬동이는 점프하던 순간을 생각했어요. 꼬동이가 바깥 구경하자고 뛰어내린 바람에 꼬미는 꼬동이 따라 점프했는데 그게 가출이라니, 이렇게 사건이 커질 줄을 몰랐던 거죠.</p><p>“그런데, 소장님,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곤 했는데 요즘은 어디서 병아리를 사나요? 설마 냉장고에 있는 달걀에서 태어난 걸까요?”</p><p>경비아저씨는 관리소장 아저씨께 묻고는 성큼성큼 박스 속 꼬미에게 다가갔어요. 꼬미는 씩씩이 경비아저씨가 너무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그만 실토해버렸어요.</p><p>“꼬꼬꾸르꾸꼬르! 이제 출생의 비밀을 알려드려야겠네요. 우리는 인공부화기에서 태어났어요. 마트에 파는 유정란을 가정용 인공부화기에 넣은 지 21일 만에 태어난거죠. 우리가 태어날 때 민찬이 가족은 병아리가 태어났다고 너무 좋아했어요. 호기심으로 인공부화기 전원버튼을 눌렀는데 진짜 태어날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고요.”</p><p>꼬미는 꼬동이가 알에서 깨어날 때 민찬이네 가족이 소리치며 환호하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어요. 꼬동이는 꼬미보다 하루 늦게 태어났어요. 꼬미의 털이 뽀송뽀송 해졌을 때, 꼬동이가 태어났으니 꼬미가 누나인거죠. 민찬이는 꼬미와 꼬동이의 이름도 지어주고 학교이야기도 많이 해주었어요. 꼬미와 꼬동이는 민찬이와 매일 저녁마다 놀았어요. 아니,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어요. 민찬이가 공부하면 꼬미도 옆에서 같이 책도 보고, 민찬이가 게임을 오래하면 민찬이 어깨위에 올라가서 게임 그만하고 밥 달라고도 했어요.</p><p>“그나저나, 닭들에게 뭘 좀 주나? 쌀이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됐든 관리사무소에 온 손님이 아닌가?”</p><p>관리소장아저씨의 말에 씩씩이 경비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렸어요.</p><p>“어휴, 소장님, 닭똥 냄새 안 나세요? 박스 안 좀 보세요. 요 녀석들이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똥 범벅이에요. 그만 먹어도 될 것 같은데요.”</p><p>“하긴 냄새가 많이 나긴 하는구먼. 깃털도 많이 날리고. 이 여름철에 집안에서 키우기 힘들 텐데 어찌 키우고 있는건지.”</p><p>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꼬동이는 한숨을 쉬며 하소연을 시작했어요.</p><p>“꼬꼬르삐약, 키우는 것도 힘들겠지만 저희도 힘들다구요. 예전엔 저희 집이 아파트 거실에 있었는데 얼마 전에 베란다로 이사를 했어요. 민찬이네 가족이 낮에는 다들 없으니까 베란다에서 바깥구경하며 지내라는 거죠. 베란다에서 화분에 흙 좀 쪼고, 창틀도 쪼고, 베란다에 있는 물 내려가는 기둥도 쪼고 했더니 난리가 났어요. 누나, 기억나지? 그때 민찬이 엄마가 우리가 문 쪼아서 뜯어놨다고 혼냈잖아.”</p><p>꼬미도 기억이 나는지 고개를 끄덕였어요.</p><p>“꾸르꼬르꼭, 민찬이네 가족도 힘들긴 하나 봐요. 얼마 전에는 민찬이 엄마, 아빠가 다투셨어요. 어떤 아줌마가 오셔서 민찬이 집에 냄새가 난다고 했거든요. 원래 민찬이 아빠가 저녁마다 베란다 청소하시는데 한동안 밤늦게 퇴근하셨거든요. 그래서 청소를 며칠 안했더니 뭐, 온 집안이 닭장이 됐다면서 두 분이 다퉜지요. 민찬이가 우리를 데리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p><p>“맞아, 그때 정말 무서웠어. 민찬이가 학원만 안가면 일찍 와서 우리랑 놀아줄 텐데. 어휴, 우리도 속상하고 억울다구요. 꾸꾸득 꼬끼~오옥!”</p><p>꼬동이는 속상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어요.</p><p>“어엇, 이거 닭 우는 소리인데? 울음소리가 우렁찬 것 보니 이 녀석 수컷이구나. 우리가 닭똥냄새가 난다고 하니 성질을 내는 것 좀 봐. 허허허허.”</p><p>관리소장 아저씨는 목청껏 ‘꼬끼오~옥!’하고 외치는 꼬동이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었어요.</p><p>“웃음이 나오세요? 어휴, 이제 새벽마다 닭 울음소리 때문에 민원 장난 아니겠는데요, 악취가 난다. 시끄럽다, 누가 닭키우나……. 이제 관리사무소 전화통 불날 겁니다. 닭 주인 오면 제가 한소리 하겠습니다.”</p><p>씩씩이 경비아저씨가 투덜댔어요.</p><p>“어허, 김 군. 닭도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일세. 요즘 집에서 도마뱀도 키운다는데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나저나 냄새 너무 나서 안 되겠다. 관리사무소 앞 화단에 좀 풀어놔야겠어. 거긴 울타리가 높으니 괜찮을 거야.”</p><p>&nbsp;</p><p>“엄마, 언제와?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나봐. 꼬미와 꼬동이가 없어.”</p><p>학원 갔다 온 민찬이는 집안에 꼬미와 꼬동이가 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엄마는 얼른 서둘러서 집으로 왔어요. 연락을 받고 아빠도 빨리 퇴근을 했지요. 민찬이네 가족은 베란다의 방충망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아파트 뒤쪽 화단을 샅샅이 살폈어요.</p><p>“꼬미야, 꼬동아. 꼬꼬꼬꾸륵삐약. 어디에 있어? 그만 나와.”</p><p>민찬이는 닭 울음소리를 내며 꼬미와 꼬동이를 불렀어요. 그때 낯선 아저씨가 민찬이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어요.</p><p>“혹시 누구를 찾니?”</p><p>“네? 네. 꼬미와 꼬동이요.”</p><p>민찬이는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대답을 했어요.</p><p>“우리 아파트 경비원이시죠? 저희가 닭을 좀 찾고 있어요. 혹시 보셨나요?” 아빠가 민찬이 옆에 와서 머리를 긁적이며 경비 아저씨에게 말했어요.</p><p>“아! 닭 주인들이시군요. 닭들은 관리사무소에 있습니다.”</p><p>관리사무소 앞 화단에 있는 꼬미와 꼬동이를 보니 민찬이는 기뻐서 눈물이 찔끔 나왔어요. 기쁘면 눈물이 난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어요. 민찬이네 가족은 경비아저씨와 관리소장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꼬미와 꼬동이를 안고 얼른 집으로 왔어요. 꼬동이도 기뻐서 ‘꼬끼오~옥!’하고 우렁차게 노래를 불렀지요.</p><p>“그런데 꼬미, 꼬동아. 왜 집 나갔어? 집보다 밖이 좋아? 다시는 방충망 열어놓지 않을께.”</p><p>민찬이는 꼬미와 꼬동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다짐하듯 말했어요.</p><p>그런데 그날 이후, 민찬이는 화단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꼬미와 꼬동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어요.</p><p>“엄마, 꼬미와 꼬동이는 우리 집에서 우리랑 같이 사는 게 좋겠지?”</p><p>“당연하지. 꼬미와 꼬동이가 우리 민찬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런데 말이야, 우리는 항상 저녁에 집에 오니 그때까지 둘이서 좁은 베란다에서 지내면 답답할 것 같아.”</p><p>민찬이 엄마는 민찬이의 눈치를 보며 말했어요.</p><p>“민찬아, 사실은 어제 관리사무소에서 연락 왔어. 동네 사람들이 닭 울음소리가 시끄럽대. 그래서 말인데 꼬동이와 꼬미를 좀 더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보내면 어떨까.”</p><p>민찬이 아빠는 의논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꼬미와 꼬동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것으로 마음을 정한 것 같았어요.</p><p>“싫어!”</p><p>민찬이는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어요.</p><p>“꼬미 누나, 우리는 어떡하지? 정말 우리를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는걸까? 미안해. 내가 그 날 괜히 밖으로 나가자고 해서.”</p><p>꼬동이는 “꾸꾸꾸끄끄”하며 훌쩍거렸어요. 꼬미 누나는 꼬동이에게 다가가서 말했지요.</p><p>“꼬동아, 네 잘못 아니야. 밖에서 우리가 신나게 달린 것 기억나니? 나는 베란다에서 민찬이네 가족이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좀 답답했어.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그 날 네가 밖으로 나가자고 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 네 덕에 잠시 동안이었지만 달리니까 너무 신났어. 꼬꼬도도독 꼬꼬”</p><p>민찬이는 그날 밤늦게까지 울다가 잠이 들었어요. 민찬이네 엄마와 아빠도 밤늦게까지 고민을 했지요. 물론 꼬미와 꼬동이도 밤늦게까지 둘이서 이야기를 했어요.</p><p>&nbsp;</p><p>“민찬아, 잘 잤어? 엄마와 아빠는 이웃사람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꼬미와 꼬동이와 같이 살기로 결정했어. 이웃 간에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그렇게 사는 거잖아.”</p><p>어젯밤에만 해도 꼬미와 꼬동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자고 했던 엄마, 아빠는 밤새 마음을 바꿨어요. 그러나 민찬이도 밤새 마음을 정했지요.</p><p>“엄마, 꼬미와 꼬동이도 신나고 자유롭게 살고 싶을 것 같아요. 꼬미와 꼬동이는 아파트라서 불편하지만 가족이니까 참았을 거예요. 엄마가 전에 어른이 되면 독립해서 사는 것이라고 했죠? 꼬동이도 이제 울음소리도 커지고 어른이 다 됐으니까 독립해도 될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가끔 우리 집에 오는 것처럼 우리도 꼬미, 꼬동이집에 놀러 가면 되잖아요.”</p><p>민찬이도 단호하게 말했지만 눈물은 주르륵 흘렀어요. 민찬이 엄마와 아빠는 민찬이를 안아주었어요. 민찬이는 꼬미와 꼬동이를 안아주었고요. 그렇게 다섯가족은 한동안 서로를 안아주었어요.</p><p>“꼬미 누나, 우리가 가는 곳은 어디야? 꼬꼬꼭꾸르”</p><p>“민찬이가 그랬는데 민찬이 작은 아버지 댁이래. 전원주택에서 다른 동물들과 같이 산대. 꼬꼬”</p><p>“그럼 거기에는 우리 친구들도 있는 거야? 꾸르르꼬꼬”</p><p>“글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거기서 다시 가족을 만들어도 되고. 꼬꼬댁”</p><p>나릇한 오후, 꼬미와 꼬동이는 민찬이네 차를 타고 작은 아버지 댁으로 가고 있어요. 아파트 도시 바람이 풀냄새가 듬뿍 담긴 시원한 바람에게 꼬마 닭, 꼬미와 꼬동이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지요. 세상에, 꼬마 닭이 자유와 행복을 찾았다나 뭐라나 하면서요.</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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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02:13:37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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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1.쌤~ 단풍나무가 움직이는 영상  ai가 되어서 말을 걸면 대답해주고 그동안 지켜본 것도 아이들이 깜짝 놀라게 다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아요.</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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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ol start="2"><li><p>단풍나무가 가게 될 곳이 궁금해요. 단풍의 친구인 은행과 플라타너스같은 여러 나무가 있는 수목원의 풍경?같은걸 보여줘도 좋을것 같아요. 다양한 나무의 이름이 등장해도 신선할것 같고요~</p></li></ol>]]></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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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02:59:5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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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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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대화체가 많아서 굉장히 생동감있어요.</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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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꼬미와 꼬동이 이름이 더 라임감 있으면 어떨까요? 꼬미와 꼬레 ? ㅎㅎ 도레미 처럼요. 꼬도 꼬레 꼬미 꼬파? 그냥 막 생각해봤어요^^</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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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05:33:19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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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친구 없는 아승이 (초고)</title>
         <author></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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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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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05:44:17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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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초고 2025.05.08</title>
         <author>sungraes00015</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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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골칫떵이 준떵이 또는 쉽게 씌어진 이야기</strong></p><p>&nbsp;</p><p>“누나, 이것 좀 봐라. 예쁘지, 그치?”</p><p>대문을 열자마자 신난 준성이의 목소리를 마주하다니 어쩐지 불길했다. 내 코 앞에 놓인 준성이의 손톱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깨에 멨던 가방이 뚝 떨어지며 가방 속 양은 도시락통이 쨍한 울림을 만들었다.</p><p>“엄마!” 곧이어 비명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p><p>“어휴, 얘가! 조용히 좀 들어와!” 누가 들을세라 엄마의 손이 나를 황급히 문 안으로 잡아당겼다.</p><p>준성이의 손톱에서 시작된 사고의 예감은 낡은 풍금 건반 위에서 확신이 되었다. 낡은 책상 서랍에도, 숟가락에도, 심지어는 흑백 TV의 화면에까지 온통 스티커가 반짝이고 있었다. 스티커의 빛이 황홀할 수록 내 마음은 암흑이 되었다.</p><p>“아, 내 스티커! 어떡해!” 어느새 목소리는 울먹임으로 바뀌었다. 서울에서 사오셨다며 몰래 건네주시던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그 때 느낀 기쁨과 설렘이 아직 생생한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낭패감이 들었다.</p><p>조잡한 장난감 몇 종류와 학용품들만 파는 왕눈이 문방구에서는 이런 스티커를 구경도 할 수 없다. 방향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알록달록한 빛이 예뻐 차마 어디에 붙이지도 못했던 건데...... 준성이의 손을 탈까봐 빛바랜 가족 앨범 사이에 보물처럼 고이 모셔두었는데. 내 얼굴은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p><p>준성이가 자라면서 내 물건들은 점점 상태가 안좋아졌다. 망가지고 찢어지고... 온전한 상태로 있는 것들을 찾기 힘들었다. 과거 내 보물상자는 준성이에게 이미 몇 번 털린 터였다. 가족 앨범은 낡았다며 관심을 두지 않길래 안전할 거라 마음을 놓았다, 여기마저 습격을 당하다니 준성이 녀석에게는 누나의 보물을 찾아내는 코라도 달린 모양이었다.</p><p>내 방에 들어와 파헤쳐진 현장을 맞닥뜨리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p><p>“동생이 예뻐서 그런 건데 좀 봐줘라. 넌 누나잖아.” 얇은 붓으로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던 엄마가 내 쪽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립스틱 바닥 저 밑까지 야무지게 솔질을 하는 엄마는 금이라도 캐낼 것 같았다.</p><p>“누가 누나 시켜달래? 맨날 지겨운 누나 타령!” 엄마 얼굴 앞에다 대고 소리를 빽 질렀다. 엄마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p><p>“어이구, 성질 머리하고는.. 그 놈에 스티커가 뭐라고 이렇게 야단법석이야?”</p><p>엄마는 오늘도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말만 한다. ‘준성이가 잘못했다’, ‘속상하겠다’ 한 마디라도 해주면 내가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거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p><p>”엄마는 뭐했어? 왜 준성이가 사고 치는데 말리지도 않았냐구!!“ 고여있던 눈물이 제 갈 길을 찾아 흐르기 시작했다.</p><p>엄마 앞에서 울고 싶지 않은데, 준성이에게 우는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p><p>이 때다 기회를 잡은 눈물이 샘솟듯 넘쳐 흘렀다. 준성이 일이 되면 나는 언제나 참아야 하는 거다.</p><p>”아악!“ 소리를 한 번 세게 질러대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p><p>”어휴, 엄마 고마운 줄 모르고 저렇게 소리나 지르지.“ 문 밖에서 중얼거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막아 버렸다.</p><p>얼른 바닥에 이불을 깔고 밑에 머리를 넣었다. ‘</p><p>옷부터 갈아입어야지!!’ 귀에서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듯했으나... 알게 뭐람.</p><p>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p><p>‘어린 동생을 가진 누나의 숙명이야!’ 엄마는 성가신 일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숙명은 무슨 숙명.</p><p>엄마는 내가 귀찮을 뿐이다. 준성이를 더 사랑하니까.</p><p>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나를 예뻐해주시는 분은 5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신 뿐인 것 같다. 책임감이 있고 성실하다는 칭찬을 들었던 날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필 나의 엄마가 저렇게 퉁명스러운 사람이라니, 아빠가 보고 싶다, 말투도 친절하고 상냥한 서지윤 선생님이 엄마인 아이는 정말 행복하겠다, 잡념이 여기저기로 널을 뛰었다.​</p><p>”해성아,노올자~~“</p><p>꿈결에 들린 친구의 목소리에 자면서도 배시시 웃음이 흘렀다.</p><p>”해성아, 노올자!“ 꿈에서 들린 목소리인 줄만 알았더니 그새 까무룩 잠이 들었나보다. 그제서야 영란이 집에서 같이 놀기로 했던 게 생각 나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 귀중한 약속을 잊다니...</p><p>벌떡 일어나 거울부터 보았다. 눈물자국과 퉁퉁 부은 얼굴이 못났다. 다 준성이 때문이다 싶어 눈이 다시 세모꼴이 되었다.​</p><p>”어머, 영란이 왔니? 어서 와. 우리 영란이는 오늘도 공주님이네. 아줌마가 고구마 쪄놓은 거 있어. 어서 들어와“</p><p>”안녕하세요, 해성이 있어요?“</p><p>엄마와 해성이의 대화가 두런두런 들리자 마음이 급해진 나는 서둘러 문을 벌컥 열었다.</p><p>”영란아, 왔어? 어서 가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나는 엄마를 향해 샐쭉한 얼굴을 하고는 대문으로 향했다.</p><p>”어머, 해성아, 엄마 지금 일하러 나가야 해. 준성이 좀 데리고 놀아. 알았지?“ 가방까지 들고 어느새 나갈 준비를 마친 엄마가 하늘이 무너지는 말을 남겼다.​</p><p>”엄마, 오늘 일나가? 나 영란이네에서 놀기로 했단 말이야.“ 난처함에 얼굴이 구겨졌다.</p><p>”응. 애란이 아줌마가 급히 일손이 필요하다네. 어디 가지 말고 집에 딱 붙어 있어. 식탁 위에 저녁 차려뒀으니까 준성이 잘 먹이고... 알겠지?“</p><p>”아, 엄마, “ 가련한 표정으로 엄마를 보았지만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나간 뒤였다. 한 번 난장을 부려볼까 했지만 한푼이라도 아쉬운 사정을 생각하니 입을 다물렸다.</p><p>가정주부로만 살던 엄마는 아빠가 하늘로 가신 후부터 나와 준성이를 먹여 살리느라 일을 시작하셨다. 맨날 준성이만 싸고 도는 엄마지만, 돈 버느라 힘든 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영란이 집에서 놀 수 있는 날은 흔치 않다. 엄마가 고생하시는 건 알지만 오늘은 양보할 수 없다. 엄마가 눈에서 멀어지자마자 나는 준성이 몰래 걸음을 옮겼다.</p><p>”누나, 어디가?“ 헉, 어느 틈에 내 옆까지 다가온 준성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p><p>”엄마가 준떵이 보라고 했잖아.“ 이 녀석은 맨날 자기 이름 하나 제대로 못 말하고 준떵이, 준떵이. 해맑은 얼굴로 내 옷자락을 잡고 있는 작은 손을 보니 속이 다시 답답해졌다. 나는 아직 너를 용서하지 않았단 말이다. 옆에서 난처한 얼굴이 된 영란이를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p><p>”누나 오늘은 너랑 못 있어. 집에서 얌전히 놀아. 알겠지?“ 나는 준성이의 손을 떼어내며 냉정하게 내뱉었다.</p><p>”싫어, 준떵이도 누나 따라 갈거야!“</p><p>‘하아,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손가락으로 이마를 톡톡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p><p>”영란아, 뛰어!“ 답은 줄행랑이다. 나는 영란이와 함께 전력질주 하기 시작했다. 잠시 어리둥절하게 서있던 준성이도 곧바로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나보다 여섯 살 어린 준성이는 제 나이 또래 중에는 제법 날쌔다. 그렇지만 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지. 준성이가 따라오기 어렵게 우리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정신없이 내달렸다. 마을에는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빨간 벽돌 하나하나에 시멘트를 발라 올리던 아저씨의 어리둥절한 눈이 우리 뒤를 좇았다.</p><p>‘헉헉, 해성아, 준성이 왜 이렇게 빠르냐?” 꺾어진 골목 구석에 숨어 나와 함께 숨을 고르던 영란이가 말했다.</p><p>쨍한 해를 뒤에 두고 날다람쥐처럼 달리던 준성이가 잠시 멈추는 게 보였다. 이쪽 저쪽을 두리번거리던 준성이는 우리가 있는 쪽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참 곤란한 준성이다. 덩달아 급해진 나와 영란이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p><p>“아앙, 누나!” 우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준성이가 흙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었다.</p><p>“잘됐다. 어서 가자” 영란이가 반색하며 내 소매를 당겼다. 본능적으로 준성이를 향해 가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다.</p><p>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영란이를 따라 큰 길을 넘었다. 넘어져 있던 준성이가 마음 쓰여 뒤를 돌아다 보았다. 곧 읍내에서 도착한 버스가 저 멀리 넘어져 있는 준성이를 가려주었다.</p><p>오늘은 영란이 엄마가 모처럼 늦게 들어오시는 날이다. 아빠가 선장인 영란이의 집에는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예쁜 물건들이 많다. 아쉬운 건 영란이 엄마가 친구들 데려오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란이 엄마는 왜 그럴까? 나 같으면 이 대궐같은 집에 매일같이 친구들을 불렀을텐데... 엄마의 유난에 몸에 좋은 영양제며, 맛나고 좋은 것들은 다 먹는 영란이는 맨날 비실비실이다.</p><p>‘집에만 데리고 오냐오냐 품고 있으니 그렇게 맥아리가 없지. 좋은 거 암만 먹어봐라. 약은 입에도 안 댄 우리 해성이가 훨씬 건강하지.’ 엄마가 영란이를 볼때마다 하는 말에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나도 약해 빠져서 영양제 좀 먹어봤으면 좋겠다.</p><p>&nbsp;</p><p>영란이집에는 역시나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오늘은 영란이 부모님이 안 계신 덕에 안방에까지 잠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화장대 위에는 뭔지 모를 예쁜 색깔의 유리병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반짝반짝하는 케이스에 든 립스틱도 개수가 여러 개이다.</p><p>게다가 영란이방에는 새하얀 침대가 새로이 자리잡고 있었다. 동화 읽으며 상상만 하던 공주의 방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너무 부러워 샘도 나지 않았다. 영란이 침대 옆에 놓인 전화기의 다이얼만 돌리고 놀아도 재미있었다.</p><p>“잠깐만” 영란이가 냉장고로 가더니 큼지막한 귤 같은 걸 가지고 온다.</p><p>“해성아, 요게 뭔지 알아?” “귤인가? 그보다는 좀 큰데...” “이거 오렌지야. 아빠가 사오셨어.”</p><p>오렌지라니, 책에서나 들어봤지 실물로 보기는 처음이었다.</p><p>“응. 굉장히 비싸대. 진짜 맛있어.” 영란이는 흐뭇한 표정으로 큼지막한 오렌지의 껍질을 까나갔다. 껍질이 두꺼워 그런지 영란이는 꽤 애를 먹고 있었다. 조심스러운 손놀림에 맞지 않게, 껍질이 아무 모양으로나 벗겨지고 있었다.</p><p>호기심에 떨어진 껍질을 한 개 들어 코에 갖다 댔다. 상큼하면서도 시원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니 입에 침이 절로 고였다. 이윽고 간신히 깐 오렌지 한 조각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냉큼 받아 과즙이 흥건한 오렌지 조각을 홀랑 입에 넣었다. “와!!”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맛있어봤자 귤이랑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달큼하게 톡 터지는 과육이 입 안에서 제 위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p><p>“영란아, 이 껍질 내가 가져도 돼?” 염치도 모르고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뭐? 껍질을 어디에다 쓰려구?”</p><p>“아, 그냥 냄새가 좋아서.” 난 헤실거리며 멋쩍게 웃었다. 영란이는 갸웃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입꼬리가 더 크게 올라갔다. 곧이어 영란이가 까놓은 오렌지를 얼른 하나 더 집어 먹었다.</p><p>’이거 주면 준성이도 잘 먹겠지?‘ 습관처럼 떠오른 생각을 비집고 넘어져 울던 준성이가 떠올랐다. 눈물을 훔쳐내던 흙투성이 손, 나를 부르며 서럽게 울던 울음 같은 것들.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필이면 이런 즐거운 순간에 그 말썽쟁이 생각이 나다니.., 생각을 떨쳐내듯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흥, 준성이 녀석 따위 내 알 바냐?‘ 나는 오렌지의 맛을 음미하며 애써 구질구질한 장면들을 지워냈다. 오렌지를 넘기는 목이 왠지 좁아진 듯 했다. 나는 영란이가 넘겨주는 오렌지 조각을 목구멍과 싸워가며 날름날름 잘도 받아 먹었다. 누나를 부르던 물기 젖은 목소리도 같이 삼켰다. 껍질을 몇 개 들어 코 앞에 대고 있으니 깊숙이 들어오는 상큼한 냄새에 내 마음도 다시 들떴다.</p><p>&nbsp;</p><p>“영란아! 아빠 왔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반색한 영란이가 가지고 놀던 미미 인형을 팽개치고 달려나갔다.</p><p>영란이 부모님이 벌써 돌아오셨나 보다. 좀 더 열심히 놀걸.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신 걸 보니 너무도 아쉬웠다.</p><p>큰 배의 선장님이라 그런지 영란이 아빠는 키도 크고 가슴도 아주 넓다. 영란이가 뛰어가 안겨도 끄떡 없었다. ’우리 아빠는 어땠더라?‘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한 아빠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았다.</p><p>영란이 아빠가 양손에 든 그물 모양의 시장바구니에 먹을 게 가득했다.</p><p>덩달아 따라나간 나는 쭈뼛거리며 인사를 했다.</p><p>“안녕하세요.” “와, 해성이구나. 어디 보자. 못 본 새 키가 훌쩍 컸구나.” 언제봐도 다정하신 영란이 아빠의 한 마디에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돌았다.</p><p>“어머, 오렌지 먹었니? 이 비싼 걸 세 개나 먹었네.” 영란이 엄마의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말뜻을 이해하자마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영란이가 거의 다 먹고 난 몇 개 먹지도 못했는데. 훔쳐 먹다 들킨 것처럼 오렌지 껍질을 든 손이 부끄러웠다.</p><p>”해성아, 잘 놀았지? 이제 저녁 시간인데 집에 가야지“ 영란이 엄마가 입꼬리만 웃으며 교양 넘치는 말투로 말씀하셨다. 역시나 오늘도 눈이 마주치자마자 축객령이다.</p><p>”왜, 해성이도 같이 먹지.“ 뒷따른 영란이 아빠의 말씀을 듣자 가슴이 기대로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p><p>”아유, 해성이 엄마가 저녁 맛있게 차려주실 텐데 예의가 아니죠.“ 언제나 예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 영란이 엄마 다운 말씀이시다.</p><p>”아니 그래도 우리 공주님 친군데“ 영란이 아빠가 한 마디 더 거들자 영란이 엄마의 표정이 문득 싸늘해졌다.</p><p>”당신은 참, 해성이가 불편해하잖아요. 그렇지, 해성아?“</p><p>”아, 저 집에 가볼게요“ 대답을 재촉하는 듯한 영란이 엄마의 말에 집에 간다는 말이 불쑥 나와버렸다.</p><p>멋쩍은 듯이 영란이 엄마의 눈치를 살피는 영란이 아빠의 표정이 미안함을 닮았다.</p><p>나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문 앞에 놓인 터질 듯한 장바구니가 아파 보였다.</p><p>영란이네 현관을 나선 나는 돌연 대문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었다. 활짝 열린 대문이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따라 마당에서 두리번두리번 괜히 미적거렸다.</p><p>집으로 가봐야 얄미운 준성이 밥이나 차리겠지. 그 얼굴 보며 식은 밥이나 먹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실없이 서성이고 있었다.</p><p>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집 안에서는 어느새 맛있는 냄새가 솔솔 흘러나왔다. 영란이의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에 이어 영란이 아빠의 호탕한 너털웃음도 뒤따랐다. 온 식구가 다정하게 식탁에 둘러앉는 게 보이자 나는 마당에 높게 드리운 나무 아래 넓은 돌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저 우두커니 바라보다 나도 한 자리 차지한 상상도 해보았다.</p><p>아직 내가 여기 있는 거 아실 텐데. ‘꼬르륵’ 내 배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흥, 나 같으면 딸내미 친구도 불러서 같이 먹이겠다.’ 엉킨 마음을 비집고 원망이 비죽 튀어 나왔다. 내가 예의상 몇 번 사양해도 저녁 먹고 가라고 끈질기게 붙잡아야지. 영란이 엄마는 얼굴은 예쁜데 심뽀가 그저 그렇다. 그런 면에선 우리 엄마가 훨씬 인간미가 있지. 갑자기 생각이 엄마에게로 튀었다. 친구들이라면 언제나 환하게 맞아주는 엄마, 변변한 반찬도 없으면서 더 먹으라고 재촉하는 수더분한 목소리, 한 소쿠리 가득 찐 고구마를 건네던 거친 손... 머릿속에서 평소에 눈여겨 보지도 않았던 장면들이 차례차례 지나갔다. 괜히 콧날이 시큰했다.</p><p>다음 생신에는 립스틱이나 하나 사드려야지. 우리집이 아예 망하면 쓰려고 모아놓은 돈이지만 그 정도는 쓸만하다 싶다.</p><p>”찾았다!!“ 바로 옆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훽 고개를 돌렸다.</p><p>”누나!!“ 동그란 눈에 반가움이 가득 묻어 있다.</p><p>”누나, 준떵이가 찾았잖아. 왜 준떵이만 놔두고 갔어?“ 목소리에 섭섭함이 가득이다. 눈물자국이 거뭇한 준성이가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요녀석, 도대체 얼마나 뛰어다닌 걸까? 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앉은 준성이가 가슴을 들썩거리며 숨을 고른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며 좀 애처로운 생각이 들려는 찰나, 머릿 속에서 스티커가 휙 지나갔다. 가슴이 다시 울컥했다. 흥, 내 복수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 스티커가 어떤 스티커인데.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는 없지.</p><p>”누나, 준떵이 여기 아팠어.“ 준성이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찢어진 바지 사이로 피딱지가 앉은 게 보였다.</p><p>”헉, 준성아, 어디에서 이랬어?“ 모질게 다잡은 마음이 무색하게 가슴이 툭 내려앉았다.</p><p>”엉, 아까 전에 넘어졌어. 근데 넘어져도 안 울었어“ 지쳐 보이던 얼굴에 의기양양 생기가 떠올랐다. 준성이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조금 전과는 다른 이유로 가슴이 답답해졌다.</p><p>”누나, 준떵이 배가 고파.“ 자연스럽게 안겨오는 작은 몸을 감싸안았다. 미워서 어쩔 줄 모르던 휑한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하게 차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무심코 다시 영란이네로 흘깃 눈을 돌렸다. 마침 영란이 엄마가 거실 커튼을 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단란한 거실의 모습이 눈 앞에서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p><p>나는 먹을 게 없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손 끝에 사탕 껍질과 동전 2개가 감지되었다, 곧이어 길쭉하고 동그란 뭔가가 만져졌다. 뭔가 싶어 꺼내어 보니, 고구마였다. 내 손바닥보다 좀 작고 준성이 손목보다는 굵은 고구마의 껍질이 단단했다. 며칠 전에 놀러 나가며 무심코 넣어뒀던가 보다. 한 입 거리도 안되는 차가운 고구마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고민하다 힘을 주어 반으로 뚝 잘랐다. 조금 더 큰 쪽을 준성이에게 내밀었다.</p><p>”와, 고구마다!! 누나 준떵이 고구마 좋아하지, 그치.“ 이게 뭐라고 조그만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급하게 받은 준성이가 서툰 손놀림으로 껍질을 깠다. 이윽고 껍질이 덜 까진 고구마가 입 속으로 들어갔다.”우리 준성이 고구마 좋아하지. 목 막히니까 천천히 먹어.“ 오물오물 먹는 귀여운 입에 잠시 머무르던 내 시선이 무릎에 이르렀다.</p><p>”준성아, 아팠겠다. 누나가 집에 가서 약도 발라주고 밥도 줄게. 우리 준성이 넘어졌는데 울지도 않고 최고다, 최고!!“</p><p>”누나도 최고!!“ 준성이가 엄지를 치켜든다. 손톱 끝이 새까맣다. 고구마를 꿀껏 삼킨 준성이가 사르르 웃으며 나와 눈을 맞춰왔다. 마주 웃어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입꼬리는 오히려 더 내려왔다. 준성이의 짧은 팔이 나를 안고는 토닥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나도 준성이의 몸에 팔을 둘렀다. 내 품에 포옥 들어오는 준성이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p><p>스티커도, 오렌지도, 모든 어지러운 생각들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온도였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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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09:13:35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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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월 22일 원고</title>
         <author>gracebsy1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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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수정 원고는 한번 더 올리겠습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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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11:10:00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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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월 13일 초고</title>
         <author>gracebsy1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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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반장선거에 나간 표인정</strong></p><p>&nbsp;</p><p>“표인정! 15표! 반장 당선!”</p><p>“축하해, 인정아.”</p><p>“우와, 좋겠다.”</p><p>친구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하던 순간이었다.</p><p>“따르릉”</p><p>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교실이 아닌 내 방이었다.</p><p>“아, 뭐야? 꿈이었잖아. 진짜인 줄 알았네.”</p><p>투덜대며 눈을 비빈다. 시계 작은 바늘이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 세수부터 해야겠다.</p><p>엄마가 해 주시는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간다. 아이들은 내일 반장선거라고 들떠 있다. 새 학년, 가장 눈에 띄는 친구는 김나래이다. 나래는 밀가루를 바른 듯 얼굴이 뽀얗고, 눈에 큰 쌍꺼풀이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 느낌이 난다. 나래가 있는 곳에는 친구들이 붐빈다.</p><p>나래와 달리 난 예쁘지 않다. 눈도 단추 구멍만하고 볼품없다. 키도 작아서 ‘땅콩’이라고 놀림 받는다. 그렇다고 성격이라도 좋으면 좋을텐데, 왕소심이다. 나는 왜 잘난 구석이 없을까?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예쁜 나래가 너무 부럽다. 내일 나래가 반장이 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다.</p><p>“내일 반장 선거 나갈 학생들은 어떤 말을 할지 집에서 생각해 오세요. 다른 친구들은 어떤 친구가 우리 반 반장이 되면 좋을지 고민해 보세요. 인기 있는 친구가 아니라, 정말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해 줄 친구를 뽑아야 해요.”</p><p>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든다. ‘그래,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할 사람은 바로 나지!’ 다른 친구들이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반장 선거에 나갈 생각에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소견발표 때 어떤 말을 할지 머리를 굴리며 낙서를 끄적인다.</p><p>학교가 마치자 쏜살같이 달려 집에 도착했다.</p><p>“엄마, 내일 반장선거래!”</p><p>“그래? 우리 딸 나가야지.”</p><p>“엄마, 난 나가도 떨어질지 몰라.”</p><p>“그건 모르는 거야. 우리 딸이 얼마나 똑똑한데. 열심히 하면 못할 게 없어.”</p><p>“치, 엄마는 무조건 열심히 하래.”</p><p>엄마의 말이 못마땅하다. 반장선거를 나가고 싶다가도 엄마가 나가라 하니, 괜히 나가기 싫다. 그래도, 안 나가면 후회할 것 같다. 반장선거 소견발표 연습은 해야겠다. 연습장과 연필을 챙겨 거실로 나간다.</p><p>“엄마, 소견발표 도와줘.”</p><p>“그래 한번 해 봐.”</p><p>“제가 반장이 된다면,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p><p>“인정아, 반장이 된다면을 첫째, 둘째, 셋째로 나눠서 다시 연습해 봐.”</p><p>“제가 반장이 된다면 첫째, 우리 반을 깨끗한 반으로 만들겠습니다.</p><p>둘째, 친구들이 서로 배려하는 평화로운 반을 만들겠습니다.”</p><p>“인정아, 셋째는 이렇게 해 봐. 실내화를 벗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이 실내화가 닳도록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p><p>“좀 어색한 것 같은데?”</p><p>“아니야, 시각적으로 효과를 줘야지.”</p><p>“음, 그래요.”</p><p>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마지못해 셋째에서는 실내화를 보여주기로 했다. 소견 발표 연습을 열 번 정도는 한 것 같다. 가족 앞에서 소견발표는 누워서 떡 먹기다. 난 말하는 것에는 조금 자신이 있다. 발표를 잘 한다고 곧잘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반장선거는 다르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는데 당선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엄마가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잠이 잘 안 온다. 억지로 잠을 청한다. 소견발표때 말할 내용을 떠올리다 스르르 잠에 든다.</p><p>&nbsp;</p><p>드디어 반장선거날 아침, 마음이 두근댄다. 아침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긴장을 해서인지 사르르 배도 아프다. 학교를 가다 준표를 만났다.</p><p>“어, 인정아!”</p><p>“준표야, 너 반장선거 나갈거야?”</p><p>“응, 너는?”</p><p>“음, 잘 모르겠어.”</p><p>반장선거 나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p><p>준표와 교실에 도착했다. 왠지 친구들이 다 나를 보는 듯하다. 행동이 조심스럽다. 1교시는 국어, 2교시는 수학 수업이다. 수업 시간에 자꾸 눈길이 시계로 간다. 드디어 3교시가 되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큰 글씨로 ‘1학기 반장선거’를 쓰셨다.</p><p>“3교시는 반장선거입니다. 자, 반장선거를 시작하겠습니다.”</p><p>담임선생님은 반장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되는지 한참 설명을 늘어놓으신다.</p><p>‘아, 얼른 빨리 시작하면 좋겠는데.’</p><p>선생님의 긴 설교 뒤, 드디어 반장선거를 시작한다.</p><p>“우리 반에서 반장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친구를 추천해 주세요.”</p><p>“김나래를 추천합니다.”</p><p>“최민철을 추천합니다.”</p><p>“서준표를 추천합니다.”</p><p>후보자 수가 점점 많아지는데 막상 친구들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초조한 나머지 손톱을 물어뜯는다.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인다.</p><p>“자, 이제 후보 마감을 해야겠는걸.”</p><p>마음이 콩쾅콩쾅 뛴다. 이러다 후보도 못 되겠다. 아슬아슬한 찰나, 용기 내어 손을 든다.</p><p>“어, 그래, 표인정”</p><p>“저는 저를 추천합니다.”</p><p>“와, 자기가 자기를 추천한대.”</p><p>몇몇 아이가 키득키득 웃는 것 같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을 들키면 안되니 애써 태연한 척한다.</p><p>“그럼 이제 후보자 등록은 마감하겠습니다.”</p><p>가까스로 후보자 번호에 들었다. 후보자 10번이라니, 이름이 맨 마지막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견발표를 잘 하면 되지!’ 집에서 엄마와 열심히 연습한 실력을 친구들에게 보여줘야겠다.</p><p>“자, 소견발표를 시작합니다. 기호 1번, 김나래.”</p><p>나래가 나와서 발표한다. 역시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또렷한 발음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친구들을 쳐다보는 눈빛가지 완벽하다. ‘역시 나래야.’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내 마음이 작아진다.</p><p>다른 후보들의 발표가 진행되면서, 점점 내 순서가 다가온다. 심장 소리가 귓가에 쿵쾅댄다.</p><p>“기호 10번, 표인정, 앞으로 나와주세요.”</p><p>연습한 대로 잘 해야지 하며 앞에 나간다. 당당한 척 하려는데, 목소리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p><p>“제가 반장이 된다면 첫째, 우리 반을 깨끗한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둘째, 친구들이 서로 배려하는 평화로운 반을 만들겠습니다.”</p><p>잠시 망설이다 실내화를 꺼내 든다.</p><p>“셋째, 이 실내화가 닳도록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p><p>“오, 인정이!”</p><p>조용했던 교실이 와르르 웃음과 박수로 가득 찬다. 실내화가 좀 통한 것 같다. 엄마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았다. 쪽팔릴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소견발표는 이 정도면 성공이다. 이제 투표만 잘 되면 된다. 선생님이 표를 나눠주신다.</p><p>“선거의 4가지 원칙이 있죠? 직접선거, 보통선거, 평등 선거, 비밀선거. 나 누구 찍었다. 이런 말 하면 안돼요. 조용히 자기 표에만 이름 쓰세요. 후보자 이름 틀리지 않게 조심합니다. 이름이 틀리면 무효! 자, 이제 뽑고 싶은 후보자 이름을 쓰세요.”</p><p>사각 사각, 연필 소리가 들린다. 친구들이 내 이름을 써 주면 좋을텐데, 누가 내 이름을 써 줄까? 나라도 내 이름을 쓸까 싶다.</p><p>‘내가 내 이름을 써도 될까?’</p><p>‘아니야, 내가 왜 내 이름을 써. 다른 친구 이름을 써야지.’</p><p>‘내가 내 이름을 써야 1표가 더 나오지 않을까? 0표가 나오면 어떻게 해?’</p><p>‘친구들이 내가 내 이름을 쓴 걸 알면 놀릴지도 몰라.’</p><p>결국, 양심에 못 이겨 친구의 이름을 쓴다. ‘서준표’ 왠지 나래는 당연히 당선될 것 같고, 그나마 인기가 없을 것 같은 준표의 이름을 쓴다.</p><p>“자, 다 썼나요? 표를 두 번 접어 바구니에 냅니다. 그럼 표를 걷겠습니다.”</p><p>표를 다 걷자, 드디어 개표의 시간이 왔다. 아, 두근거린다.</p><p>“김나래”</p><p>“김나래”</p><p>“최민혁”</p><p>“김나래”</p><p>“서준표”</p><p>역시 예상대로 나래는 몰표를 받는다. 내 이름은 왜 한 번도 나오지를 않는지.</p><p>“표인정”</p><p>어? 내 이름이?</p><p>“표인정”</p><p>또?</p><p>“김나래”</p><p>“서준표”</p><p>…</p><p>“김나래 8표 반장, 최민혁 4표 부반장, 서준표 3표 총무 당선입니다.”</p><p>난 총 2표를 받았다. 1표 차이로 서준표에게 밀려 학급 임원이 되지 못했다. 난 너무 서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준표 이름 대신 내 이름을 쓰는 거였는데. 너무 속상해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른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일어선다.</p><p>“어, 표인정, 너 우니?”</p><p>얄미운 서준표, 좀 조용히 있지는! 내가 우는 것을 반 친구들 다 들리게 말한다.</p><p>“아니, 내가 왜 울어?”</p><p>눈에 눈물이 고인 채, 표로통하게 받아친다.</p><p>“울었구만!”</p><p>“아니야!”</p><p>“어, 너희 둘이 왜 싸우니?”</p><p>“아니, 준표가 나 안 울었는데 울었다고 하잖아요.”</p><p>말을 하다보니 선생님 앞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p><p>“인정이가 많이 속상하구나. 인정아, 잠깐 선생님이랑 이야기하고 올까?”</p><p>선생님을 따라 학년연구실에 간다.</p><p>“인정아, 이건 비밀인데, 선생님도 반장선거에 떨어진 적이 있었어. 너무 반장이 되고 싶었는데, 떨어졌던 거야. 선생님은 절대 반장이 못 될 줄 알았지. 그런데 있잖아, 인정아. 결국엔 또 기회가 오더라. 이번이 끝이 아니야. 널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렴.”</p><p>선생님의 말이 100%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내 마음을 달래주려고 애쓰시는 것이 느껴져 격한 마음이 진정된다. 자꾸 눈물이 나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교실에 가도 괜찮을 것 같다.</p><p>절대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수업을 하다보니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진다. 곧 내가 좋아하는 체육수업이다.</p><p>&nbsp;</p><p>“여러분, 오늘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피구 시합을 할 거에요. 준비운동부터 합시다”</p><p>“하나, 둘 셋 넷!” 선생님 구령에 우리는 “다섯, 여섯, 일곱, 여덟!”을 외치며 몸을 푼다.</p><p>“자, 이제 준비운동을 다 했으니 피구 시합을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준비, 시, 작!”</p><p>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공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경기는 생각보다 치열했다. 공이 이리저리 튀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팀은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다. 상대팀의 민혁이가 꽤 피구를 잘 했다. 준표 공에 맞은 우리 팀 선수가 많이 아웃되었다. 결국 나래와 나만 남았다.</p><p>“나래야, 조심해!”</p><p>민혁이가 나래를 겨냥해 공을 던졌다. 방금 전까지 어깨를 움츠리고 있던 나래가 공을 맞기 직전이었다. 난 반사적으로 나래 쪽으로 몸을 날렸다.</p><p>퍽!</p><p>공이 내 배에 꽃쳤고, 난 공을 꽉 안았다.</p><p>“우와!”</p><p>친구들이 탄성을 질렀다. 아슬아슬하게 난 선 안에 서 있었다. 공격찬스가 주어졌고, 나는 민혁이를 향해 공을 던졌다.</p><p>명중, 민혁이가 아웃되었다. 민혁이가 아웃되자 상대팀이 기를 못 썼다. 결국 상대편을 모두 아웃시키고, 우리팀은 역전승을 거뒀다.</p><p>＂와아아! 인정이 짱이다!“</p><p>”체육부장 각인데.“</p><p>친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난 반장선거에서 떨어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눈물이 자꾸 나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싶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친구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p><p>”인정이 피구왕이네.“</p><p>”그래, 인정이 피구 진짜 잘한다.“</p><p>어쩌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난 피구왕이 되었다.</p><p>선생님이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말씀하셨다.</p><p>“얘들아, 우리 체육부장을 뽑아야 하는데. 체육부장으로 누가 좋을까?”</p><p>“인정이요!”</p><p>“인정이 좋아요! 표인정!”</p><p>“인정이가 체육부장 되는 데 찬성하는 사람?”</p><p>주위를 둘러본다. 이럴수가! 친구들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p><p>“표인정, 체육부장, 당선!”</p><p>&nbsp;</p><p>그렇게 난 체육부장이 되었다. 학교 수업이 마치고 준표가 와서 말했다.</p><p>“인정아, 너 피구 진짜 잘하더라. 체육부장 된 것도 너무 부럽다.”</p><p>“고마워, 내가 피구를 좀 좋아해서.”</p><p>“총무보다 체육부장이 훨씬 좋은 것 같아. 나도 체육부장하고 싶은데. 체육부장은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잖아.”</p><p>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준표의 표정에 웃음이 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따듯한 햇살 속에 봄바람이 내게 속삭인다. ‘인정이를 인정합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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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13:13:35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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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친구 없는 아승이 (가제) (0413 초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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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br/></p><p>&nbsp;</p><p>나는 친구가 없다. 처음부터 친구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유치원에서는 함께 노는 친구가 분명 있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3학년이 된 지금은 친구가 없다.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부끄러움도 별로 안타고,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인사를 잘하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하기까지 하다. 엄마도, 선생님도 모르는 세계 역사와 지리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영어도 잘한다.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아이는 우리 반에 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나를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다.</p><p>하지만 나도 짐작이 가는 바가 전혀 없지는 않다. 1학년 때 일이었다. 3반에 민서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아픈 병에 걸려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민서를 보자마자 내가 잘 알고 있는 만화영화 캐릭터가 떠올랐다. 카이유라고 하는 캐나다 남자아이이다. 민서처럼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민서를 보자마자 나는 이렇게 말했다.</p><p>“너는 카이유처럼 대머리구나!”</p><p>민서는 그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민서가 그날 일 이후 기분이 몹시 상하여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게 된 것이었다. 이 일로 엄마는 학교 선생님과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학교에 방문도 했다. 엄마는 나를 혼내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p><p>“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기분 나쁜 말을 하면 안 돼. 그런데 대머리는 기분 나쁜 말이야.”</p><p>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망치는 말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대머리’처럼 부정적인 표현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망치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대머리’ 같은 말만 조심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p><p>2학년 때 우리 반은 발표가 끝나면 발표자에게 박수하는 문화가 있었다. 내가 아주 좋아했던 문화였다. 박수를 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그래서 나는 매시간 열심히 발표했다. 선생님의 질문은 내가 다 아는 내용이라 어렵지도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다른 아이들은 쉬운 질문의 답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p><p>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발표만 하면 아무도 박수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발표를 열심히 했다. 박수가 없어도 발표 그 자체가 재밌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이렇게 말씀하셨다.</p><p>“아승아, 다른 친구들도 발표할 기회가 필요해. 발표는 한 시간에 한 번만 하렴.”</p><p>그제야 알았다. 친구들이 박수하지 않는 이유를. 내가 혼자만 발표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해는 안 되었다. 한 시간에 한 번만 발표해야 한다는 규칙은 원래부터 없었다. 왜 선생님은 없는 규칙을 만들어서 내 잘못이라고 하는 것일까? 원칙적으로는 발표자에게 박수하지 않는 친구들이 잘못한 것인데.</p><p>어려웠다. 정말 어려웠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일은 정말이지 어려웠다. 엄마는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눈치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그런데 남의 마음을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 누구나 가능한 것일까? 나는 눈치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나에게는 남의 마음을 읽는 것이 초능력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내 입에 배터리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필요할 말을 할 때만 쓰고 눈치 없는 말이 나올 때는 빼버리면 될 텐데 말이야.</p><p>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친구가 없어도 나의 학교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쉬는 시간에는 재밌는 책을 읽었다. 점심시간에는 내 자리에 앉아서 맛있는 급식을 먹고 또다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친구가 없어도 크게 외롭지는 않았다. 수업도 재밌고 쉬는 시간에 재밌는 책도 읽고 점심도 맛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나의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흔들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p><p>“깜짝 공지가 있습니다. 곧 다가올 여름방학을 기념하여 내일 학급 학예회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조별로 장기자랑을 준비해오세요.”</p><p>점심을 먹은 후 막 나른해지기 시작한 5교시에 선생님은 깜짝 공지를 발표했다. 뜬금없이 조별로 장기자랑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까 먹은 점심밥이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조별로 발표를 하라니. 수행평가 때처럼 선생님이 조를 짜 주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아무도 나랑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어떻게 조원을 구하지?</p><p>다른 아이들도 나처럼 불만이 있어 보였다. 물론 나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의 불만은 선생님이 연습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당장 내일 발표회를 연다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딱딱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p><p>“쓸데없이 방과후에 모여서 연습하느라 시간 쓰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하루 만에 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해오도록.”</p><p>아이들은 더더욱 볼멘소리를 냈다. 하지만 나는 혼자만 완전히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들의 아우성은 신경 쓰지 못했다. 그때 나의 머릿속을 뒤덮은 것은 오직 하나였다.</p><p>‘조원을 못 구해서 혼자 발표하면 얼마나 부끄러울까?’</p><p>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조를 짤 시간을 주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순식간에 삼삼오오 조를 다 짜버렸다. 예상대로 조원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조원 구성을 마친 아이들은 하나둘씩 앞다투어 앞에 나가 명단을 선생님께 알리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부끄럽고 뻘쭘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간절하게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p><p>숨 막혔던 5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선생님은 나를 조용히 불렀다.</p><p>“아승아, 갑자기 조를 짠다고 해서 당황스러웠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예서네 조에 들어가 면 돼. 예서와는 이야기를 해놓았어.”</p><p>역시. 선생님이 아무런 대책 없이 이런 계획을 발표할 리가 없었다. 내가 조원을 못 구할 줄 알고 미리 내가 들어갈 조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었다. 그럼 나는 선생님이 짜 주신 조에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p><p>‘내가 왜 나를 원하지도 않는 아이들 틈에 억지로 끼여서 발표해야 하지?’</p><p>그리고 예전에 엄마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도 떠올랐다.</p><p>‘학교에 가기 싫으면 억지로 안 가도 돼. 체험학습을 쓰면 되니까 언제든지 말해.’</p><p>나는 내일의 장기자랑 발표회야말로 억지로 학교에 가지 말아야 할 상황이 아닐까 생각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아주 불쾌하고 부끄러운 이벤트가 발생한 상황.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p><p>“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내일은 체험학습을 쓰려고 했었어요”</p><p>선생님은 깜짝 놀란 얼굴로 나에게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하고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왠지 모르게 후련하고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6교시 수업까지 모두 끝나기를 기다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p><p>“엄마, 저 내일 학교에 가지 않을래요. 체험학습 신청서 써줄 수 있어요?”</p><p>그런데 엄마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p><p>“내일? 어쩌지. 엄마는 내일 오전에는 일이 있는데. 다른 날은 안 되겠니?”</p><p>“그게 무슨 말이에요. 학교에 가기 싫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했잖아요.”</p><p>“그랬지. 그런데 하루 전에 갑자기 말하면 엄마도 일정을 바꾸기가 어렵단다.”</p><p>나는 엄마가 한 번 안 된다고 할 일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우리 담임선생님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 그리고 융통성도 없다. 그래서 얼른 전화를 끊고 담임선생님이 계신 우리 반으로 향했다. 차라리 담임선생님께 다시 예서네 조원으로 넣어달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p><p>“어쩌지. 예서네 조는 조금 전까지 장기자랑 내용을 맞춰 보다가 집으로 갔는데.”</p><p>교실에서 만난 선생님은 이미 아이들이 집으로 갔다는 아주 실망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장기자랑 시간에 뻘쭘하게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의 모습도 떠올랐다.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얼굴은 화끈거리다 못해 따끔했다. 선생님은 나를 슬쩍 보시고는 예서에게 전화해서 발표회 때 나를 끼워달라고 부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예서네 조는 이미 장기자랑 분량을 다 나누어 놓았을 것이다. 완성된 판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그냥 서 있는 것은 더 부끄러울 것 같았다. 나는 힘이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p><p>“그냥 혼자 발표할게요. 그건 되죠?”</p><p>선생님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떤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말없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p><p>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양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눈에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신발 위로 툭툭 떨어졌다. 어찌나 많이 떨어지는지 신발 앞 코가 다 젖을 정도였다. 지금까지의 학교생활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정말 싫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런 이벤트를 계획한 선생님도 싫었다. 하지만 제일 원망스러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애초에 눈치 없이 행동해서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게 만든 것도 나니까.</p><p>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를 만났다. 엄마가 서럽게 우는 나의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끅끅거리며 울다가 겨우 진정을 하고 엄마를 봤다. 엄마는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도 내가 운 이유를 안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p><p>“엄마, 나는 왜 눈치가 없어요? 왜 친구들은 다 나를 싫어해요? 나는 왜 친구가 없어요?”</p><p>내가 한 질문은 엄마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았다. 왜냐면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을 이렇게도 골라보고 저렇게도 골라보는 것 같았다. 드디어 엄마가 나에게 해줄 말을 정했는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p><p>“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라.”</p><p>한참 만에 입을 연 엄마에게서 들은 첫마디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니? 어떤 의미일까? 혹시라도 나는 인간이 아닌 걸까? 우주에서 온 외계인인걸까?</p><p>“너는 달라. 너의 뇌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지. 다른 사람도 너를 이해하기 힘들고.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거 야. 엄마 뱃속에서부터.”</p><p>“그럼 나는 나쁜 병에 걸린 거예요? 다른 사람을 이해 못하는 병?”</p><p>“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나쁜 것도 아니고 병도 아니야. 아승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기 억력이 좋지? 세계 역사나 지리에 대해서 줄줄 꿰고 있잖아. 세계 국기는 어때? 어렵지 않 게 다 외웠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이런 장점도 있어.”</p><p>엄마는 휴대폰을 꺼내서 뭐라고 검색하더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위대한 과학자와 발명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p><p>“이 사람들도 아승이처럼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어. 아승이처럼 학교생활이 힘들었대. 하지 만 위축되지 않았고 꾸준히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해서 엄청 난 성과를 냈어. 만약 이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현대 사회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닐거야.”</p><p>엄마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다.</p><p>“아승이도 책을 열심히 읽으면서 관심이 있는 분야에는 끊임없이 파고드는 장점이 있잖아. 그래서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어렵다는 것은 단점이 맞아.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어도 다른 친구들이 상처를 입기도 해.”</p><p>엄마의 말을 들으니 나를 피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친구들은 상처를 받기가 싫었을 뿐 일부러 나를 따돌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럼 나는 어떡하지? 이렇게 평생 친구 없이 지내야 하는 것일까?</p><p>“아승이도 조금 더 크면 친구들의 마음을 읽는 법을 더 잘 알게 될 거야. 그러면 친구들에 게 상처를 주지 않고도 말을 잘할 수 있어. 친구들도 조금 더 크면 아승이가 말하고 생각하 는 방식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 네가 가진 재능도 좋아해 주겠지.”</p><p>“맞아요. 나는 뭐든지 빠르게 잘 외우니까 친구의 마음을 읽는 방법도 언젠가는 다 외울 수 있을 것 같아요.”</p><p>“그래. 대신 그때까지는 엄마가 아승이의 친구가 되어줄게.”</p><p>나는 침대에 누워서 오늘 엄마에게 들었던 내용을 곱씹어 보았다. 나에게는 초능력과도 같이 느껴지는 ‘눈치’라는 것이 없는 이유는 나의 뇌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계를 바꾼 과학자와 발명가의 이야기까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p><p>“그래. 남의 기분을 망치는 것은 잘못이지만 친구가 없는 것이 잘못은 아니잖아!”</p><p>나는 평소에 자주 연습했던 피아노곡을 연주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p><p>드디어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내가 교실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각자 가지고 온 소품을 활용하며 막바지 연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그냥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1교시 종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어느새 시종이 울리고 학급 장기자랑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각자 조별로 준비해 온 단체 안무, 코미디, 노래 등을 선보이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예서네 조는 연극을 준비했는데 어찌나 대사가 많던지. 내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p><p>모든 조의 발표가 끝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예상처럼 학급 전체에 무거운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다른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친구가 없어서 혼자 발표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니까.</p><p>“제가 준비한 곡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입니다.”</p><p>나는 학급 아이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학원에 다녔기 때문에 이 정도 연주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피아노 연주를 마쳤다. 연주가 다 끝나자 아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다행히 이번 발표는 아무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았나 보다. 어쨌든 나는 기분이 좀 좋아졌다.</p><p>그날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단짝 친구가 없다. 하지만 괜찮다. 학급 친구들이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친구들과 선생님께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아는 것이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친구가 있든 없든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다. 나의 뇌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p><p>&nbsp;</p><p>&nbsp;</p><p>&nbsp;</p><p>&nbsp;</p><p>&nbsp;</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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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14:51:30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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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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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미지 작가님 글이 너무 좋네요. 엄마에게 체험학습을 써 달라고 할때 엄마가 단호하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하면 어떨지.. 전체적으로는 너무 좋고 글을 마지막에 글쓴이의 해석 한 마디를 넣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lt;조금 다른 아이에 대한 이야기&gt;같은 거요. 미지 작가님의 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글을 읽으니 글이 더 와닿는 느낌이 들어서 아마 다른 독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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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3 21:17:5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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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미애</title>
         <author>aldorla8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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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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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4 11:51:23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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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별금지법(초고)</title>
         <author>aldorla8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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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이별 금지법</strong></p><p><br/></p><p>“헐 ? 선생님 무슨 그런 법이 있어요?” 나 풍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p><p>대풍초등학교의 5학년 5반 개학식 아침, 충격의 쓰나미는 담임교사 김미아 선생님의 인사와 시작되었다.</p><p>“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김미아 선생님이예요. 1년 동안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5학년 5반이 되길 바라요. 알았죠? ”</p><p>“네.”, “ 목소리가 씩씩한걸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예의 바른 행동을 하는 5반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봐요.”</p><p>“ 아참, 중요한 걸 말 안 했네요. 선생님이 맡은 반에만 특별한 법이 있어요. 무엇일까요?</p><p>맞추는 친구에겐 급식 1등 우선권을 주겠어요. ”.</p><p>”급식 다 먹기 법? ”친구 괴롭히지 않기법? ”욕설 금지법? “방귀, 트림하지 않기 법?</p><p>”아쉽지만 땡! 모두 틀렸어요. 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꼭 법으로 금지해야겠 다라고 생각한 법이 있어요. 바로 이별 금지법입니다.</p><p>이 법은 이성을 좋아하되 고백하여 사귀면 그 학년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헤어지지 못하는 법이랍니다. 사춘기인 남, 여 친구들끼리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그 래서 고백하고 사귀면, 커플끼리 꽁냥꽁냥대서 학급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하지만 문제는 이 커플들이 투투데이를 넘기지 못하고 쉽게 헤어지는 바람에 원수가 되는 게 더 나쁜 경우더라고요. 헤어지고 나면 ‘같은 모둠하기 싫다. 쟤가 나랑 헤어지고 내 베프 이랑 사귀는 바람에 단짝도 잃고, 남친도 잃어서 괴롭다’는 친구도 많이 봐왔어요.“</p><p>“그래서 생긴 법이 바로 이별 금지법이예요. ”</p><p>이별 금지법을 소개받은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쑥덕거리기 시작했다.</p><p>” 우리 반에만 있는 특별한 법이죠. 쉽게 고백하고, 쉽게 헤어지는 너희들에게 누군가를 좋 아하고, 사랑하는 것에은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치 고 싶은 선생님의 깊은 뜻이니, 모두 명심해주길 바라요. 이별 금지법을 어길 시 엄청난 벌이 있을 것이니 조심들 하고. 알았죠?</p><p>지럽이가 사랑이에게 조용히 말했다.</p><p>“ 큰일 났어. 나 어떡해. 난 투투데이를 넘겨본 적이 없는데…. 사랑이 너는 모태솔로라 좋 겠다. 인기 많은 나에게 이별 금지법은 악법이야. 별 희한한 법 때문에 나한테 고백도 못 하고 마음을 숨겨야만 할 남자애들 불쌍해서 어떡해. ”</p><p>지럽이는 사랑이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지만 사랑과 연애에 관해서는 의견이 정말 맞지 않는다. ‘지럽이의 공주병이 또 시작되었어. 이별 금지법 재미있는데? 나야 뭐, 누구도 좋아하지 않으니…. 진짜 우리 반이 어떻게 될까? ’ 사랑이는 궁금해졌다.</p><p>&nbsp;</p><p>“얘들아, 소식 들었어? 어제 유찬이가 놀이터에서 원영이에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고백했대. 원영이가 고백을 받아주고, 둘이 어제부터 사귄대.”</p><p>“진짜? 부럽다. 근데 선생님도 아셔?”</p><p>“그런가봐. 유찬이랑 원영이가 비밀연애는 싫다고 선생님께 오늘 등교하자마자 말씀드렸대.”</p><p>“우와! 유찬이랑 원영이 멋지다. 나는 헤어졌을 때의 벌이 무서워서 고백도 못 하고 있는데, 서로 진짜 좋아하나봐.”</p><p>우리 반의 1호 커플이 탄생했다. 이별 금지법도 막을 수 없는 용감한 사랑에 5반 아이들은 모두 유찬이와 원영이를 응원했다. 이어서 2호, 3호 커플도 탄생하면서 모두들 이별 금지법의 존재를 잊은 듯 보였다.</p><p>&nbsp;</p><p>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이별의 폭풍이 몰아쳤다. 영원할 것 같았던 5반의 첫 번째 커플 유찬이와 원영이가 투투데이를 하루 앞두고 헤어졌다. “투투데이의 저주”</p><p>유찬이가 6반 유정이와 단둘이 시내에서 마라탕을 먹고 코인노래방도 가고 스티커 사진도 찍는 것을 원영이 친구가 목격했다. 목격자의 이야기를 들은 원영이는 분노하며 이별을 선언했다고 한다.</p><p>“유찬이 걔 이상해. 원영이랑 사귀면서 유정이랑 왜 데이트를 하는 건데? ”</p><p>＂원영이 진짜 화나서 둘이 헤어졌잖아. 근데 헤어지고 나서 원영이가 유찬이 볼 때마다 눈을 흘기고, 유찬이가 하는 말도 다 씹어버린다니까. 나 둘하고 같은 모둠인데 너무 눈치 보여.“</p><p>큰일이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 비밀연애는 싫다던 1호 커플의 비밀이별은 눈치 빠른 선생님에게 들켜버렸다.</p><p>“ 유찬이, 원영이 선생님에게 할 얘기 없니? 선생님이 보기엔 너희 둘이 나에게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p><p>“ 사실은 저희 헤어졌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 유찬이가 죄지은듯한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에게 말했다.</p><p>“ 선생님도 알고 있었단다. 너희들의 표정, 눈빛만 봐도 선생님은 다 안단다. 그럼 너희들, 준비는 되어 있지? 이별 금지법, 잊지 않았지? ”</p><p>“ 예?” 유찬이와 원영이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p><p>“ 선생님이 말했잖아. 사귀는 건 쉽지만, 헤어지는건 안된다고. 쉽게 좋아하고 쉽게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아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잖아. ”, “너희들은 우리 반의 법을 어겼으니, 책임을 지도록 하자. 뭐가 좋을까? 아! 생각났다. 둘은 석 달 동안 매일 점심시간에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글귀를 필사하도록 하자. 좋은 글귀를 쓰면서 약속의 중요성, 책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래. 알았지?”</p><p>“네….” 힘이 쭉 빠진 울상의 유찬이와 원영이,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것을 학교 오는 유일한 낙으로 생각하는 유찬이에게 점심시간에 필사라니…. 원영이는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춤추는게 즐거움인데…. 김미아 선생님의 엄격한 벌에 반 친구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2호,3호 커플은 자신의 미래가 두려워졌다.</p><p>안 좋은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비엔나 소시지같이 줄줄이 커플이 투투데이를 넘기지 못하고 헤어졌다. 2호 커플에게는 석 달 청소의 벌이, 3호 커플에게는 석달의 우유배달 봉사의 벌이 주어졌다. 꽃들이 한창 피어나는 아름다운 5월이 되었지만 더는 5학년 5반에서 커플이 탄생하지 않았다.</p><p>&nbsp;</p><p>“여러분, 5월은 우리가 키우는 식물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텃밭에 심은 오이, 고추, 토마토, 상추에게 자주 물을 줘야 쑥쑥 자라고 잘 자란 상추나 치커리 같은 채소는 수확을 해줘야 해요. 오늘부터 매일 점심시간에 텃밭에 물을 주고, 수확도 하고, 애벌레도 잡아줄 친구를 정할거예요. 하고 싶은 친구들은 손을 들어주세요.”</p><p>“ 매일 가야되나요? 점심 먹고 뛰어놀 시간도 부족한데…. ” 제2의 손흥민을 꿈꾸는 홍만이가 말했다. “맞아요. 당번으로 돌아가면서 물을 주니까 밥을 늦게 먹거나 점심시간에 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텃밭에 물 주는 것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책임감 있게 식물들을 보살필 친구 4명을 선발하려고 해요. 하고 싶은 친구 있나요? ”</p><p>“ 선생님, 제가 하고 싶어요. ” 민남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민남이는 조용하지만 짝지나 모둠 활동에서 친구들에게 다정하고 도움을 많이 줘서 은근히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 “선생님, 저도 하고 싶어요. ” 사랑이도 손을 번쩍 들었다. 식물학자가 꿈인 사랑이는 텃밭에서 식물을 가꿀 때 가장 행복했었다.</p><p>“ 자, 그럼 2명만 더 신청받겠습니다. 없나요?”</p><p>아이들은 소중한 점심시간이 순삭되는 것이 싫어서 망설였다. 사랑이의 단짝 지럽이는 점심시간에 사랑이랑 노는데 사랑이가 텃밭에 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신청자가 없어서 뽑기를 통해 나풍이가 당번으로 당첨되었다. 나풍이의 당첨으로 지럽이는 짜증이 났다. 4학년때 지럽이와 나풍이는 한때 유명한 닭살 커플이었으나 풍이의 바람으로 아주 시끌벅적한 이별을 한 사이이기에 둘 다 속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되돌릴수가 없었다.</p><p>&nbsp;</p><p>5월 중순인데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오후였다. 대풍초등학교 5학년 텃밭 중에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5반 텃밭은 길다란 호스가 닿지 않아 파란색 물뿌리개로 물을 가득 담아 4명이 5번 정도는 물을 떠 와야 마른 흙이 촉촉해 질정도다. 오늘도 민남이, 사랑이, 지럽이, 풍이는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텃밭에 주고 있었다.</p><p>“ 덥다. 더워. 여름도 아닌데 왜 이렇게 더운거야? 비는 왜 안내리는 거지? 비가 와야 텃밭에 물주러 안와도 되는데….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발 비좀 내리게 해주세요. ”</p><p>얼굴에 땀이 송송 맺힌 지럽이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소리를 쳤다.</p><p>“ 상추는 왜 맨날 쑥쑥 자라는거야? 뒤돌아서면 수확해야하고, 아이고, 허리야!” 민남이도 상추를 수확하다가 일어서며 허리를 두드리며 말했다.</p><p>“으악!” 갑자기 사랑이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무슨일이야? ” 놀란 지럽이가 물뿌리개를 땅에 내던지며 쫓아왔다. “벌, 벌, 말벌이 내 몸에 붙었어.” 사랑이가 울듯한 목소리로 말했다.</p><p>“ 말벌, 너무 무서워. ” 지럽이와 풍이는 재빨리 사랑이와 떨어진 곳으로 뛰어 도망을 갔다.</p><p>“ 사랑아. 네 몸에 붙은 벌은 말벌이 아니라 그냥 꿀벌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지마.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움직이면 벌이 자극을 받아 너를 공격할 수 있으니 그냥 조용히, 가만히 있어봐. 그럼 벌이 다시 날아갈거야. ” 차분하게 민남이가 말했다.</p><p>사랑이의 비명소리에 멀리 수돗가에서 물뿌리개에 물을 담던 민남이가 뛰어왔다. 다행히 벌은 날아갔고, 사랑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p><p>“ 민남아, 고마워. 네가 말해준 덕분에 마음이 안정되고 무섭지 않았어. ” 사랑이가 민남이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채 말했다. 사랑이의 볼이 너무 뜨거워지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바람에 민남이의 얼굴을 볼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처음 느껴본 이상한 감정이다.</p><p>그 날 이후, 사랑이는 민남이가 신경쓰였다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민남이, 친구들에게 다정한 민남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민남이를 생각할 때면 괜시리 입꼬리가 올라가고 헤헤 웃음이 나왔다. 사랑이는 점심시간이 가장 좋았다. 민남이와 텃밭에서 물을 주거나 작물을 수확할 때 가장 즐거웠다.</p><p>“ 사랑아, 너 요즘 좀 이상해. 너 무슨 일 있지? 이상하게 텃밭에 가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더 밝게 까르르 웃고, 자꾸 민남이를 쳐다 보는게 이상해. 내 촉은 틀린적이 없어. 무슨일이야? ” 지럽이가 텃밭에 물을 주고 돌아가는 길에 나를 보면서 따지듯 물었다.</p><p>‘귀신이다. 사랑이는 작두를 타도될 정도다. 티가 났나? ’ 사랑이는 더는 숨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p><p>“ 이거 비밀인데, 나 민남이를 좋아해. 저번에 텃밭에 말벌 사건부터 계속 민남이가 신경쓰이고 민남이를 보면 심장이 너무 뛰는데, 이게 좋아하는 감정일까? ”</p><p>“ 사랑이, 너 드디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구나? 근데 샌님 민남이라고? 맨날 책만 읽는 그 책벌레? 헐…. 사랑이 눈이 진짜 낮구나. 민남이 걔가 왜 좋아? ”</p><p>“ 민남이는 다정하고, 책임감도 강하고, 똑똑하고…. 키도 크고, 안경쓴 모습이 해리포터도 닮아서 귀여워. 그냥 다 좋아. ” 눈에 하트가 뿅뿅한 채 사랑이가 말했다.</p><p>“ 그럼 민남이한테 고백할거야? ” 지럽이의 물음에 사랑이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p><p>“ 아니, 이별금지법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그렇게 많이 봤는데 어떻게 고백하겠어? 나 혼자만의 짝사랑일 텐데…. 그냥 좋아만 하는 거야. ”</p><p>“ 어쨌든 너의 첫사랑을 축하하고 응원한다. 사랑아! ” 지럽이는 사랑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응원했다. 지럽이는 생각했다. ‘사랑이는 눈이 참 낮아. 재미도 없는 민남이가 뭐가 좋다고….’</p><p>&nbsp;</p><p>“ 아얏 ” 지럽이 다리에서 피가 흘렀다. 텃밭에서 넘어진 지럽이는 새빨간 피가 철철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엉엉 울었다. 사랑이와 풍이가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민남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하얀 손수건이었다.</p><p>“ 우선 물로 상처에 묻은 흙과 피를 씻고 이걸로 닦아. 그리고 바로 보건실로 가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마.”</p><p>“ 이거 네 손수건이잖아. 피 묻은 얼룩은 안 질 텐데 ”, “ 괜찮아. 엄마가 텃밭에서 일할 때 땀이 많이 난다고 하니 챙겨주신 건데, 집에 똑같은 게 많이 있어. 그러니까 그냥 쓰고 버리면 되니까 얼른 상처를 씻고 보건실로 가봐. ”</p><p>‘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는 상처가 아프고 피가 나니 무서웠는데 민남이의 다정한 말과 손수건에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랑이가 말한 다정함이 이런걸까? ’</p><p>그 날이후, 지럽이는 민남이가 좋아졌다. 재미없는 샌님이라고 생각했던 민남이가 하는 말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민남이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p><p>‘ 큰일이야. 사랑이가 민남이를 좋아한다고 먼저 말했는데, 나도 민남이를 좋아하게 되어서…. 근데 나 민남이랑 너무 사귀고 싶어. 좋아한다고 표현하고 싶고 내 남자친구로 만들고 싶어.’지럽이의 고민이 깊어질 때 풍이의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p><p>풍이는 뽑기에 걸려 텃밭 관리 역할을 맡으면서 억울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특히 작년에 잠깐 사귀다 헤어져 사이가 좋지 않은 지럽이와 매일 함께 일을 해서 싫었다. 그런데 지럽이의 단짝친구인 사랑이가 신경쓰인다. 아무리 더워도 짜증 한번 없이 텃밭에 물을 주고 항상 친절한 미소를 띄고 있는 사랑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풍이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다. 그래서 쉽게 고백하고, 사귀다가 다른 여자아이가 좋아지면 양다리도 걸치는 이름대로 바람둥이다. ‘ 인기남인 내가 고백하면 사랑이가 받아주겠지?’</p><p>이별금지법이 두렵지 않은 지럽이와 풍이의 고백 D-DAY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p><p>먼저 풍이가 사랑이를 학교 뒤뜰로 불렀다.</p><p>“ 사랑아, 나 네가 좋아. 우리 사귈래? ”, 갑작스런 고백에 사랑이는 당황한 듯 보였다.</p><p>“ 풍아,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나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이별 금지법 때문에 고백을 못했지만 그 아이를 많이 좋아해. 그래서 고백을 받아줄수 없을 것 같애. 미안해.” 풍이는 항상 자신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었던 사랑이였기에 당연히 사귈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껏 자신의 고백을 받고 거절한 여자 아이는 사랑이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어질해졌다.</p><p>대풍놀이터에서 또 다른 사건은 시작되고 있었다.</p><p>지럽이가 대풍아파트에 사는 민남이에게 놀이터로 잠깐 나오라고 카톡을 했다. 민남이는 지럽이의 연락에 당황했지만 급한일인가 싶어 놀이터로 서둘러 나갔다.</p><p>“ 민남아, 네가 나에게 손수건을 건네 준 이후로 네가 좋아졌어. 그래서 내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네가 내 남자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어.” 지럽이의 수줍은 고백에 갑자기 민남이의 표정이 굳어졌다.</p><p>“ 지럽아, 난 너의 남자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애.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민남이의 차가운 대답에 지럽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p><p>“ 그게 누군데? 나보다 예뻐. 왜 나랑 못사귀는 건데?”</p><p>“ 너에게 미안하지만 나 사랑이를 좋아해. 오랫동안 좋아해오고 있어. 사랑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나에게 실망할까봐 고백하지 못했지만 사랑이가 너무 좋아. ”</p><p>지럽이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p><p>‘사랑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민남이가 좋아하는 아이가 내 단짝 사랑이라니…. 사랑이도 민남이를 좋아하는데, 둘 다 좋아한다고 표현도 못하는 바보, 멍충이들.’</p><p>“민남아, 내가 너를 진짜 좋아하고, 착한 내 단짝 사랑이를 아껴서 너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줄게. 사랑이도 너를 좋아해. 이 바보야. ”</p><p>지럽이는 갑자기 크게 웃었다. 민남이에게 대차게 차였지만 지럽이는 슬프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한 후련함이라고 할까?</p><p>“ 진짜? 사랑이가 나를 좋아해? 정말이지? ” 항상 조곤조곤 말하던 샌님 민남이에게 이런 목소리가 나오나? 놀란 표정에 밝은 목소리로 민남이가 말했다.</p><p>“ 그래. 이 바보, 멍충아 ”, “지럽아, 정말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친구야.”</p><p>&nbsp;</p><p>갑작스런 민남이의 연락에 사랑이는 놀랐다. 민남이가 학교 텃밭에서 기다린다고 한다.</p><p>‘오늘은 꼭 민남이에게 좋아한다고 솔직히 말해야지.’ 사랑이는 거울로 자신의 얼굴과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생각했다. 한창 방울토마토, 고추가 탐스럽게 열린 텃밭에서 사랑이와 민남이는 만났다.</p><p>“사랑아. 나 할 말이 있어. 오래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이별금지법 때문에 지금껏 말하지 못했어. 나 너 정말 좋아해. 5학년 처음 같은 반이 되어 같은 모둠 할 때부터 좋아했어.” 수줍은 듯 민남이가 말했다. 사랑이가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 정말? 나도 너를 좋아해. 텃밭에서 벌에 쏘일뻔한 나를 위해 달려와 줬던 네가 정말 고맙고 좋았어. 그때부터 좋아했는데 혹여나 고백하여 사귀다가 헤어지는게 두려워서 숨기고 있었어. ”</p><p>“그럼, 우리 사귈까? 내가 정말 좋은 남자친구가 되어 너를 아껴줄게.”</p><p>“좋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해. ” , “우리 이별금지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커플 1호가 되어보자.”</p><p>“그래. 좋아.” 둘은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다.</p><p>텃밭의 기다란 오이처럼 오랫동안, 소중히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커플이 될 수 있겠지요?</p><p>&nbsp;</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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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4 12:11:17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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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14수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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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유리랑 싸우기 전까지 일단 조금 수정하였습니다.</p><p><br/></p><p>단풍나무 대화방</p><p>&nbsp;</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밖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6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우리가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3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생각 없이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났다. 안경 너머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셋만 남은 우리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nbsp;</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때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단풍나무에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3학년의 봄이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 아, 물론 내가 뻥 차버리고 다시 친구가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 고백을 누가 들었을까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 단풍나무뿐이었다.</p><p>(화해 에피소드를 좀 더 생각중입니다 소심한 유리와 털털한 가연이가 싸울일이 뭐가있을까 고민중이에요)</p><p>5학년 때는 유리와 싸우고 이 나무 아래에서 화해를 했다. 숨이 넘어갈 듯 꺼이꺼이 울어대는 유리가 아직까지 눈에 생생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앞에서 서로에게 가장 가까웠다.</p><p>그러므로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가 없어진다는 건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나무를 지켜야만 했다. 그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늘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안경을 올리며 다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nbsp;</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복도에는 그저 우리의 발걸음 소리만 가득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아, 음, 그건, 일단 난 없어. 민가연, 너는?”</p><p>“나도…… 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새로 온 김정승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유리의 몸이 연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교장선생님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본적이 없고, 인사 말고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런 교장선생님을 찾아간다니. 상상만으로도 벌써 손이 땀으로 촉촉해졌다.</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문 두드린다? 으, 아니야 지우현, 네가 해.”</p><p>“내가 왜? 나도 못하겠어.”</p><p>“그럼 셋이 같이 해.”</p><p>교장실 문 앞까진 당당하게 왔지만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이 문 너머에는 무서운 교장선생님이 있겠지?</p><p>똑똑</p><p>결국 우리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르게 차가운 목소리였다.</p><p>끼이익</p><p>교장실 문을 힘껏 밀었다. 문이 무거운 건지, 내 마음이 무거운 건지, 교장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p><p>“무슨 일이니?”</p><p>김정승 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교장선생님은 더 무섭고 차가워 보였다. 말을 할까 말까, 눈알만 데구르르 굴렸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 몸이 움츠러들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장선생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를 한명 한명 바라보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내 야이기를 듣곤 바로 큰 웃음을 터뜨렸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아까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멋지고 좋은 나무이니, 다른 곳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아야지. 그래서 보내는 거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야. 가서 또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되는 거란다.”</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nbsp;</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3학년 때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단단하고 듬직한 나무가 우리를 가득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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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4 14:51:31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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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15새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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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꼬동아, 나 잘 따라와야 해. 꼬꼭꼭꼬”</p><p>“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넓은 곳을 막 달리니까 너무 신나는데. 꼭꼭꼬꼬꼬 삐~약!”</p><p>닭들은 날개를 몸통에 딱 붙이고 두 다리를 쫙 쫙 벌리면서 잽싸게 달렸어요. 약간 뒤뚱거리기도 했고 ‘꽥꾸엑’ 소리 치기도 했지만 성큼 성큼 뛰는 모습은 마치 올림픽 단거리 달리기 선수같이 늘름했어요.</p><p>닭들은 서로 ‘꼬꼬댁’거리며 아파트 101동의 현관문을 지나고, 화단 앞 벤치도 지나고, 놀이터도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도 빠르게 따라갔어요. 닭들은, 아! 닭 이름은 꼬미와 꼬동이에요. 꼬미와 꼬동이는 씩씩거리며 우당탕탕 따라오는 경비원 아저씨들 멀짜김치....</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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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4 15:50:4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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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월 15일</title>
         <author>gracebsy1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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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반장선거에 나간 표인정</strong></p><p>&nbsp;</p><p>&nbsp;</p><p>“표인정! 15표! 반장 당선!”</p><p>“축하해, 인정아.”</p><p>“우와, 좋겠다.”</p><p>친구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하던 순간이었다.</p><p>“따르릉”</p><p>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교실이 아닌 내 방이었다.</p><p>“아, 뭐야? 꿈이었잖아. 진짜인 줄 알았네.”</p><p>투덜대며 눈을 비빈다. 시계 작은 바늘이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 세수부터 해야겠다.</p><p>엄마가 해 주시는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간다. 아이들은 내일 반장선거라고 들떠 있다. 새 학년, 가장 눈에 띄는 친구는 김나래이다. 나래는 밀가루를 바른 듯 뽀얀 얼굴에 큰 쌍꺼풀이 있다. 꼭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같다. 그래서일까, 나래 주위엔 늘 친구들이 북적인다.</p><p>나래와 달리 난 예쁘지 않다. 눈도 단추 구멍만하고 볼품없다. 키도 작아서 ‘땅콩’이라고 놀림 받는다. 그렇다고 성격이라도 좋으면 좋을텐데, 왕소심이다. 나는 왜 잘난 구석이 없을까?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예쁜 나래가 너무 부럽다. 내일 나래가 반장이 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다.</p><p>“내일 반장 선거 나갈 학생들은 어떤 말을 할지 집에서 생각해 오세요. 다른 친구들은 어떤 친구가 우리 반 반장이 되면 좋을지 고민해 보세요. 인기 있는 친구가 아니라, 정말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해 줄 친구를 뽑아야 해요.”</p><p>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든다. ‘그래,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할 사람은 바로 나지!’ 다른 친구들이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반장 선거에 나갈 생각에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소견발표 때 어떤 말을 할지 머리를 굴리며 낙서를 끄적인다.</p><p>학교가 마치자 쏜살같이 달려 집에 도착했다.</p><p>“엄마, 내일 반장선거래!”</p><p>“그래? 우리 딸 나가야지.”</p><p>“엄마, 난 나가도 떨어질지 몰라.”</p><p>“그건 모르는 거야. 우리 딸이 얼마나 똑똑한데. 열심히 하면 못할 게 없어.”</p><p>“치, 엄마는 무조건 열심히 하래.”</p><p>엄마의 말이 못마땅하다. 반장선거를 나가고 싶다가도 엄마가 나가라 하니 괜히 나가기 싫다. 그래도, 안 나가면 후회할 것 같다. 반장선거 소견발표 연습은 해야겠다. 연습장과 연필을 챙겨 거실로 나간다.</p><p>“엄마, 소견발표 도와줘.”</p><p>“그래 한번 해 봐.”</p><p>“제가 반장이 된다면,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p><p>“인정아, 반장이 된다면을 첫째, 둘째, 셋째로 나눠서 다시 연습해 봐.”</p><p>“제가 반장이 된다면 첫째, 우리 반을 깨끗한 반으로 만들겠습니다.</p><p>둘째, 친구들이 서로 배려하는 평화로운 반을 만들겠습니다.”</p><p>“인정아, 셋째는 이렇게 해 봐. 실내화를 벗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이 실내화가 닳도록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p><p>“좀 어색한 것 같은데?”</p><p>“아니야, 시각적으로 효과를 줘야지.”</p><p>“음, 그래요.”</p><p>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마지못해 셋째에서는 실내화를 보여주기로 했다. 소견 발표 연습을 열 번 정도는 한 것 같다. 가족 앞에서 소견발표는 누워서 떡 먹기다. 난 말하는 데는 조금 자신이 있다. 발표를 잘 한다고 곧잘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반장선거는 다르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는데 당선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엄마가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잠이 잘 안 온다. 억지로 잠을 청한다. 소견발표때 말할 내용을 떠올리다 스르르 잠에 든다.</p><p>&nbsp;</p><p>드디어 반장선거날 아침,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아침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긴장을 해서인지 사르르 배도 아프다. 학교를 가다 준표를 만났다.</p><p>“어, 인정아!”</p><p>“준표야, 너 반장선거 나갈거야?”</p><p>“응, 너는?”</p><p>“음, 잘 모르겠어.”</p><p>반장선거 나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p><p>준표와 교실에 도착했다. 왠지 친구들이 다 나를 보는 듯하다. 행동이 조심스럽다. 1교시는 국어, 2교시는 수학 수업이다. 수업 시간에 자꾸 눈길이 시계로 간다. 드디어 3교시가 되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큰 글씨로 ‘1학기 반장선거’를 쓰셨다.</p><p>“3교시는 반장선거입니다. 자, 반장선거를 시작하겠습니다.”</p><p>담임선생님은 반장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되는지 한참 설명을 늘어놓으신다.</p><p>‘아, 얼른 빨리 시작하면 좋겠는데.’</p><p>선생님의 긴 설교 뒤, 드디어 반장선거를 시작한다.</p><p>“우리 반에서 반장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친구를 추천해 주세요.”</p><p>“김나래를 추천합니다.”</p><p>“최민철을 추천합니다.”</p><p>“서준표를 추천합니다.”</p><p>후보자 수가 점점 많아지는데 막상 친구들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초조한 나머지 손톱을 물어뜯는다.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인다.</p><p>“자, 이제 후보 마감을 해야겠는걸.”</p><p>마음이 콩쾅콩쾅 뛴다. 이러다 후보도 못 되겠다. 아슬아슬한 찰나, 용기 내어 손을 든다.</p><p>“어, 그래, 표인정”</p><p>“저는 저를 추천합니다.”</p><p>“와, 자기가 자기를 추천한대.”</p><p>몇몇 아이가 키득키득 웃는 것 같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을 들키면 안되니 애써 태연한 척한다.</p><p>“그럼 이제 후보자 등록은 마감하겠습니다.”</p><p>가까스로 후보자 번호에 들었다. 후보자 10번이라니, 이름이 맨 마지막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견발표를 잘 하면 되지!’ 집에서 엄마와 열심히 연습한 실력을 친구들에게 보여줘야겠다.</p><p>“자, 소견발표를 시작합니다. 기호 1번, 김나래.”</p><p>나래가 나와서 발표한다. 역시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또렷한 발음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친구들을 쳐다보는 눈빛가지 완벽하다. ‘역시 나래야.’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내 마음이 작아진다.</p><p>다른 후보들의 발표가 진행되면서, 점점 내 순서가 다가온다. 심장 소리가 귓가에 쿵쾅댄다.</p><p>“기호 10번, 표인정, 앞으로 나와주세요.”</p><p>연습한 대로 잘 해야지 하며 앞에 나간다. 당당한 척 하려는데, 목소리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p><p>“제가 반장이 된다면 첫째, 우리 반을 깨끗한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둘째, 친구들이 서로 배려하는 평화로운 반을 만들겠습니다.”</p><p>잠시 망설이다 실내화를 꺼내 든다.</p><p>“셋째, 이 실내화가 닳도록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p><p>“오, 인정이!”</p><p>조용했던 교실이 와르르 웃음과 박수로 가득 찬다. 실내화가 좀 통한 것 같다. 엄마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았다. 쪽팔릴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소견발표는 이 정도면 성공이다. 이제 투표만 잘 되면 된다. 선생님이 표를 나눠주신다.</p><p>“선거의 4가지 원칙이 있죠? 직접선거, 보통선거, 평등 선거, 비밀선거. 나 누구 찍었다. 이런 말 하면 안돼요. 조용히 자기 표에만 이름 쓰세요. 후보자 이름 틀리지 않게 조심합니다. 이름이 틀리면 무효! 자, 이제 뽑고 싶은 후보자 이름을 쓰세요.”</p><p>사각 사각, 연필 소리가 들린다. 친구들이 내 이름을 써 주면 좋을텐데, 누가 내 이름을 써 줄까? 나라도 내 이름을 쓸까 싶다.</p><p>‘내가 내 이름을 써도 될까?’</p><p>‘아니야, 내가 왜 내 이름을 써. 다른 친구 이름을 써야지.’</p><p>‘내가 내 이름을 써야 한 표가 더 나오지 않을까? 0표가 나오면 어떻게 해?’</p><p>‘친구들이 내가 내 이름을 쓴 걸 알면 놀릴지도 몰라.’</p><p>결국, 양심에 못 이겨 친구의 이름을 쓴다. ‘서준표’ 왠지 나래는 당연히 당선될 것 같고, 그나마 인기가 없을 것 같은 준표의 이름을 쓴다.</p><p>“자, 다 썼나요? 표를 두 번 접어 바구니에 냅니다. 그럼 표를 걷겠습니다.”</p><p>표를 다 걷자, 드디어 개표의 시간이 왔다. 아, 두근거린다.</p><p>“김나래”</p><p>“김나래”</p><p>“최민혁”</p><p>“김나래”</p><p>“서준표”</p><p>역시 예상대로 나래는 몰표를 받는다. 내 이름은 왜 한 번도 나오지를 않는지.</p><p>“표인정”</p><p>어? 내 이름이?</p><p>“표인정”</p><p>또?</p><p>“김나래”</p><p>“서준표”</p><p>…</p><p>“김나래 8표 반장, 최민혁 4표 부반장, 서준표 3표 총무 당선입니다.”</p><p>난 총 두 표를 받았다. 한 표 차이로 서준표에게 밀려 학급 임원이 되지 못했다. 난 너무 서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준표 이름 대신 내 이름을 쓰는 거였는데. 너무 속상해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른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일어선다.</p><p>“어, 표인정, 너 우니?”</p><p>얄미운 서준표, 좀 조용히 있지는! 내가 우는 것을 반 친구들 다 들리게 말한다.</p><p>“아니, 내가 왜 울어?”</p><p>눈에 눈물이 고인 채, 표로통하게 받아친다.</p><p>“울었구만!”</p><p>“아니야!”</p><p>“어, 너희 둘이 왜 싸우니?”</p><p>“아니, 준표가 나 안 울었는데 울었다고 하잖아요.”</p><p>말을 하다보니 선생님 앞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p><p>“인정이가 많이 속상하구나. 인정아, 잠깐 선생님이랑 이야기하고 올까?”</p><p>선생님을 따라 학년연구실에 간다.</p><p>“인정아, 이건 비밀인데, 선생님도 반장선거에 떨어진 적이 있었어. 너무 반장이 되고 싶었는데, 떨어졌던 거야. 선생님은 절대 반장이 못 될 줄 알았지. 그런데 있잖아, 인정아. 결국엔 또 기회가 오더라. 이번이 끝이 아니야. 널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렴.”</p><p>선생님의 말이 100%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내 마음을 달래주려고 애쓰시는 것이 느껴져 격한 마음이 진정된다. 자꾸 눈물이 나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교실에 가도 괜찮을 것 같다.</p><p>절대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수업을 하다보니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진다. 곧 내가 좋아하는 체육수업이다.</p><p>&nbsp;</p><p>“여러분, 오늘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피구 시합을 할 거에요. 준비운동부터 합시다”</p><p>“하나, 둘 셋 넷!” 선생님 구령에 우리는 “다섯, 여섯, 일곱, 여덟!”을 외치며 몸을 푼다.</p><p>“자, 이제 준비운동을 다 했으니 피구 시합을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준비, 시, 작!”</p><p>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공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경기는 생각보다 치열했다. 공이 쌩쌩 날아다녔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팀은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다. 상대팀의 민혁이가 꽤 피구를 잘 했다. 준표 공에 맞은 우리 팀 선수가 많이 아웃되었다. 결국 나래와 나만 남았다.</p><p>“나래야, 조심해!”</p><p>민혁이가 나래를 겨냥해 공을 던졌다. 방금 전까지 어깨를 움츠리고 있던 나래가 공을 맞기 직전이었다. 난 반사적으로 나래 쪽으로 몸을 날렸다.</p><p>퍽!</p><p>공이 내 배에 꽃쳤고, 난 공을 꽉 안았다.</p><p>“우와!”</p><p>친구들이 탄성을 질렀다. 아슬아슬하게 난 선 안에 서 있었다. 공격찬스가 주어졌고, 나는 민혁이를 향해 공을 던졌다.</p><p>명중, 민혁이가 아웃되었다. 민혁이가 아웃되자 상대팀이 기를 못 썼다. 결국 상대편을 모두 아웃시키고, 우리팀은 역전승을 거뒀다.</p><p>＂와아아! 인정이 짱이다!“</p><p>”체육부장 각인데.“</p><p>친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난 반장선거에서 떨어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눈물이 자꾸 나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싶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친구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p><p>”인정이 피구왕이네.“</p><p>”그래, 인정이 피구 진짜 잘한다.“</p><p>어쩌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난 피구왕이 되었다.</p><p>선생님이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말씀하셨다.</p><p>“얘들아, 우리 체육부장을 뽑아야 하는데. 체육부장으로 누가 좋을까?”</p><p>“인정이요!”</p><p>“인정이 좋아요! 표인정!”</p><p>“인정이가 체육부장 되는 데 찬성하는 사람?”</p><p>주위를 둘러본다. 이럴수가! 친구들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p><p>“표인정, 체육부장, 당선!”</p><p>&nbsp;</p><p>그렇게 난 체육부장이 되었다. 학교 수업이 마치자 준표가 와서 말했다.</p><p>“인정아, 너 피구 진짜 잘하더라. 체육부장 된 것도 너무 부럽다.”</p><p>“고마워, 내가 피구를 좀 좋아해서.”</p><p>“총무보다 체육부장이 훨씬 좋은 것 같아. 나도 체육부장하고 싶은데. 체육부장은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잖아.”</p><p>진심으로 부러워하는듯한 준표의 표정에 웃음이 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따듯한 햇살 속에 봄바람이 내게 속삭인다. ‘인정이를 인정합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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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5 13:21:04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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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박선영 선생님의 아이디어 </title>
         <author>aldorla80</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0811237</link>
         <description><![CDATA[<p><strong>문장 아이디어</strong></p><p>▶“ 사랑아. 네 몸에 붙은 벌은 말벌이 아니라 그냥 꿀벌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지마.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움직이면 벌이 자극을 받아 너를 공격할 수 있으니 그냥 조용히, 가만히 있어봐. 그럼 벌이 다시 날아갈거야. ” 차분하게 민남이가 말했다.</p><p>→ “사랑아, 괜찮아.<em>(안심시키는 말 먼저 짧게)</em> 네 몸에 붙은 벌은 말벌이 아니라 그냥 꿀벌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지마.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움직이면 벌이 자극을 받아 너를 공격할 수 있어. 그냥 조용히, 가만히 있어봐. 그럼 벌이 다시 날아갈거야.</p><p><em>(문장을 아주 조금 다듬어 봤어요.)</em></p><p>&nbsp;</p><p>▶“민남아, 내가 너를 진짜 좋아하고, 착한 내 단짝 사랑이를 아껴서 너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줄게. 사랑이도 너를 좋아해. 이 바보야. ”</p><p>→ “민남아, 내가 너를 진짜 좋아하고, 착한 내 단짝 사랑이를 아껴서 너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줄게.” 지럽이는 잠시 멈칫하며 민남이의 표정을 살폈어요.</p><p>“실은...”</p><p>“실은?”</p><p>“사랑이도 너를 좋아해. 이 바보야.”</p><p><em>(대화문을 조금 더 넣어, 민남이가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을 조금 더 강조해 보았어요.)</em></p><p>&nbsp;</p><p><strong>2. 내용 아이디어</strong></p><p>▶지난번에 작가님들께서 이야기나누신 것처럼, ‘김미아 선생님’을 엉뚱하고, 말투도 특이하게 묘사해도 좋을 것 같아요.</p><p><strong>&nbsp;</strong></p><p>▶투투데이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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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5 13:28:43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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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단풍나무대화방4.15</title>
         <author></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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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nbsp;</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밖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6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우리가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3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생각 없이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났다. 안경 너머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셋만 남은 우리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nbsp;</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때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단풍나무에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3학년의 봄이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 아, 물론 내가 뻥 차버리고 다시 친구가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 고백을 누가 들었을까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 단풍나무뿐이었다.</p><p>(화해 에피소드를 좀 더 생각중입니다 소심한 유리와 털털한 가연이가 싸울일이 뭐가있을까 고민중이에요)</p><p>5학년 때는 유리와 싸우고 이 나무 아래에서 화해를 했다. 숨이 넘어갈 듯 꺼이꺼이 울어대는 유리가 아직까지 눈에 생생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앞에서 서로에게 가장 가까웠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늘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nbsp;</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 복도에는 그저 우리의 발걸음 소리만 가득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아, 음, 그건, 일단 난 없어. 민가연, 너는?”</p><p>“나도…… 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새로 온 김정승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유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교장선생님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본적이 없고, 인사 말고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런 교장선생님을 찾아간다니. 상상만으로도 벌써 손이 땀으로 촉촉해졌다.</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문 두드린다? 으, 아니야 지우현, 네가 해.”</p><p>“내가 왜? 나도 못하겠어.”</p><p>“그럼 셋이 같이 해.”</p><p>교장실 문 앞까진 당당하게 왔지만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서로에게 떠넘겼다.</p><p>똑똑</p><p>결국 우리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교장실 문을 힘껏 밀었다. 문이 무거운 건지, 내 마음이 무거운 건지, 교장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p><p>“무슨 일이니?”</p><p>김정승 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교장선생님은 더 무섭고 차가워 보였다. 말을 할까 말까, 눈알만 데구르르 굴렸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 몸이 움츠러들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장선생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를 한명 한명 바라보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내 야이기를 듣곤 바로 큰 웃음을 터뜨렸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아까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멋지고 좋은 나무이니, 다른 곳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아야지. 그래서 보내는 거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야. 가서 또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되는 거란다.”</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nbsp;</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3학년 때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단단하고 듬직한 나무가 우리를 가득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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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5 13:56:54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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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미아 선생님 캐릭터 추가</title>
         <author>aldorla8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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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대풍초등학교 5학년 5반 개학식 아침, 충격적인 일은 담임인 김미아 선생님의 인사로 시작되었다. <mark>김미아 선생님은 대풍초등학교의 미스테리 중 하나다. 졸업한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나이가 150살이라는 김미아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고, 6.25 전쟁 때 북한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사회 교과서에 자신의 만세운동 사진이 올려져 있다는 선생님의 별명은 무시무시한 “도깨비”이다.</mark></p><p>“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김미아 선생님이에요. 1년 동안 여러분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길 바라요. 알았죠?”</p><p>“네!”</p><p>“목소리가 정말 씩씩하네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5반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요.”</p><p>“아참, 중요한 걸 깜빡했네요. 우리 반에는 특별한 법이 있어요. 이 법을 맞추면 급식 1등 우선권을 줄게요.”</p><p>“급식 다 먹기 법?” “친구 괴롭히지 않기 법?” “욕설 금지법?” “방귀 트림 금지법?”</p><p>“정답은 아니에요. 모두 틀렸어요. 선생님이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필요한 법을 만들었는데, 바로 이별 금지법이에요.”</p><p>“이별 금지법?!”</p><p>“이 법은 사귀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한번 사귀면 그 학년이 끝날 때까지 절대 헤어지지 못하는 법이에요. 여러분은 사춘기라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면서 학급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것을 많이 봐왔어요. 연애와 이별로 친구들끼리 싸우고, 단짝도 잃고 남친도 잃게 되는 슬픈 일이 생겨요.”</p><p>“그래서 만든 법이 바로 이별 금지법이죠.”</p><p>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쑥덕거렸다.</p><p>“헐, 선생님, 그게 무슨 법이에요?” 나 풍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p><p>“이건 우리 반만의 특별한 법이에요. 이별 금지법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인내도 필요하고요. 이 법을 어기면 큰 벌이 있을 거니까 모두 조심하세요.”</p><p>지럽이는 사랑이에게 속삭였다.</p><p>“큰일 났어. 나 한 번도 투투데이(22일) 넘긴 적 없는데... 사랑아, 너는 모태 솔로라 괜찮겠지? 인기 많은 나한테 이별 금지법은 진짜 악법이야. 나를 마음속에 숨겨둔 남자애들 불쌍해서 어쩌나.”</p><p>사랑이의 지럽이의 절친이지만 연애에 관한 생각은 달랐다.</p><p>‘지럽이의 공주병 또 시작이네. 이별 금지법 재미있는데. 난 뭐,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우리 반 어떻게 될까?’ 사랑이는 궁금해졌다.</p><p>“얘들아, 소식 들었어? 유찬이가 원영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대. 둘이 사귀기로 했대.”</p><p>“진짜? 부럽다. 근데 선생님한테도 말한 거야?”</p><p>“응, 유찬이랑 원영이가 비밀 연애는 싫다고 바로 말씀드렸대.”</p><p>“와, 대박! 나는 헤어지면 겪게 될 벌이 무서워서 고백을 못 하는데, 진짜 대단하다.”</p><p>그렇게 우리 반의 첫 번째 커플이 탄생했다. 유찬이랑 원영이는 이별 금지법도 막을 수 없는 용감한 사랑이었다. 그 후, 2호, 3호 커플이 생기면서 이별 금지법이 잊혀지는 듯 했다.</p><p>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의 폭풍이 몰아쳤다.</p><p>“유찬이랑 원영이 헤어졌대. 사귄지 18일만에, 투투데이를 넘기지 못한 거야.”</p><p>유찬이가 유정이랑 손잡고 걷는 것을 본 원영이가 분노하며 결국 헤어졌다고 한다.</p><p>“헤어지고 나서 원영이가 유찬이를 노려본대.”</p><p>그리고 그 사실은 빠르게 선생님에게 들켜버렸다.</p><p>“유찬이, 원영이, 할 말 없니?”</p><p>“저희... 헤어졌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p><p>“선생님도 알고 있었어. 너희들 표정만 봐도 다 알지. 그래도 법은 법이니까, 책임을 지도록 해야지. 두 사람은 매일 점심시간에 좋은 글귀를 필사해야 해. 약속의 중요성과 책임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지.”</p><p>유찬이와 원영이는 괴로워했다.</p><p>2호, 3호 커플들까지 모두 헤어졌다, 이별 금지법을 어긴 친구들은 모두 “도깨비”의 혹독한 벌을 받았다. 그 덕분에 5반에서는 더는 커플이 생기지 않았다.</p><p>&nbsp;</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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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5 14:10:3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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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itle>
         <author>aldorla80</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0877752</link>
         <description><![CDATA[<p>"박수치는 문화가 있었다"라는 문장을 좀 더 어린이 표현으로 바꾸면 좋을듯 해요.  "눈치~명사다" 명사라는 단어를 뜻을 가진 단어다. 요렇게 쉽게 수정하면 좋을듯 해요. </p><p><br/></p><p>정말 요즘에 필요한 동화인듯 해요. </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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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5 14:13:52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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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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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대사가 재미있고 내용이 흥미진진해요. </title>
         <author>aldorla8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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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쉽게 잘 읽혀서 참 좋아요. </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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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5 14:23:05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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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막 급식 시간, 똥이 된 후무스

</title>
         <author>gemee82</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2130440</link>
         <description><![CDATA[<p>&nbsp;</p><p>우리 반의 배식 순서가 되었어. 반 친구들과 둘러앉아 급식을 먹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나는 엄마가 나를 위해 소중하게 싸 주신 후무스를 꺼냈어.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삶아서 마늘과 올리브오일, 참깨같은 것과 함께 블렌더에 넣어서 갈아서 만들어. 그래서 잼과 죽의 중간 정도의 농도라고 할까? 맛은 환상적으로 고소해. 콩과 참깨가 함께 들어갔으니 그렇겠지? 보통 오이, 당근 등을 잘라서 함께 찍어 먹기도 해. 한국의 김치처럼 아랍 나라에서는 없어서 안되는 음식이야. 나는 자랑스럽게 후무스를 급식 테이블 위에 올렸어.</p><p>&nbsp;</p><p>그 순간, 남달리의 눈이 눈깔사탕처럼 커졌어.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p><p>‘나딘, 똥 싸왔어?’</p><p>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어. 달리의 표정만으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p><p>진지윤이 남달리를 째려봤어.</p><p>‘너 친구에게 뭐라고 하는 거야?</p><p>’뭐라긴, 똥처럼 생겼으니 똥이라고 하는 거지.’</p><p>나는 지윤이에게 번역기를 내밀었어. 달리의 말이 궁금했어.</p><p>지윤이는 끝내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어. 나를 위한 거라 생각했나봐. </p><p>하지만 그럴수록 난 더 답답했어.</p><p><br></p><p>나는 영문을 모르고 급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왔어. 난 한국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분위기는 눈치로 알 수 있어. 분명 내 후무스를 보면서 나쁜 말을 하는 거였어. 말없이 앉아 있는 내게 주채기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어. 나는 주채기에게 번역기를 내밀었어. 주채기는 이렇게 나에게 이런 글을 보여줬어.</p><p>‘ 남달리가 니 후무스를 보고 똥이라고 했어.’</p><p>내가 잘못 봤나 싶어 번역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p><p>놀이동산에서 자이로드롭을 타고 높은 곳에서 땅으로 떨어질 때 이런 느낌이었어. 마음이라는 추가 바다에 빠진 듯 아래를 모르고 가라앉아.</p><p>엄마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보낸 3주의 시간이 물거품이 되었어. 이젠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 이제 나에게 남은 선택이라곤 베이루트로 가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오늘 집에 가면 짐을 쌀 거야.</p><p>&nbsp;</p><p>6막 부채, 너 아니면 안돼.</p><p>난 아주 어릴 때부터 간직해오던 보물이 하나 있어. 바로 엄마가 대학교 때 중동 지역 무용을 공부하면서 나에게 선물해 준 부채야. 부채 끝에 천이 길게 달려 있어서 부채를 흔들면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줘. 내가 태어나던 날 엄마는 그 부채를 꼭 쥐고 있었대. 그리고 그 이후로도 부채는 늘 내 곁에 있었어. 지금은 너무 낡아서 곧 부러질 것 같아. 난 아기 때부터 그걸 밤마다 안고 자. 그리고 부채에게 마음 속으로 하루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아. 오늘은 부채에게 말했어. 한국 생활은 이제 끝이라고.</p><p><br></p><p>부모님께도 말씀드렸어. 빨리 베이루트로 가는 비행기를 끊어달라고. 아빠가 나에게 일어났던 소변 실수와 후무스 똥 이야기까지 모두 듣고 나서.</p><p>&nbsp;</p><p>‘나딘, 그럼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아빠가 설계하고 있는 한옥 구경하러 전주에 가보자. 그곳에서 너에게 줄 것도 있어. 전주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예쁜 한복 입고 한옥 마을에서 사진도 찍자.’</p><p>&nbsp;</p><p>‘한복이라면 나도 꼭 한번 입어보고 싶었는데.. 그럼 마지막이니까.’</p><p>&nbsp;</p><p>나딘은 못이기는 척 아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아침, 새벽같이 출발한 아빠의 차에서 잠든 나는 잠깐 눈을 떴다. 그러자 한 폭의 그림처럼 전주의 한옥마을 풍경이 펼쳐졌어. 엄마의 부채처럼 파도처럼 마음이 일렁거렸어.</p><p><br></p><p> 한옥마을의 끝자락에 아빠가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한옥이 있었어. 실내는 나무로 조각을 맞춘 한옥이 독특하고 멋졌어. 나무 기둥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어. 대들보라고 하던가?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마주한 한쪽 벽면에 부채가 걸려있었다. 엄마의 부채와는 조금 달랐어. 분홍 빛 천에 하얀 털 끝에 달려 있는 묘한 느낌의 부채였어.</p><p><br></p><p>‘이게 뭐야’</p><p>그러자 아빠가 말했어.</p><p>‘응, 이건 한국 부채야.’</p><p>‘한국에도 부채가 있어?’</p><p>‘그럼, 엄마는 아랍 전통무용을 배우기 전에 한국무용을 먼저 웠어. 아빠가 너에게 오늘 주려고 했던 게 바로 이 부채야. 어때 마음에 들어?’</p><p>‘응’</p><p><br></p><p>' 잘됐다. 이제 늦었으니 서울로 돌아가자. 그런데 말이야 나딘, 선생님이 내일 오후에 학교에 남은 물건을 가지러 오라고 하던데.’</p><p>‘가기 싫은데.’</p><p>‘내일, 아이들이 다 집에 간 다음이라고 하더라.’</p><p>‘알았어, 그럼.’</p><p>나는 못 이기는척 아빠의 제안을 받아들였어. 사실 베이루트로 떠나기 전 선생님을 한번은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p><p>&nbsp;</p><p>&nbsp;</p><p>7막 부채춤을 춘다고?</p><p>다음 날 오후 3시,나는 아무도 없는 교실로 들어섰어. 우아해 선생님은 자리에 앉아 계셨어.</p><p>나는 나지막히 선생님을 불렀어.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랬어.</p><p>"선생님?"</p><p><br></p><p>‘나딘! 케이파 할?’</p><p>‘네?’</p><p>내 귀를 의심했어. 선생님이 아랍어를 하셨어. ‘케이파 할’은 아랍어로 잘 지내니 라는 말이야.</p><p><br></p><p>선생님은 책상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부스럭거리며 꺼내셨어.</p><p>그건 어제 나딘이 본 것과 같은 모양의 부채였어.</p><p>‘이게 뭐에요?’</p><p>‘이건 부채라고 해.  우리 반 친구들에게 내일부터 부채춤을 가르쳐 주려고 해.’</p><p>‘부채춤이라.. ’</p><p>마음이 바다 한가운데 돌이 던져 진 것처럼 일렁였어. 난 춤을 좋아하니까.</p><p><br></p><p>‘나딘, 선생님이 보여줄게.’</p><p>선생님은 내 앞에서 부채춤을 추기 시작하셨어. </p><p>어느새 나는 나도 모른 채 그런 선생님의 춤을 따라하고 있었어. 선생님은 내게 부채를 쥐어주셨어. 우리 둘은 마치 짜 맞춘 듯 음악이 끝날 때까지 함께 춤을 췄어. </p><p><br></p><p>선생님이 말씀하셨어.</p><p>‘친구들이 나딘이 살다온 곳에 대한 존중없이 말한 것에 대해서 들었단다. 그리고 니가 학교에 오지 않은 일주일 동안 우리 반은 그것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했어.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에 대해서 말이야.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야.  우리에게 기회를 한번 주면 어떨까? 부채춤을 배우는 동안 만이라도.’</p><p>"저는 자신이 없어요 선생님."</p><p>‘그럴 수 있지. 하지만 선생님이 여기 있을게. 언제나 너에게 도움이 되려고 할게.’</p><p>‘한번 생각해볼게요.’</p><p>선생님과의 만남이 끝났어. 집에 돌아오는 내 손엔 분홍 부채가 들려 있었어.</p><p>&nbsp;</p><p>나는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 말했어.</p><p>‘나 학교 조금만 더 다녀볼까?’</p><p>‘정말?’</p><p>‘응, 부채춤을 가르쳐주신다고 하더라고’</p><p>‘그래, 나딘. 잘 생각했어 언젠가 너의 부채춤을 보여줄래?'.</p><p>’알았어, 아빠한테 꼭 보여줄게.’</p><p>&nbsp;</p><p>8막 아빠가 학교로 찾아오다.</p><p>내일이면 학교에 한 달만 더 다니겠다고 말 한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야. 사람 마음이 참 희한해. 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베이루트로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었어. 그런데 이제 그 마음이 희미해지고 있어. 그건 우아해 선생님과 반 아이들 때문이야. </p><p><br></p><p>우리는 아침마다 부채춤을 배웠어. 내가 부채춤을 출 때마다 주변에서 아이들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어.</p><p><br></p><p>'나딘은 한번만 보고 완벽하게 따라한다. 어떻게 추는거야? 나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겠어.'</p><p>'나딘, 베이루트에서 부채춤만 추다가 온 것 아니야?'</p><p>'나딘, 우리 반에서 제일 잘 춘다'</p><p><br></p><p>부채춤만 시작되면 아이들은 약속한 듯 '나딘, 나딘.. 하고 나를 불렀어.' 무슨 말인지 다 알아 들을 수 없어도 친구들의 눈에는 나를 인정하고 좋아하는 눈빛이 가득했어.  말에는 비언어적 표현이 차지하는 것이 더 크다더니 정말인가봐. 나는 이때까지 한국말을 잘 못해서 꼼짝도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 진심을 다른 수단으로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고맙다는 말 대신에 엄지를 세우기도 하고 손하트를 보여주기도 했어. 나는 이런 표현들이 맘에 들었어. </p><p><br></p><p>학교에 한 달만 다니겠다고 한 마지막 날이 되었어.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날처럼 나를 학교로 배웅해 주었어. 그렇게 학교로 도착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교실에 아빠가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어.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고서. </p><p><br></p><p>'아비. 무슨일이야?'</p><p>'나딘, 아빠에게 한옥에 대한 강의를 아빠에게 부탁하셨단다. 그래서 이렇게 왔지.'</p><p>'뭐라고? 믿을 수 없어.'</p><p>'좀 있다 강당에서 보자.'</p><p><br></p><p>강당에서 만난 아빠는 다른 사람 같았어. 멋지고 당당했어. 그리고 그 옆에 통역을 위해 엄마도 와 있었어. 나는 어안이 벙벙했어. 아빠가 강의를 시작했어. 이라크에서 보낸 행복한 어린 시절의 모습과 이라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마음 아팠던 현실, 그리고 레바논 대학으을 다니며 건축 공부를 하던 모습, 엄마를 만나 나를 키우며 레바논에서 보낸 시절, 마지막으로 한옥에 관심이 생겨 한국에 와서 살게 된 것 까지 모두 들려주셨어. </p><p><br></p><p>아빠는 자신의 나라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는 일들을 여러 번 겪으며 그 시간들이 힘들 때도 있었다고 했어. 너무나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만큼이었을 때도. 하지만 그때마다 늘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견뎌낼 수 있었다고 했어.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  그렇게 말하며 아빠는 고개를 돌려 엄마와 나를 지긋이 쳐다봤어. </p><p><br></p><p>아빠의 말에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 일렁거렸어. 묘한 기분이 들었어. 아빠는 말을 이어 갔어. 지금도. 앞으로도 괴롭고 힘든 일들이 찾아 오겠지만 이제는 그럴 힘이 생겼다고 했어. 그리고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그 사람의 외모나 배경,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힘주어 말씀하셨어.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어.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희망을 잃지 말라고, 손을 잡아줄 사람이 꼭 존재한다고. 괴로운 순간은 지나갈거라고. 웃으며 지금을 되돌아 볼 날이 꼭 올거라고 했어.</p><p><br></p><p>아빠의 강의가 끝나자 나는 베이루트에 가고 싶은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어. 분명히 한달 전까지만해도 분명 꽁꽁 언 눈 같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샌가 조금씩 녹아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부모님과 우아해 선생님, 그리고 반 친구들、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지난 한 달을 잘 버텨낸 내 자신이 꽁꽁 언 눈을 녹였어. </p><p><br></p><p>9막 베이루트에서 부채춤을</p><p><br></p><p>그날, 아빠의 강의가 끝나고 나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 엄마도 함께 였어. 우리 셋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봤어. 한국에 와서 힘든 건 나 혼자는 아니었을거야. 엄마, 아빠도 나만큼 힘들었겠지。 그래도 묵묵히 나를 위해 기다려준 부모님이 고맙고 미안했어. 그런 나의 마음은 어느새 눈물로 변했어。 나의 눈물은 한 여름 감기 인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곧 엄마와 아빠를 전염시켰어.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부둥켜안고 울었어.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도, 아빠도 눈이 빨개졌어. 엄마가 말했어.</p><p>'나딘, 얼마 있으면 여름방학이야. 할머니 집에 놀러갈래?'</p><p>'응, 가고 싶어. 하지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진지윤, 주채기, 남달리, 우아해 선생님이 보고 싶을 것 같아.'</p><p>'좋아, 그렇게 하자.'</p><p><br></p><p>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어. 공항은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어. 이 사람들은 다 한국 사람들일까?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되었어. 엄마는 내게 물었어.</p><p>'나딘, 짐 잘 챙겼지? 이제 탑승할 시간이야.'</p><p>'응, 간식이랑, 비행기에서 심심하면 읽을 책이랑 그리고...'</p><p>'그리고 뭐?'</p><p>'아무것도 아니야.'</p><p><br></p><p>그렇게 말하고 우리 가족은 곧장 베이루트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 탔어.  얼마나 지났을까? 깜빡 잠이 든 줄 알았는데 기내 방송으로 곧 베이루트에 착륙한대. 오랜 비행 시간 탓에  나는 곰 한 마리를 등에 업은 것처럼 피곤했어. 그렇게 할머니 댁에 도착해서는 나도 모르게 아침까지 통나무처럼 움직이지 않고 잤어. </p><p><br></p><p>다음 날, 할머니는 지금 마을 축제 기간이라고 아침부터 시내 구경을 하러 가자고 하셨어. 나는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함께 베이루트 시내 한 가운데에서 열리는 전통 마을 축제를 보러 따라 나섰어. 한국에서 챙겨 온 작은 가방도 함께 가져갔어. </p><p><br></p><p>축제는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었어. 학교 운동장만한 둥그렇게 큰 무대를 중심으로 삼백 명은 족히 될 것 같은 관객들이 꽉 차 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녔어. 우리 가족도 겨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어. 그때였어. 사회자가 외쳤어.</p><p><br></p><p>'자, 이제 즉석 공연의 시간입니다.  누구라도 나오세요!'</p><p>관객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어. </p><p><br></p><p>그렇게 시간이 5분쯤 흘렀을까? 아무도 지원자가 없었어。'이번 즉석 공연을 하시는 분께는 특별한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아주 특별한 선물이에요.'사회자가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나서는 사람은 없었어.</p><p><br></p><p>그때, 나는 무슨 용기가 났는지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어 올렸어.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처럼 가방에서 부채를 꺼냈어. 사실 내가 베이루트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소중하게 가방에 넣어온 건 한국 부채야. </p><p><br></p><p>사회자가 말을 이었어.</p><p>'와, 예쁜 분홍색 부채네요. 이걸로 뭘 할 건가요? 마술?'</p><p>'아니요. 춤을 출 거에요.'</p><p><br></p><p>나는 부채를 쥐고 우아해 선생님이 가르쳐 준 춤을 추기 시작했어. 처음엔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자 관객들의 존재를 잊고 춤에 빠져들었어. 나는 그 순간 정말 내가 나 다운 모습이라고 생각되었어. 그 누구도 아닌 나.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의 집합체인 내 이름은 나딘.</p><p>  </p><p><br></p><p><br></p><p><br></p><p><br></p><p><br></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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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6 07:35:4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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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17</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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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꼬동이는 햇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화단에서 발로 모래를 파헤치기 시작했어요. 몸을 좌우로 흔들며 모래를 뿌리면서 모래찜질을 시작했어요. 좀 전까지 경비아저씨를 피해 도망다녔던 꼬미와 꼬미는 이제야 한숨을 돌리며 자유롭게 쉬고 있었지요.</p><p>그러나 이런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동물들이 있었어요. 맞은 편 화단의 덤불 뒤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낮추고 있었고, 나무 위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이 광경을 모두 멀뚱멀뚱 보고 있었어요.</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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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6 22:10:00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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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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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https://webzinelim.com/notice/✦-제2회-lim-문학상-공모-2025-07-31</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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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6 23:34:11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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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17수정</title>
         <author></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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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유리와의 싸움에피소드를 넣으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우현이의 고백 에피소드를 자세하게 푸는걸로 수정했습니다.</p><p><br/></p><p>단풍나무 대화방</p><p>&nbsp;</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밖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우리가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3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생각 없이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났다. 안경 너머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nbsp;</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때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3학년 때는 이 나무 아래에서 유리와 싸운 후 화해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단풍나무에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 아, 물론 내가 뻥 차버리고 다시 친구가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 고백을 누가 들었을까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 단풍나무뿐이었다.</p><p>“단풍나무야, 그건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늘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nbsp;</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 복도에는 그저 우리의 발걸음 소리만 가득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아, 음, 그건, 일단 난 없어. 민가연, 너는?”</p><p>“나도…… 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새로 온 김정승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유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교장선생님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본적이 없고, 인사 말고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런 교장선생님을 찾아간다니. 상상만으로도 벌써 손이 땀으로 촉촉해졌다.</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문 두드린다? 으, 아니야 지우현, 네가 해.”</p><p>“내가 왜? 나도 못하겠어.”</p><p>“그럼 셋이 같이 해.”</p><p>교장실 문 앞까진 당당하게 왔지만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서로에게 떠넘겼다.</p><p>똑똑</p><p>결국 우리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교장실 문을 힘껏 밀었다. 문이 무거운 건지, 내 마음이 무거운 건지, 교장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p><p>“무슨 일이니?”</p><p>김정승 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교장선생님은 더 무섭고 차가워 보였다. 말을 할까 말까, 눈알만 데구르르 굴렸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 몸이 움츠러들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장선생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를 한명 한명 바라보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내 야이기를 듣곤 바로 큰 웃음을 터뜨렸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아까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멋지고 좋은 나무이니, 다른 곳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아야지. 그래서 보내는 거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야. 가서 또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되는 거란다.”</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nbsp;</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3학년 때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단단하고 듬직한 나무가 우리를 가득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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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7 14:56:04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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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초고4.18수정</title>
         <author></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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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nbsp;</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세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생각 없이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났다. 안경 속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nbsp;</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때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3학년 때는 이 나무 아래에서 유리와 싸운 후 화해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여기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 아, 물론 내가 뻥 차버리고 다시 친구가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 고백을 누가 들었을까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 단풍나무뿐이었다.</p><p>“단풍나무야, 그건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늘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nbsp;</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아, 음, 그건, 일단 난 없어. 민가연, 너는?”</p><p>“나도…… 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새로 온 김정승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유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교장선생님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본적이 없고, 인사 말고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런 교장선생님을 찾아간다니. 상상만으로도 벌써 손이 땀으로 촉촉해졌다.</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문 두드린다? 으, 아니야 지우현, 네가 해.”</p><p>“내가 왜? 나도 못하겠어.”</p><p>“그럼 셋이 같이 해.”</p><p>교장실 문 앞까진 당당하게 왔지만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서로에게 떠넘겼다.</p><p>똑똑</p><p>결국 우리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교장실 문을 힘껏 밀었다. 문이 무거운 건지, 내 마음이 무거운 건지, 교장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p><p>“무슨 일이니?”</p><p>김정승 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교장선생님은 더 무섭고 차가워 보였다. 말을 할까 말까, 눈알만 데구르르 굴렸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 몸이 움츠러들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장선생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를 한명 한명 바라보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내 야이기를 듣곤 바로 큰 웃음을 터뜨렸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아까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멋지고 좋은 나무이니, 다른 곳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아야지. 그래서 보내는 거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야. 가서 또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되는 거란다.”</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nbsp;</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듬직한 나무가 우리를 가득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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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8 09:29:49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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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조금 특별한 아승이(가제)(0420)</title>
         <author>mijilee84</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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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1페이지 수정본입니다)</p><p><br/></p><p>나는 친구가 없다. 처음부터 친구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유치원에서는 친구가 분명 있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도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된 지금은 친구가 없다.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부끄러움도 별로 없고, 처음 만난 애들에게도 인사를 잘하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하다. 어른들도 잘 모르는 세계 역사와 지리를 줄줄 꿰고 있다. 심지어 영어도 잘한다.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아이는 우리 반에 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친구가 없는지 잘 모르겠다.</p><p>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애들이 왜 나를 싫어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 애들은 나의 말과 행동이 기분 나쁘다고 했다. 1학년 때 일이었다. 3반에 민서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아픈 병에 걸려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민서를 보자마자 내가 잘 알고 있는 만화영화 캐릭터가 떠올랐다. ‘카이유’라고 하는 대머리 남자아이다. 그래서 나는 민서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p><p>“너는 왜 카이유처럼 탈모야?”</p><p>민서는 그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민서가 그날 이후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일로 엄마는 학교 선생님과 수차례 전화를 했고 학교에 방문까지 했다. 엄마는 나를 혼내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p><p>“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기분 나쁜 말을 그 사람 앞에서 하면 안 돼. 그런데 탈모는 매우 기분 나쁜 말이야.”</p><p>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한 말이 민서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날 이후 나는 ‘탈모’처럼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기분 나쁜 말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기분 나쁜 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탈모’ 같은 ‘말’만 조심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p><p>2학년 때 우리 반은 발표가 끝나면 발표자에게 박수하는 규칙이 있었다. 박수를 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나는 매시간 열심히 발표했다. 선생님의 질문은 내가 다 아는 내용이라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쉬운 질문의 답도 잘 모르는 건지 발표를 하지 않았다.</p><p>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발표만 하면 아무도 박수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발표를 열심히 했다. 발표 그 자체가 재밌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이렇게 말씀하셨다.</p><p>“아승아, 다른 친구들도 발표할 기회가 필요해. 발표는 한 시간에 한 번만 하렴.”</p><p>그제야 알았다. 친구들이 박수하지 않는 이유를. 내가 혼자만 발표하는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해는 안 되었다. 한 시간에 한 번만 발표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다. 왜 선생님은 없는 규칙을 만들어서 내 잘못이라고 하는 것일까? 원칙적으로는 나에게 박수하지 않는 친구들이 더 잘못한 것인데.</p><p>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일은 정말이지 어렵다. 엄마는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눈치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그런데 남의 마음을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 누구나 가능한 일일까? 나에게는 남의 마음을 읽는 것이 초능력 같다. 나는 책에 나와 있는 규칙과 사실은 잘 알지만 나에게 직접 말해주지 않는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좋겠다. 필요할 때마다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잘 때는 빼버리면 될 텐데 말이야.</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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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9 15:47:1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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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mijilee84</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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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초고 감상]</strong></p><p>휴대폰도 없고 전자 장난감도 흔하지 않던 시절을 사는 어린이의 순수한 이야기가 잘 담겨있는 따뜻한 동화라고 느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만 해도 친구집에 가서 저녁을 먹는 일이 흔하지는 않았는데요. 이 동화를 읽으며 80년대의 정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상황, 심리, 대사 및 분위기가 티비 단막극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초등학생들도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p><p><strong>&nbsp;</strong></p><p><strong>[아이디어 한 스푼]</strong></p><p>2페이지에서 해성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영란이가 놀자고 찾아와서 잠에서 깨는 부분의 시점이 그날 저녁인지 그다음 날 저녁인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저녁이라면 종일 잠만 자다가 저녁에 일어나는 설정이라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당일 저녁은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해성이가 저녁도 먹지 않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든 이유는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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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9 15:49:1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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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mijilee84</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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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초고 감상]</strong></p><p>일단 제목부터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 내용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정말 재밌었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들었을 때는 어떤 동화가 나올지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재밌는 동화가 된 것 같습니다. 닭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만, 사람들은 닭을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설정도 정말 좋았습니다.</p><p><strong>&nbsp;</strong></p><p><strong>[아이디어 한 스푼]</strong></p><p>민찬이와 꼬마닭들의 즐거운 시간이 동화 속에 좀 더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면 나중에 헤어질 때의 아쉬움이 크게 부각 될 것 같습니다. 꼬마닭들이 사람들로부터 멋지게 도망을 하고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는데, 별다른 이벤트 없이 경비 아저씨들에게 다소 허무하게 잡히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닭들이 차라리 경비들에게 잡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만한 위기 상황(들고양이, 들개의 습격 혹은 교통사고 등)이 그 사이에 있었다면 더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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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9 15:49:51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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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title>
         <author>mijilee84</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6004388</link>
         <description><![CDATA[<p><strong>[초고 감상]</strong></p><p>설정과 상황이 매우 구체적이라 실제로 어떤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매우 재밌고 동화 속에 나오는 갈등 상황도 매우 공감되었어요. 나딘이가 눈물을 흘리는 부분에서는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가 될 텐데 나딘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고 큰 위로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p><p>&nbsp;</p><p><strong>[아이디어 한 스푼]</strong></p><p>우아해 선생님이 한국무용 공연을 하는 부분과 학생들이 부채춤 공연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부분이 살짝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선생님의 한국무용 공연이 꼭 묘사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좀 더 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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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9 15:50:29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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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title>
         <author>mijilee84</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6004763</link>
         <description><![CDATA[<p><strong>[초고 감상]</strong></p><p>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인 요즘은 동화 속에 나오는 샛별초처럼 폐교를 앞둔 학교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폐교를 소재로 이렇게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작가님의 기획력에 감탄을 했습니다. 오래된 나무와 그 안에 담긴 추억을 소중히 하는 어린이들의 우정도 정말 예쁘다고 느낍니다.</p><p>&nbsp;</p><p><strong>[아이디어 한 스푼]</strong></p><p>세 아이들과 단풍나무에 얽혀있는 구체적인 일화가 좀 더 소개되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줌미팅 시간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교장 선생님의 무서운 외모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외모 묘사에 대한 부분은 축소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 교장 선생님 본인이 단풍나무에 가진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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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19 15:51:20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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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itle>
         <author>mijilee84</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6318539</link>
         <description><![CDATA[<p><strong>[초고 감상]</strong></p><p>줌미팅 때도 말씀드렸지만 마치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처럼 술술 잘 읽혔습니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하는 고민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이야기가 단순하고 재밌어서 좋습니다. 표인정이라는 주인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친구여서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이 많은 위로를 받을 것 같습니다.</p><p>&nbsp;</p><p><strong>[아이디어 한 스푼]</strong></p><p>이대로도 정말 좋은 작품이라 특별히 어디를 고쳐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무리가 급하게 된 느낌이 살짝 있으므로 마지막 부분(인정이가 체육부장이 되었다고 기뻐하며 엄마와 대화하는 부분)의 내용을 조금 더 늘린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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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20 08:07:57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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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title>
         <author>mijilee84</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6323889</link>
         <description><![CDATA[<p><strong>[감상]</strong></p><p>제목부터 흥미진진하고 주인공들의 이름이 정말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마치 대풍초 5학년 5반 학생이 된 것처럼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지럽이와 사랑이가 동시에 민남이를 좋아하는 부분에서는 같이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정말 재밌게 풀어낸 동화같습니다.</p><p>&nbsp;</p><p><strong>[아이디어 한 스푼]</strong></p><p>지럽이와 나풍이의 뒷이야기도 기다렸는데 이야기가 끝이 나버려서 아쉬웠습니다. 장편으로 각색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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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20 08:22:11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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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20</title>
         <author></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6361245</link>
         <description><![CDATA[<p>고양이는 몸을 낯춘 채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꼬미와 꼬동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p><p>“꽥! 꼬동아, 조심해!”</p><p>꼬미의 외침과 동시에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어 빠른 속도로 꼬동이에게 뛰어올랐어요. 꼬미는 날갯짓을 하며 꼬동이를 덮친 고양이를 쪼기 시작했고 꼬동이도 날개를 푸드덕 거리며 고양이를 공격을 막았어요. 꼬미와 꼬동이의 합동 공격에 놀란 고양이는 뒷걸음치며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사려졌어요.</p><p>“괜찮아?” 꼬미는 깃털이 몇 개 빠진 꼬동이가 걱정이 되어 물었지만 꼬동이는 나무 위를 보고 있었어요. 언제 왔는지 나무 위에는 까마귀 두 마리가 꼬미와 꼬동이를 보며 교활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p><p>“까마귀는 불길해. 꼬동아, 얼른 피하자.” 꼬미는 마음이 급했어요.</p><p>“민찬이 보고 싶다. 우리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 꼬동이는 울고 싶었어요. 꼬미와 꼬동이는 정말 가출한게 아닌데 말이에요.</p><p>까마귀가 한 마리 더 날아왔어요. 이제 까마귀들은 꼬미와 꼬동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어요. 꼬미는 하늘에서 날고 있는 까마귀와 꼬동이를 번갈아 쳐다봤어요.</p><p>“꼬동아, 나 따라와.”</p><p>꼬미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뛰기 시작했어요. 꼬동이는 고양이 때문에 다쳐서 그런지 빨리 뛸 수 없었어요. 까마귀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꼬동이에게 날아오고 있었어요.</p><p>“안 돼. 저리가. 아저씨, 빨리 오세요. 닭 찾았어요,”</p><p>킥보드를 타고 슈퍼맨처럼 아이들이 등장했고, 경비아저씨들도 달려왔어요. 까마귀는 당연히 멀리 가버렸지요.</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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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20 09:49:5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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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4.22</title>
         <author></author>
         <link>https://padlet.com/gemee82/3mhw4uzxw9gm2g5a/wish/3419609368</link>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nbsp;</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세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생각 없이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났다. 안경 속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nbsp;</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때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만큼 솔직했다. 3학년 때는 이 나무 아래에서 유리와 싸운 후 화해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여기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 단풍나무는 햇빛을 받으며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p><p>“언제부터 좋아했는데?”</p><p>나는 친구로 지냈던 지우현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물었다.</p><p>“3학년 때부터. 아니, 2학년 때부터인가. 아, 잘 모르겠어.”</p><p>지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우현이 당황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나또한 낯선 지우현의 모습에 놀랐지만, 우현이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우현이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지우현을 뻥 차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내고 있다.</p><p>“단풍나무야, 그건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p><p>(가연이도 사실 우현이를 좋아하는데 셋의 관계를 깨기 싫어서 거절한걸로 할까 고민중입니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nbsp;</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늘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아, 음, 그건, 일단 난 없어. 민가연, 너는?”</p><p>“나도…… 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샛별초에 온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유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교장선생님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본적이 없고, 인사 말고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문 두드린다? 으, 아니야 지우현, 네가 해.”</p><p>“내가 왜? 나도 못하겠어.”</p><p>“그럼 셋이 같이 해.”</p><p>교장실 문 앞까진 당당하게 왔지만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서로에게 떠넘겼다.</p><p>똑똑</p><p>결국 우리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교장실 문을 힘껏 밀었다.</p><p>“무슨 일이니?”</p><p>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교장선생님은 더 무섭고 차가워 보였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 몸이 움츠러들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내 야이기를 듣곤 바로 큰 웃음을 터뜨렸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나무는 수목원으로 가서 다른 나무들과 함께 좋은 관리를 받을 거야. 샛별초에서 떠난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나무는 가서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될 거야.”</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nbsp;</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듬직한 나무가 우리를 가득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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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22 12:43:59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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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유혜경 출간기획서</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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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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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23 11:00:05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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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출간기획서 동화개요</title>
         <author>gemee82</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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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strong>&lt; 동화 개요 &gt;</strong></p><p>&nbsp;</p><p><strong>1. 제목</strong>: 내 이름은 나딘</p><p>&nbsp;</p><p><strong>2. 분야</strong>: 장편 동화집</p><p>&nbsp;</p><p><strong>3. 대상: </strong>고학년</p><p>&nbsp;</p><p><strong>4. 주제</strong>: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의 중요성</p><p>&nbsp;</p><p>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어린이의 이야기</p><p>&nbsp;</p><p>다름 속에서 발견한 나 자신과 진정한 소속감</p><p>&nbsp;</p><p><strong>5. 작품 설명</strong></p><p>&nbsp;</p><p>레바논에서 온 나딘이 한국 학교에 전학 와 문화 충격과 차별을 겪는다.</p><p>&nbsp;</p><p>좌절과 실수 속에서도 한글을 배우고 친구들과 관계를 쌓아간다.</p><p>&nbsp;</p><p>부채와 함께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며 한국에서의 삶에 당당히 적응해 간다.</p><p>&nbsp;</p><p>&nbsp;</p><p>&nbsp;</p><p>&nbsp;</p><p>&nbsp;</p><p><strong>&nbsp;</strong></p><p><strong>6. 목차</strong></p><p>&nbsp;</p><p>1.</p><p>2.</p><p>3.</p><p>4.</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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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23 22:14:11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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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26</title>
         <author></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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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관리사무소에서 꼬미와 꼬동이를 보니 민찬이는 기뻐서 눈물이 찔끔 나왔어요. 기쁘면 눈물이 난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어요. 민찬이네 가족은 경비아저씨와 관리소장 아저씨께 꼬미와 꼬동이의 모험이야기를 들었어요.</p><p>“와, 이 녀석들이 얼마나 빠르던지. 제가 왕년에 50m 달리기 기록이 9초였거든요. 도전히 못 따라 잡겠더라구요. 하하”</p><p>“아마 까마귀도 아파트에서 닭을 본 것은 처음일꺼에요. 공중에서 빙빙 돌던 까마귀가 쌩하고 내려오는 바로 그때 킥보드 타던 애들하고 제가 쓩~ 나타난 거에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 뻔 했지요. 까마귀는 놀라서 도망가고, 닭도 놀라서 도망가려는 거 제가 간신히 잡았다니까요. 허허.”</p><p>씩씩이 경비아저씨와 관리소장 아저씨는 번갈아 가며 신나게 말했어요. 씩씩이 경비아저씨와 관리소장아저씨는 꼬미와 꼬동이 때문에 정말 신났었나봐요.</p><p>“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한 마리는 곧 수탉이 되겠던데 새벽마다 울음소리가 엄청 클거에요. 주위에서 민원이 들어올 것 같아서요.”</p><p>관리소장 아저씨는 민찬이 몰래 넌지시 민찬이 부모님께 이야기를 건냈어요.</p><p>“아, 예. 저희도 그것이 걱정이긴 한데. 신경쓰겠습니다. 정 힘들면 시골에 계신 친척도 있구요.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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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26 04:48:17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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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4.30</title>
         <author></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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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보며 말씀하셨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세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나셨다. 안경 속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의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3학년 때는 이 나무 아래에서 유리와 싸운 후 화해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여기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 단풍나무는 햇빛을 받으며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p><p>“언제부터 좋아했는데?”</p><p>나는 친구로 지냈던 우현이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p><p>“3학년 때부터. 아니, 2학년 때부터인가. 아, 잘 모르겠어.”</p><p>우현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우현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나 또한 낯선 우현이의 모습에 놀랐지만, 우현이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우현이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p><p>“너랑 나랑 친구 아니면 뭐할 건데? 헛소리 하지마. 지우현.”</p><p>나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우현이를 뻥 차버렸다. 어색해진 우리 둘 사이로 봄바람이 불어왔다.</p><p>“친구 아니면 안된다는거지? 알겠어……. 아, 창피해.”</p><p>우현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어색한 우리 사이를 목격한 건 단풍나무밖에 없었다.</p><p>“단풍나무야,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p><p>(가연이도 사실 우현이를 좋아하는데 셋의 관계를 깨기 싫어서 거절한걸로 할까.. 이걸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중입니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셨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샛별초에 온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유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교장선생님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본적이 없고, 인사 말고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문 두드린다? 으, 아니야 지우현, 네가 해.”</p><p>“내가 왜? 나도 못하겠어.”</p><p>“그럼 셋이 같이 해.”</p><p>교장실 문 앞까진 당당하게 왔지만 우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서로에게 떠넘겼다.</p><p>똑똑</p><p>결국 우리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교장실 문을 힘껏 밀었다.</p><p>“무슨 일이니?”</p><p>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몸이 움츠러들었다. 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졌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나무는 수목원으로 가서 다른 나무들과 함께 좋은 관리를 받을 거야. 샛별초에서 떠난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나무는 가서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될 거야.”</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듬직한 나무가 품 안에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한마디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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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4-30 02:20:0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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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단풍나무대화방5.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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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보며 말씀하셨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동생들이 샛별초에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세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나셨다. 안경 속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의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3학년 때는 이 나무 아래에서 유리와 싸운 후 화해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여기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 단풍나무는 햇빛을 받으며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p><p>“언제부터 좋아했는데?”</p><p>나는 친구로 지냈던 우현이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p><p>“3학년 때부터. 아니, 2학년 때부터인가. 아, 잘 모르겠어.”</p><p>우현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우현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나 또한 낯선 우현이의 모습에 놀랐지만, 우현이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우현이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p><p>“너랑 나랑 친구 아니면 뭐할 건데? 헛소리 하지마. 지우현.”</p><p>나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우현이를 뻥 차버렸다. 어색해진 우리 둘 사이로 봄바람이 불어왔다.</p><p>“친구 아니면 안된다는거지? 알겠어……. 아, 창피해.”</p><p>우현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어색한 우리 사이를 목격한 건 단풍나무밖에 없었다.</p><p>“단풍나무야,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 비밀을 지켜주는 단풍나무가 나는 늘 고마웠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그 나무 지켜주세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된단 말이에요.”(뭔가 살짝 예의없는 것 같아서 다른말로 고칠까 생각중이에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 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애타게 바라봤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셨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셨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고개를 떨구며(표현이 반복되어 다른 표현을 생각중입니다)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힘없이 걸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니신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샛별초에 온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똑똑</p><p>우현이가 앞장서서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우리 셋은 커다란 교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p><p>“무슨 일이니?”</p><p>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몸이 움츠러들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나무는 수목원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을 거야. 샛별초에서 떠난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나무는 가서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될 거야.”</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수목원에서 멋지게 자리 잡은 단풍나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해져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듬직한 나무가 품 안에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서로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한마디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 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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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5-01 07:05:26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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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단풍나무대화방5.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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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보며 말씀하셨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샛별초에 동생들이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세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나셨다. 안경 속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렸다.</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처음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듬직했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의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만큼 가까워졌다. 3학년 때는 유리와 싸운 후 이 나무 아래에서 화해를 했다. 내 인형을 갖고 놀다 망가뜨린 유리에게 나는 화를 냈고, 유리는 그에 마음이 상했다. 단풍나무 아래로 유리가 나를 불러 먼저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하던 유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여기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 단풍나무는 햇빛을 받으며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p><p>“언제부터 좋아했는데?”</p><p>나는 친구로 지냈던 우현이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p><p>“3학년 때부터. 아니, 2학년 때부터인가. 아, 잘 모르겠어.”</p><p>우현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우현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나 또한 낯선 우현이의 모습에 놀랐지만, 우현이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우현이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p><p>“너랑 나랑 친구 아니면 뭐할 건데? 헛소리 하지마. 지우현.”</p><p>나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우현이를 뻥 차버렸다. 어색해진 우리 둘 사이로 봄바람이 불어왔다.</p><p>“친구 아니면 안된다는거지? 알겠어……. 아, 창피해.”</p><p>우현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어색한 우리 사이를 목격한 건 단풍나무밖에 없었다.</p><p>“단풍나무야,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 우리의 비밀을 지켜주는 단풍나무가 늘 고마웠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나무를 지킬 방법이 없을까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돼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셨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셨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힘없이 걸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니신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샛별초에 온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똑똑</p><p>우현이가 앞장서서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우리 셋은 커다란 교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p><p>“무슨 일이니?”</p><p>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몸이 움츠러들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저……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 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나무는 수목원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을 거야. 샛별초에서 떠난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나무는 가서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될 거야.”</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수목원에서 멋지게 자리 잡은 단풍나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수목원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포근하게 비추고 있었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하게 말해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듬직한 나무가 품 안에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한마디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 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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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5-03 13:19:42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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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단풍나무대화방5.4</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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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보며 말씀하셨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지만,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샛별초에 동생들이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세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나셨다. 안경 속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듬직했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의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만큼 가까워졌다. 3학년 때는 유리와 싸운 후 이 나무 아래에서 화해를 했다. 내 인형을 갖고 놀다 망가뜨린 유리에게 나는 화를 냈고, 유리는 그에 마음이 상했다. 단풍나무 아래로 유리가 나를 불러 먼저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하던 유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여기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 단풍나무는 햇빛을 받으며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우현이를 한심하게 바라봤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p><p>“언제부터 좋아했는데?”</p><p>나는 친구로 지냈던 우현이에게 배신감을 느꼈다.</p><p>“3학년 때부터. 아니, 2학년 때부터인가. 아, 잘 모르겠어.”</p><p>우현이는 고개를 휘저었다. 나는 우현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나 또한 낯선 우현이의 모습에 놀랐지만, 우현이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우현이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p><p>“너랑 나랑 친구 아니면 뭐할 건데? 헛소리 하지마. 지우현.”</p><p>나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우현이를 뻥 차버렸다. 어색해진 우리 둘 사이로 봄바람이 불어왔다.</p><p>“친구 아니면 안된다는 거지? 아, 알겠어…….”</p><p>우현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어색한 우리 사이를 목격한 건 단풍나무밖에 없었다.</p><p>“단풍나무야,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 늘 우리의 비밀을 지켜주는 단풍나무가 고마웠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샛별초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우리 셋의 우정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 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나무를 지킬 방법이 없을까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돼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셨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지금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셨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풀이 죽은 채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힘없이 걸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니신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샛별초에 온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똑똑</p><p>우현이가 앞장서서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우리 셋은 커다란 교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p><p>“무슨 일이니?”</p><p>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나서서 용감하게 말하려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몸이 움츠러들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저……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p><p>“푸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 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나무는 수목원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을 거야. 샛별초에서 떠난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나무는 가서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될 거야.”</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수목원에서 멋지게 자리 잡은 단풍나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수목원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나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시라고 내가 부르마.”</p><p>“네, 좋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포근하게 비추고 있었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하게 말해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 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듬직한 나무가 품 안에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 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의 비밀을 지켜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막 빨갛게 물이 들고 있는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이 소리를 내며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한마디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 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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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5-04 13:09:41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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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단풍나무대화방5.6</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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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단풍나무 대화방</p><p>“내일이면 저 단풍나무도 뽑아버린다는구나.”</p><p>선생님이 창밖을 보며 말씀하셨다.</p><p>“저 나무를 뽑아버린다고요?”</p><p>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 너머 보이는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자기가 곧 뽑힐 것도 모른 채, 단풍나무는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샛별초에서 맞는 여섯번째 가을이었다. 그리고 샛별초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가을이기도 했다.</p><p>나와 우현이, 유리는 샛별초의 유일한 학생들이다. 그전에는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지만, 6학년이 되자 우리 셋만 남게 되었다. 우리 뒤로는 샛별초에 동생들이 입학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곧 폐교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는 세달 뒤에는 이 샛별초등학교도 문을 닫는다.</p><p>“저 나무까지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p><p>늘 해맑았던 우현이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우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고 등이 들쑥날쑥 움직였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목까지 슬픔이 울렁울렁 밀려오는 것 같았다.</p><p>“선생님도 참 아쉽네. 너희도 저 나무에 얽힌 추억이 참 많지? 마지막 인사가 힘들겠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을 번갈아 보다가 교실을 떠나셨다. 안경 속의 선생님 눈에서도 왠지 모르게 반짝 빛이 났다. 교실에는 유리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p><p>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많았다.</p><p>“이 나무는 우리 학교가 지어질 때 같이 심은 나무래. 그래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제일 오래된 나무?”</p><p>“응, 그래서 이 나무는 우리 학교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p><p>먼저 학교에 입학했던 언니, 오빠들이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단풍나무는 나와 우현이, 유리가 함께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단풍나무가 왠지 모르게 듬직했다.</p><p>“그럼 우리도 이 나무 앞에서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자.”</p><p>“좋아.”</p><p>나의 제안에 우현이와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의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들은 뭘 하는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만큼 가까워졌다. 3학년 때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유리와 화해를 했다. 내 인형을 갖고 놀다 망가뜨린 유리에게 나는 화를 냈고, 유리는 그에 마음이 상했다. 단풍나무 아래로 유리가 나를 먼저 불렀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하던 유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리는 눈물이 참 많다. 우리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가장 솔직했지만, 너무 솔직해서 탈인 때도 있었다.</p><p>“여기서는 진실만 말하기로 했었지?”</p><p>지우현이 단풍나무 앞으로 나를 불렀던 5학년의 봄이었다. 단풍나무는 햇빛을 받으며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p><p>“응, 그걸 몰라서 묻냐?”</p><p>나는 당연한 걸 묻는 우현이가 한심했다.</p><p>“나, 너, 좋아해. 민가연.”</p><p>수없이 많은 날들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냈지만, 그 날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우현이 나에게 고백했던 날. 그 날은 솔직해지기로 한 우리의 약속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다.</p><p>“언제부터 좋아했는데?”</p><p>나는 친구로 지냈던 우현이에게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p><p>“3학년 때부터. 아니, 2학년 때부터인가. 아, 잘 모르겠어.”</p><p>우현이는 고개를 세차게 휘저었다. 나는 우현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다. 나 또한 낯선 우현이의 모습에 놀랐지만, 우현이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우현이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p><p>“너랑 나랑 친구 아니면 뭐할 건데? 헛소리 하지마. 지우현.”</p><p>나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우현이를 뻥 차버렸다.</p><p>“친구 아니면 안된다는 거지? 아, 알겠어…….”</p><p>우현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색해진 우리 사이로 봄 바람이 불어왔다. 다행히 이 사건을 목격한 건 단풍나무밖에 없었다.</p><p>“단풍나무야, 못 본 걸로 해줘.”</p><p>나는 민망할 때마다 괜히 단풍나무에게 속삭였다. 그 날의 일은 나와 우현이, 그리고 단풍나무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다.</p><p>그런 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나무에는 우리 셋의 우정과 비밀이 담겨있었다.</p><p>“선생님께 가서 한 번 더 말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p><p>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리와 우현이는 언제나 그랬듯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은 선생님을 찾으러 교무실로 향했다.</p><p>“선생님, 나무를 지킬 방법이 없을까요? 저희 그 나무 없으면 안돼요.”</p><p>나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한 우리 선생님이라면, 나무를 지킬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실 것이다.</p><p>“그 나무는 저희의 친구나 다름없다고요. 그것도 우리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엄청 소중한 친구요.”</p><p>“맞아요, 맞아요.”</p><p>우현이와 유리가 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p><p>“어…… 얘들아, 너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p><p>선생님은 난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셨다.</p><p>“그건 선생님이 해결해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참 미안하다.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 그래서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p><p>선생님은 우리 셋의 손을 모아 꼭 잡아주었다. 늘 웃으며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시던 우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생님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셨다. 선생님 손의 따뜻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선생님과 우리는 한참동안 손을 잡고 교무실 가운데에 서있었다.</p><p>“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p><p>유리가 풀이 죽은 채 말했다.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왔다.</p><p>“선생님이 해결 못하시는 일이면 정말 어려운 일인 거겠지…….”</p><p>가슴이 콱 막힌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했다. 우리 셋은 한참동안 복도를 힘없이 걸었다.</p><p>“아! 좋은 생각이 있어.”</p><p>그때였다. 우현이가 박수를 딱, 치며 걸음을 멈췄다.</p><p>“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학교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잖아.”</p><p>“교장선생님?”</p><p>맞다. 우리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대장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의 단풍나무를 지켜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p>“엇, 근데 얘들아…… 너네 교장선생님이랑 말해본 적 있어?”</p><p>유리가 나와 우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p><p>“…… 없지.”</p><p>우리 교장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김정승,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매일 검은 옷을 입고 다니신다. 우리가 5학년이 된 해에 샛별초에 온 교장선생님은 매일 교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다.</p><p>“난 사실 교장선생님 무서워. 이름도 김정승이잖아. 저승사자 같아. 매일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p><p>“야, 너네 쫄았냐?”</p><p>우현이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자식, 센척하기는……. 나한테 고백할 때 덜덜 떨었으면서.</p><p>“아니, 하나도 안 떨려. 가자. 교장실로!”</p><p>나와 우현이는 유리의 손을 붙잡고 교장실로 향했다.</p><p>똑똑</p><p>우현이가 앞장서서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겨우 문 하나 두드렸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p><p>“네. 들어오세요.”</p><p>문 너머로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p><p>끼이익</p><p>우리 셋은 커다란 교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p><p>“무슨 일이니?”</p><p>교장선생님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딱풀을 붙인 것처럼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우현이가 내 앞에 우뚝 섰다. 뭐야, 지우현, 용감하게 나서는 거야?</p><p>“저, 저, 교장, 교장선생님, 저, 저는, 그, 그게, 지우현이라고, 하는데요.”</p><p>“뭐라고?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우현아.”</p><p>우현이의 몸이 휴대폰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휴, 지우현! 그럴 줄 알았다. 센척은 다 하더니만……. 나는 우현이의 소매를 잡아 내 옆으로 데려왔다.</p><p>“교장선생님, 저희는 6학년 학생들이에요. 저는 민가연이고요.”</p><p>교장선생님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따가워 괜히 온몸이 움츠러들었다.</p><p>“알아, 너는 민가연, 너는 지우현, 너는 최유리. 맞지?”</p><p>“엇, 저희 이름을 다 아세요?”</p><p>“그럼, 우리 학교의 소중한 학생들이니까.”</p><p>교장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p>“근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p><p>차가웠던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p><p>“저……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풍나무 있잖아요.”</p><p>“응, 그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지.”</p><p>“그 단풍나무 내일 뽑아버린다고 들었어요. 그 나무 저희한테 정말 정말 소중한 나무에요. 안 뽑고 계속 두면 안될까요? 학교가 폐교해도 나무는 그대로 둘 수 있잖아요. 담임선생님께 말해봤는데 이미 약속된 일이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안된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힘이 세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부탁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p><p>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p><p>“하하하, 내가 힘이 세다고 누가 그러니? 난 힘이 세지 않아. 그냥 선생님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뿐이지. 음, 단풍나무가 너희에게 소중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게 너희한테도 참 슬픈일일테지.”</p><p>“네, 맞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p><p>“그래, 그만큼 소중한 나무라서 뽑아버리는 거란다.”</p><p>“네? 소중해서 뽑아버리다니요?”</p><p>나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p><p>“이제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 멋진 나무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단다. 나무는 수목원으로 가서 좋은 관리를 받을 거야. 샛별초에서 떠난다고 해서 나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나무는 새로운 곳에 가서 뿌리를 내리고, 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될 거야.”</p><p>더 멋지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니……. 나무가 없어진다는 슬픔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수목원에서 멋지게 자리 잡은 단풍나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p><p>“어떠니? 그래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걸 원하니?”</p><p>“아니요……. 나무가 수목원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p><p>나와 우현이 뒤에 숨어있던 유리가 말했다. 나도 유리와 같은 생각이었다.</p><p>“그럼, 우리 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러 갈까? 담임선생님도 나무 아래로 오시라고 부르마.”</p><p>“네, 좋아요!”</p><p>나와 우현이, 유리,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은 단풍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가을의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포근하게 비추고 있었다.</p><p>“야, 민가연. 그래도 너 좀 슬프지? 단풍나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거.”</p><p>우현이가 팔꿈치로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p><p>“아니, 난 괜찮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잖아.”</p><p>“어? 여기 단풍나무 앞이다? 솔직하게 말해야 해. 난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 번도 거짓말 한적 없어.”</p><p>우현이가 코를 찡긋 구기며 웃었다.</p><p>“조금 슬퍼. 이제 헤어지는 거니까……. 샛별초랑 정말 이별하는 것 같아.”</p><p>나는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우현이가 놀릴까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p><p>“민가연, 이제야 좀 솔직하게 말하네. 나도 그래. 나무가 가는 것도, 샛별초가 문을 닫는 것도, 곧 너희와 헤어지는 것도, 너무 슬퍼.”</p><p>우현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솔직하다. 이 나무 앞에서는 말이다.</p><p>“흡, 끄윽, 얘들아, 우리, 단풍나무랑 마지막 인사 하자.”</p><p>유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셋은 단풍나무에 찰싹 붙어 나무를 감쌌다. 듬직한 나무가 품 안에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는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도 튼튼하게 자랄 거라며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p><p>“단풍나무야, 고마워. 그동안 우리와 함께해줘서. 넌 우리의 가장 든든한 친구였어.”</p><p>나는 나무를 쓰다듬었다.</p><p>“얘들아, 우리 같이 사진 찍자.”</p><p>유리가 우현이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유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p><p>“자, 얘들아, 찍는다! 하나, 둘, 셋!”</p><p>교장선생님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다. 단풍나무 아래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지.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내 손 위로 톡, 떨어졌다. 단풍나무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p><p>“어? 잠깐만!”</p><p>우현이가 또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p><p>“단풍나무를 옮기면 되잖아!”</p><p>“뭐래. 단풍나무는 이미 내일 옮기기로 했잖아.”</p><p>나는 우현이의 터무니없는 말에 짜증을 냈다. 이럴 때 꼭 분위기를 깬다니까.</p><p>“아니, 진짜 단풍나무는 내일 옮기는 거고. 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로 옮기자.”</p><p>우현이가 휴대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p><p>“자, 봐봐!”</p><p>갑자기 내 휴대폰이 소리를 내며 울렸다.</p><p>“단풍나무 대화방?”</p><p>휴대폰에는 ‘단풍나무 대화방’이라는 것이 생겼다. 우현이가 방금 만든 것이었다.</p><p>“우리의 단풍나무는 여기에 옮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는 늘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우리가 단풍나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p><p>“우현이 말이 맞네.”</p><p>유리가 우현이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단풍나무 앞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단풍나무 대화방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p>“선생님들도 그 대화방에 끼워주겠니?”</p><p>교장선생님의 한마디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단풍나무 대화방에는 단풍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진에는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나무와, 웃고 있는 우리, 따뜻한 샛별초까지, 모두 담겨있었다.</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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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5-06 11:16:51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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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미아 선생님 캐릭터 추가</title>
         <author>aldorla80</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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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대풍초등학교 5학년 5반 개학식 아침, 충격적인 일은 담임인 김미아 선생님의 인사로 시작되었다. <mark>김미아 선생님은 대풍초등학교의 미스테리 중 하나다. 졸업한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나이가 150살이라는 김미아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고, 6.25 전쟁 때 북한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사회 교과서에 자신의 만세운동 사진이 올려져 있다는 선생님의 별명은 무시무시한 “도깨비”이다.</mark></p><p>“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김미아 선생님이에요. 1년 동안 여러분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길 바라요. 알았죠?”</p><p>“네!”</p><p>“목소리가 정말 씩씩하네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5반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요.”</p><p>“아참, 중요한 걸 깜빡했네요. 우리 반에는 특별한 법이 있어요. 이 법을 맞추면 급식 1등 우선권을 줄게요.”</p><p>“급식 다 먹기 법?” “친구 괴롭히지 않기 법?” “욕설 금지법?” “방귀 트림 금지법?”</p><p>“정답은 아니에요. 모두 틀렸어요. 선생님이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필요한 법을 만들었는데, 바로 이별 금지법이에요.”</p><p>“이별 금지법?!”</p><p>“이 법은 사귀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한번 사귀면 그 학년이 끝날 때까지 절대 헤어지지 못하는 법이에요. 여러분은 사춘기라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면서 학급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것을 많이 봐왔어요. 연애와 이별로 친구들끼리 싸우고, 단짝도 잃고 남친도 잃게 되는 슬픈 일이 생겨요.”</p><p>“그래서 만든 법이 바로 이별 금지법이죠.”</p><p>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쑥덕거렸다.</p><p>“헐, 선생님, 그게 무슨 법이에요?” 나 풍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p><p>“이건 우리 반만의 특별한 법이에요. 이별 금지법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인내도 필요하고요. 이 법을 어기면 큰 벌이 있을 거니까 모두 조심하세요.”</p><p>지럽이는 사랑이에게 속삭였다.</p><p>“큰일 났어. 나 한 번도 투투데이(22일) 넘긴 적 없는데... 사랑아, 너는 모태 솔로라 괜찮겠지? 인기 많은 나한테 이별 금지법은 진짜 악법이야. 나를 마음속에 숨겨둔 남자애들 불쌍해서 어쩌나.”</p><p>사랑이의 지럽이의 절친이지만 연애에 관한 생각은 달랐다.</p><p>‘지럽이의 공주병 또 시작이네. 이별 금지법 재미있는데. 난 뭐,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우리 반 어떻게 될까?’ 사랑이는 궁금해졌다.</p><p>“얘들아, 소식 들었어? 유찬이가 원영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대. 둘이 사귀기로 했대.”</p><p>“진짜? 부럽다. 근데 선생님한테도 말한 거야?”</p><p>“응, 유찬이랑 원영이가 비밀 연애는 싫다고 바로 말씀드렸대.”</p><p>“와, 대박! 나는 헤어지면 겪게 될 벌이 무서워서 고백을 못 하는데, 진짜 대단하다.”</p><p>그렇게 우리 반의 첫 번째 커플이 탄생했다. 유찬이랑 원영이는 이별 금지법도 막을 수 없는 용감한 사랑이었다. 그 후, 2호, 3호 커플이 생기면서 이별 금지법이 잊혀지는 듯 했다.</p><p>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의 폭풍이 몰아쳤다.</p><p>“유찬이랑 원영이 헤어졌대. 사귄지 18일만에, 투투데이를 넘기지 못한 거야.”</p><p>유찬이가 유정이랑 손잡고 걷는 것을 본 원영이가 분노하며 결국 헤어졌다고 한다.</p><p>“헤어지고 나서 원영이가 유찬이를 노려본대.”</p><p>그리고 그 사실은 빠르게 선생님에게 들켜버렸다.</p><p>“유찬이, 원영이, 할 말 없니?”</p><p>“저희... 헤어졌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p><p>“선생님도 알고 있었어. 너희들 표정만 봐도 다 알지. 그래도 법은 법이니까, 책임을 지도록 해야지. 두 사람은 매일 점심시간에 좋은 글귀를 필사해야 해. 약속의 중요성과 책임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지.”</p><p>유찬이와 원영이는 괴로워했다.</p><p>2호, 3호 커플들까지 모두 헤어졌다, 이별 금지법을 어긴 친구들은 모두 “도깨비”의 혹독한 벌을 받았다. 그 덕분에 5반에서는 더는 커플이 생기지 않았다.</p><p> </p>]]></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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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5-13 09:18:39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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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주말에 17시간 책 읽는 아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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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7-24 13:23:2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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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줌 독서실 매일 30분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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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7-24 13:23:44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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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2025-08-06 02:08:08 UTC</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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